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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한중일 삼국의 역사와 문화가 섞인 짬뽕

 

 

 

"짬뽕 먹을까, 짜장면 먹을까?!"

 

중국집에 가면 언제나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중식메뉴의 양대 산맥이다. 오죽하면 이러한 고민거리를 해결하기 위해 짬짜면(짬뽕 반, 짜장면 반)이 나왔을까. 그러나 짬짜면이 결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대안이 아님은 먹어 본 사람들은 안다. 요즘이야 워낙 먹을거리가 많아져 외식메뉴가 매우 다양하지만 1970~80년대 초에는 중국집에서 먹는 짜장면과 짬뽕이 가장 대중적인 외식 메뉴였다. 여기에 생일이나 입학, 졸업식 날에는 특별히 탕수육 하나 더 시켜서 먹는 것이 최고의 호사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짬뽕과 짜장면은 외식메뉴로서의 생명력을 유지하며 사람들의 입맛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특히 한국인들은 얼큰하고 칼칼한 국물을 좋아해 짬뽕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최근에는 짬뽕을 전문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여럿 생겨날 정도다.
'봄이 오시는 날, 立春'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옷 속을 파고드는 쌀쌀한 바람이 따뜻하고 얼큰한 짬뽕을 찾게 만드는 지금, 짬뽕 순례를 떠나가 보자.

 


한·중·일 삼국의 짬뽕 이야기

 

짬뽕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전해지고 있다. 그중 통설은 중국의 차오마멘(炒碼麵)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차오마멘은 해물 또는 고기와 다양한 채소를 기름에 볶아 닭이나 돼지 뼈로 만든 육수를 넣고 시원하게 끓인 다음 면을 말아 먹는 '탕러우쓰(湯肉絲麵)'의 일종이다.

 

일본에는 1899년 규슈의 나가사키(長崎)에서 복건성(福建省) 출신의 화교 천핑순(陳平順)이 당시 이곳에 거주하는 가난한 화교와 중국 유학생들을 위해 국수를 만들어 제공했는데, 이 국수를 일본말로 '잔폰(ちゃんぽん)'라고 불렀고 이후 우리나라에 짬뽕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우리나라에 짬뽕이 첫 선을 보인 것은 개항이후로 일본인과 산동성 출신의 화교가 많이 거주했던 인천 제물포항에서 부두노동자와 화교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짬뽕은 하얀 국물이었고, 고춧가루 등으로 빨갛게 만든 것은 매운 짬뽕으로 구분이 돼 있었으나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매운 짬뽕을 선호하다 보니 매운 짬뽕이 일반 짬뽕을 밀어낸 격이 됐다. 이처럼 짬뽕은 중국에 기원을 두고 일본과 한국에 각각 전해졌으나 현재 우리가 흔히 먹는 빨간 짬뽕은 우리나라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송탄 영빈루, 군산 복성루, 강릉 교동반점 등 유명

 

짬뽕은 그 역사가 100년이 훌쩍 넘은 만큼 전국적으로 짬뽕을 맛있게 하는 맛 집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인터넷 등을 통해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전국 5대 짬뽕 명가'가 대표적이지만 이외에도 지역마다 독특한 맛으로 차별화한 업소들과 대중성을 담보로 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들까지 가세했다.

 

해물과 채소, 돼지고기가 어우러진 정통방식의 짬뽕은 지역에 따라 재료도 조리법도 각양각색이다. 전국 5대 짬뽕으로 불리는 강릉 교동반점은 짬뽕을 전문으로 하는 중식당이다. 매운 고춧가루를 우려내 아찔하게 매우면서도 깊은 국물과 푸짐한 해물, 차지고 쫄깃한 면이 특징이다. 후루룩 몇 젓가락 먹다보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훔쳐야 하지만 면부터 건져먹고 남는 국물에 공깃밥을 꼭 말아 먹어야 제대로 먹었다고 할 수 있다.

 

 

송탄 '영빈루'는 인천에서 시작해 송탄으로 자리를 옮겨 3대에 걸쳐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짬뽕 명가로 최근에는 영빈루의 주방을 맡았던 손자인 왕석천 씨가 서울 홍대지역에 '초마'라는 분점을 내어 보다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홍대 초마짬뽕의 가장 큰 특징은 강한 불 맛이다. 주문 즉시 즉석에서 볶기 때문에 국물에서 느껴지는 불 맛이 강하고, 채소의 아삭함과 해산물의 신선함이 더욱 살아있다. 국물은 사골육수를 써서 고소하고 담백하다.

 

1973년에 오픈한 군산의 '복성루' 짬뽕은 바닷가 근처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답게 탱글탱글한 식감이 살아있는 오징어가 과장을 조금 보태 한 마리는 들어갔음직하고, 홍합과 조개 등의 어패류도 면을 가득 덮고 있다. 해물짬뽕에서도 보기 힘든 싱싱한 꼬막이 들어가 있는 것도 특징. 주문과 즉시 볶아내는 해물짬뽕 위에는 얇게 썰어 삶듯이 볶아 올린 돼지고기 고명이 잔뜩 얹어져 있는데 해산물과의 조합이 나쁘지 않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외관이 허름하고 내부가 좁아 오래 기다려야 하는 집으로 악명(?)이 높다. 오후 4시경이면 일찌감치 재료가 떨어져 문을 닫을 때가 많다.

 

 

지금은 퓨전짬뽕 전성시대

 

전국 5대 짬뽕이 오랫동안 입소문 난 전통짬뽕이라면 최근에는 퓨전짬뽕이 젊은층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얼큰한 국물이 일반적인 짬뽕의 맛을 대변한다면 크림이나 토마토 등 새로운 식재료로 다양성을 추구하며 새로운 소비자, 특히 젊은 여성들의 호기심과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니뽕내뽕'은 퓨전짬뽕 시대를 견인한 주인공 중 하나다. 이곳은 소스를 나라와 연계해 세계 각국의 짬뽕을 선사한다는 재미난 스토리도 있다. 크림소스는 이탈리아, 토마토소스는 스페인, 맑은 육수는 일본, 빨간 육수는 차이나 등으로 연결, 앞글자만 따서 이뽕(크뽕), 스뽕, 일뽕, 차뽕 등으로 이름을 붙였다.

 

 

퓨전짬뽕카페 '뽕신'도 퓨전짬뽕 전문점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곳이다. 뽕신의 메뉴는 한 마디로 짬뽕의 현대화라 할 수 있다. 메뉴는 우유와 크림을 베이스로 한 ‘백뽕’, 마늘과 고춧가루를 베이스로 한 '마뽕', 토마토와 고추로 맛을 낸 '코케뽕', 맑은 육수에 청양고추로 칼칼하게 끓여낸 '지리뽕' 네 가지다. 그중에서도 빨갛고 매운 짬뽕을 떠올리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주는 메뉴가 바로 ‘백뽕’이다. 짭조름하면서도 걸쭉한 맛이 독특해 젊은 여성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밖에도 매운맛의 진수를 보여주는 '신길동 매운짬뽕', 홍합짬뽕하면 떠오르는 '만리성' 등 동네마다, 지역 마다 꼭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바로 짬뽕으로 유명한 중식당이다.

 

 

<전국 5대 짬뽕집>

 

#. 교동반점 : 강원도 강릉시 강릉대로 205

#. 동해원 : 충남 공주시 신관동 관골1길 5-4

#. 영빈루 : 경기도 평택시 탄현로 341

#. 복성루 : 전라북도 군산시 명월로 382

#. 진흥반점 : 대구광역시 남구 이천로28길 43-2

 

 

<퓨전짬뽕 전문점>

 

#. 초마 :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17길 24 2층

#. 니뽕내뽕 : 서울시 광진구 동일로 20길 106

#. 뽕신 : 서울시 종로구 동숭길 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