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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의 삼천만 국민 외식메뉴 '짜장면'

 

 

 

 

 

 

 

학창시절 졸업식 날이나 입학식 날에는 어김없이 온 가족이 중국집으로 향하곤 했다. 이날만큼은 입안에서 녹을 것 같은 짜장면을 입가에 묻혀 가며 어찌나 맛있게 먹었던지….

얼마 전 아들 녀석의 졸업식이 있었다. 식을 마친 후 우리 부부는 '졸업과 입학식 날은 역시 짜장면'이라며 중국집으로 갈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아들의 반응은 "에이~ 짜장면은 무슨...."이었다. 내 학창시절엔 졸업식 날 누릴 수 있는 호사 가운데 하나가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함께 근사한 요리하나 곁들여 먹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먹거리가 워낙 많다보니 짜장면은 외식메뉴로 별로 각광받지 못하나보다. 결국 이날 우리 가족은 일식당으로 향했다.  난 이날 먹지 못한 짜장면이 마치 잡은 고기 놓친 사람마냥 서운함이 오래오래 남았다.


단순한 음식을 넘어서서 지난 1세기 동안 우리와 삶의 애환을 함께한 짜장면. 짜장면은 2006년 정부가 꼽은 '한국 100대 민족문화 상징' 목록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누구나 추억 속 중요한 장면 가운데 짜장면과 함께한 기억은 꼭 있다. 오랜 세월 짜장면으로 이름을 떨쳐온 중국집을 찾아 짜장면 여행을 떠나보자.

 

 

 

춘장의 등장과 밀가루 원조로 대중화된 짜장면


세간에 우스갯소리로 중국에는 없는 중국요리는 바로 '짜장면'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니 짜장면은 중국요리가 아닌 한국음식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짜장면은 어떻게 탄생됐을까?

 

<인천 차이나 타운>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하고, 1884년 인천에 청국조계지가 설치되면서 중국 상인과 노동자가 많이 유입되었다. 이들을 위해 산둥지방의 토속 면장에 고기를 볶아 값싸고 간단한 면 음식을 만들어 리어카에 실어 팔았는데 이것이 짜장면의 시작라고 한다. 음식점에서 짜장면을 가장 먼저 판매한 곳은 1905년 인천 차이나타운에 위치한「공화춘」으로 알려져 있다.


짜장면이 대중화된 것은 1950년대 중반 이후이다. 6.25 전쟁 이후 미국은 전쟁의 피해를 입은 한국에 많은 식품들을 무료로 원조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지원된 것이 밀이었다. 때마침 쏟아져 나온 값싼 밀가루와 짜장 소스의 만남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 '짜장면'을 탄생시켰다. 1960년대 당시 미국의 밀 원조를 통해 원재료가 저렴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그릇의 가격이 15원이나 해 서민적인 음식은 아니었다. 이후 1970년대에는 200원대를 유지하다가 88올림픽을 거치면서 1990년대 초기 1,300원으로 올랐고, 2000년 IMF를 지나면서 3,000원까지 치솟았다. 현재 짜장면 한 그릇은 4,000~7,000원 정도로 판매되고 있다.


<자장면뎐>의 저자 양세욱 씨는 "짜장면의 토착화가 이루어진 계기는 '사자표 춘장'의 등장이다. 1948년에 '영화장유'라는 식품회사를 차린 산둥 출신 화교 왕송산 씨가 한국 최초의 면장 제품인 '사자표 춘장'에 캐러멜을 첨가하면서 한국식 짜장면이 삼천만의 외식 메뉴로 우리 생활과 문화 속에서 추억을 함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조리법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자장면

 

<'짜장면' 작업>

 

 

 

'장'을 볶는다는 의미의 짜장면(炸醬麵)은 춘장을 볶아 다양한 채소를 넣어 만드는데, 조리방법에 따라 옛날짜장, 간짜장, 유니짜장, 쟁반짜장 등 대중들의 입맛에 맞게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옛날짜장은 양파, 양배추, 감자를 큼직하게 썰어서 춘장과 함께 볶다 물과 전분을 넣어 만든 자장면으로 우리가 흔히 먹는 자장면이 바로 옛날짜장이다. 석촌동의 묵은지 김치찌개로 유명한「오모리푸드시스템 옛날손짜장」에는 오모리 찌개 못지않은 인기메뉴 옛날손짜장면이 있다. 천둥소리가 나도록 치대 뽑는 면발은 굵기가 제각각이어도 쫄깃한 식감이 좋고, 짜장에 들어간 고기, 감자 등의 식재료들도 거짓말을 조금 보태 아기 주먹만한 크기의 푸짐함을 자랑한다.

 

<오모리푸드시스템 옛날손짜장> 과 <명보성 유니짜장>

 

 

 

유니짜장은 돼지고기와 양파를 잘게 다져 물을 넣지 않고 볶아서 조리해 식재료만으로 맛을 내 깊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혜화로터리 성균관대학교 근처 주택가에 위치한「명보성」은 20여 년 동안 '유니짜장면'만을 고집하는 곳이다. 주택가 골목에 들어가 있지만 짜장면 맛을 아는 마니아들이 입소문을 통해 즐겨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인천의 차이나타운에 위치한「자금성」은  TV프로그램인 '1박2일'에서 은지원이 먹었던 사천짜장으로 유명세를 떨친 곳이다. 사천짜장은 매운맛이 특징으로 춘장을 넣지 않지만 짜장면 맛이 난다. 이는 춘장과 두반장 등 베이스가 되는 장이 모두 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기름을 둘러 센 불에 사천고추를 볶아 매콤한 맛과 불 맛을 내고, 두반장 소스를 볶다가 갖은 채소, 해산물을 듬뿍 넣어 소스를 만든다. 이곳 사천짜장은 면과 소스를 따로 제공하는데 큼직큼직한 채소와 해물이 듬뿍 들은 소스를 면에 부어 비벼먹으면 된다.

 

<자금성 '사천짜장'>

 

 

 

삼선(三鮮)짜장은 3가지 이상의 해산물이 들어간 짜장면으로 보통 새우나 갑오징어, 건해삼을 넣어 좀 더 다양한 맛을 낸다. 공화춘의 이름을 건 대표메뉴인 공화춘 짜장면은 춘장에 중하, 전복, 갑오징어 등 해산물과 채소가 푸짐하게 들어있어 먹음직스럽다. 면발은 다른 중국집에 비해 가는 편. 소스와 면을 섞어 잘 섞어 해산물과 함께 먹으면 그 맛이 더욱 풍부하다.


쟁반짜장은 2000년대 들어서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메뉴다. 60년 동안 2대에 걸쳐 이어오며 영등포 지역의 대표 맛집으로 자리매김한「송죽장」의 대표메뉴가 고추쟁반짜장면이다. 짜장면의 느끼함을 달래기 위해 고춧가루를 넣어먹는 점에서 착안, 제대로 매운 맛을 보여주기 위해 청양고추를 듬뿍 넣었다. 짜장의 고소함과 청양고추의 짜릿한 매운향과 맛이 어우러져 먹을수록 그 맛에 중독된다.

 

<송죽장 쟁반짜장과 공화춘 삼선짜장>

 

 

 

이밖에도 북창동 뒷골목에 위치한「신승관」은 화상(華商)이 50여 년에 걸쳐 운영하고 있으며, 혜화동 로터리에 자리 잡은「금문」도 70년 전통을 자랑하는 짜장면이 유명한 중국요리전문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