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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맛의 비밀' 시리즈 ① 짠 맛의 비밀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시리즈 ①

짠 맛의 비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짠맛 (육장국수, 된장찌개, 막장)>

 

 

 

한국인들은 짠 음식을 좋아한다. 김치, 냉면, 라면, 국수, 된장, 고추장, 장아찌, 젓갈 등 즐기는 음식의 종류도 다양하며, 김치·국물·장류·면 문화 등을 보면 모두 짠맛과 관련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과 관련된 음식 속에는 짠맛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 나름대로 특징 있는 맛이 있다. 바로 감칠맛이다. 이 감칠맛을 더욱 강화해 주는 것은 바로 짠맛 성분인 소금, 곧 나트륨이다. 이처럼 짠맛은 다른 맛을 강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 소금은 단맛의 설탕과 만나면 적은 양의 설탕으로도 단맛을 내주고, 고기가 주는 감칠맛과 지방의 풍미도 그 맛을 상승시켜 더욱 맛있게 해준다. 고기를 그냥 구워 먹는 것보다도 소금에 살짝 찍었을 때 더욱 맛이 좋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소금을 만나면 배가 되는 고기의 감칠맛>

 

 

소금은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을 모두 가지고 있다. 네 가지 맛을 잘 혼합하면 짠맛이 된다. 오묘하게 여러 맛들이 '잘 짜여 있다'는 데서 짠맛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모든 음식은 소금만 잘 사용하면 별도의 양념을 쓸 필요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우리는 너무도 많은 양념과 소금을 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설렁탕이나 곰탕을 먹을 때 양념을 아무것도 넣지 않으면 싱겁고 맛이 밋밋하다. 그러나 소금을 조금만 첨가하면 금세 천하일미의 맛으로 변하고 만다. 이 경우가 소금이 갖고 있는 오묘한 여러 가지의 맛들이 다 동원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코끼리들은 수백 km를 이동하면서 하루에 300kg 정도의 풀과 나무를 먹는다. 코끼리 일행은 우두머리의 기억에 따라 해마다 한 번씩 특별지역의 동굴을 찾아가게 된다. 이곳에 도달하면 코끼리들은 너나 할 것이 없이 동굴 벽의 흙을 먹기 시작한다. 그 흙속에는 풀이나 나무에 부족한 무기질, 그중에서도 소금 성분이 있는데 코끼리들은 바로 소금을 먹기 위해 벽의 흙을 먹는 것이다. 몇 톤에 해당하는 거대한 체구의 생리적 현상을 잘 조절하기 위해서는 소금이 절대적이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동굴을 찾는 것이다. 동물들도 소금의 중요성을 이렇게 잘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새삼 소금의 중요성을 다시 보게 된다. 

 

 

인류의 식문화에서도 소금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부터 생선이나 육류의 부패를 방지할 목적으로 소금을 사용하였는데 고대인은 소금을 변함없는 우정, 맹세의 상징으로 생각하기도 하였다. 우리 조상들은 집안 구석구석에 곰팡이가 잘 생길만 한 곳이 있으면 소금을 놓아두어 곰팡이나 잡균의 침범을 방지하였는데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이 왔다가 집을 떠나는 경우 소금을 뿌려서 나쁜 마음이 집안에 머물지 말라고 그 흔적을 지우기도 한 관습도 소금의 기능에서 출발하였다. 된장을 담글 때에도 항아리 위의 표면에 소금을 두텁게 덮어주고, 소금을 두껍게 깔은 창고에 보관하는데 이는 다른 잡균의 침범을 막기 위해서이다. 된장에 사용된 메주의 미생물외에 다른 미생물이 침투하게 되면 맛과 풍미 면에서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소금은 이들의 침입을 막아 주는 방패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우리나라 음식을 보면 남해안 주변의 음식들은 짭짤한 데 비하여 중부지방의 경기도로 올라오면 비교적 싱거운 맛을 내고 북쪽 평안도나 함경도 쪽으로 올라가면 더욱 싱거운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기후에 따라, 더운 지방에서는 음식이 빨리 상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소금을 많이 사용하게 되고 북쪽으로 올라 갈수록 저장성이 좋기 때문에 소금을 덜 사용하는 것이다.

 

 

순수한 소금은 공기 중에 놓아두면 흡습성이 강하여 공기 중의 습기와 대기 중의 오염물질을 빨아들여 정화시키는데 그러한 유해성분들을 저장하여 간수를 만들어 낸다. 김치를 절일 때 소금물을 배추 속으로 침투시키면 배추의 물이 밖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 때 절인 배추를 물로 잘 헹궈내면 좋은 맛을 내는 김치를 만들 수 있으나 잘 헹구지 않으면 김치의 맛이 쓰게 된다. 이는 소금에도 안 좋은 성분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이 남게 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좋은 맛을 내는데 방해가 되는 소금의 불순물 성분을 제거하기 위하여 조상들은 소금을 몇 년씩 두어 간수가 빠진 다음에 사용하였고, 오늘날에는 열로 유독성분을 제거하여 사용하고 있다.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높은 온도에서 볶아야 하는데 이 때 유독가스가 많이 나오게 된다. 1,000oC 보다 높은 온도에서 최소한 2시간 이상은 구워야 불순물이 대부분 제거 되고 유용한 미네랄만이 남아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으므로 볶거나 구운 소금을 사다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다.

 

 

서양 사람들이 즐겨 먹는 고기류에는 나트륨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비하여 채식을 주로 하는 우리네들은 나트륨이 적게 함유되어 있는 채소, 곡류 등을 먹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짠 음식을 많이 먹고 있다.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음식이라고 느끼면 이내 그것을 선택하는데 이것은 자연의 이치이다. 남해안 지역에서 자라온 사람들이 북쪽으로 이동해서도 계속해서 짜게 먹는다든가,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는 조금 짜게 먹고 겨울철에는 약간 싱겁게 먹는 것이 좋은데 일 년 내내 같은 형태의 음식으로 같은 양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다. 계절, 기후에 따라 또는 자신의 운동량에 따라 한 번쯤은 자신이 먹고 있는 소금의 양을 생각해보고, 조절할 필요가 있다. 과다한 소금의 섭취로 혈액 속에 나트륨의 양이 많아지면 각종 성인병의 원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트렌드에 맞추어 라면 회사들도 최근 나트륨 저감화 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자세를 보여 주어 과거 보다 많은 양의 나트륨을 줄여 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매운맛 또는 감칠맛 강화 등으로 극복이 가능하다. 싱거운 맛을 꼭 소금으로만 조절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식초나 고춧가루 등 다른 식재료가 대신해 줄 수 있는 일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나트륨이 줄어든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편견 해소이다. “어쩐지 저염 식품은 맛이 없을 것 같아!” 라는 선입관을 갖고 소금을 많이 첨가하거나, 저염식품을 기피하는 등의 우는 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