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oodle talk

[푸드칼럼] 소박한 시골여행 길에서 만난 '웃기는 짬뽕'

소박한 시골여행 길에서 만난

웃기는 짬뽕 

 

 

 

<웃기는 짬뽕>

 

 

 

면사무소는 면의 행정 사무를 맡아보는 기관이다. 이 명칭을 재미있게 해석한 이들이 있다. 분명 파스타나 국수를 파는 음식점인데 가게 문패에는 떡 하니 '면사무소'가 적혀있다. 서울과 지방에 더러 있는 이런 집들은 손님들의 박장대소를 부른다. 주인장의 센스에 박수를 보낸다. 어찌 보면 쭉쭉 늘어지는 '면'을 '운영'해 맛을 내는 것이니 '사무소'라 해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다. 면 요리 애호가가 늘면서 전국에 제법 면을 잘 삶고 맛을 내는 고수들이 많다. 새로운 면 요리를 개발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전북 김제시 금구면에도 그런 이가 있다. 금구면 면사무소 앞에 있는 '예촌'의 주인이다. 예촌의 본래 이름은 면사무소였다. 가게 명을 바꾼 사연이 재미있다. 그의 가게는 금구면 면사무소 앞에 있었다. 이 집 음식 맛에 반한 이들이 얼핏 '면사무소'란 이름만 기억하고는 예약전화나 위치 문의를 금구면 면사무소로 한 것이다. 문의 전화로 업무에 지장이 많았다. 공무원들은 박씨에게 "제발 가게 이름을 바꾸면 안 되겠느냐"고 간청했다. 어떤 면 음식을 만들기에 고즈넉한 1번국도의 2~3분 거리에 있는 한적한 이곳이 인기를 끄는 것일까?

<예촌 전경>

 

 

 

예촌의 '예촌정찬'에는 세겹수육, 묵은지, 곰취장아찌 등이 나오는데, 이것들과 같이 나오는 양은냄비국수가 더 눈길을 끈다. 정찬의 품격을 높인다.

 

<예촌 정찬>

 

 

 

<세겹수육, 묵은지, 곰취장아찌와 양은냄비국수>

 

 

 

찌그러진 냄비 모양이 정감이 가는데다가 양이 많아 둘이 먹어도 남을 정도다. 촉촉하게 삶은 면은 목 넘김이 좋다. 구수한 육수는 건강한 먹거리로 만들었다고 자랑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차림표에는 자랑스럽게 '1988년에 문 열었는디요, 안즉꺼정 한 번도 미원 같은 거 넣어 본 적이 없당게요'라고 적혀있다. 박씨의 아내 이순임(54)씨는 멸치국물이 모든 음식의 조미료라고 말한다.

 

<양은냄비국수>

 

 

 

박씨의 국수자랑은 이것만이 아니다. 그는 '웃기는 짬뽕'을 개발했다고 말한다. 중국집만 짬뽕을 만들라는 법은 없다. 전국의 유명하다는 짬뽕집을 다 다녀봤다는 그는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고추기름도 아니고 고추 맛 기름을 붓고 캡사이신 잔뜩 넣은 것들이 많았다는 맛 평가다. 그런 이유로 직접 개발해보겠다고 결심했다. 그가 만든 짬뽕은 푸짐하다. 면이 엄청난 고명에 덮여 보이지 않을 정도다. 홍합, 고사리, 연근, 유자묵, 크로렐라묵 오미자묵이 고명이다. 색색의 묵은 쫄깃하고, 고사리는 육개장이 아닌가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식용유, 생강, 양파 등을 볶아 기름을 냈다"고 그는 말한다. 짬뽕치고는 정말 푸짐해서 '웃기는 짬뽕'이라고 그는 이름 붙였다.

 

<웃기는 짬뽕>

 

 

 

이런 센스는 그의 과거 이력을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 그는 리비아에서 맛과 인연을 맺었다. 1985년부터 2년간 대우건설 리비아 공사현장의 요리사로 일했다. 간부식당은 그의 책임이었다. 김우중 회장이 현장을 찾으면 국수를 삶았다. 국수 디엔에이(DNA)는 그때부터 형성된 것일지 모른다. "교민들이 키운 배추로 김치도 담갔다." 추억담이 줄줄이 이어진다.

 

<예촌의 박 대표>

 

낡은 한옥이 골목길에 있고 노란 가로등이 지나는 행인을 비추는 금구면은 소박한 시골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아늑한 정취를 선사한다. 그 길에 국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