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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맛의 비밀' 시리즈② 발렌타인데이와 초콜릿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시리즈 ②

발렌타인데이와 초콜릿

 

 

 

 

<킷캣, 츄파춥스 캔디, 초코듀오 등>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는 3세기 후반, 순교한 발렌티노 성인을 기리기 위해 가톨릭교회에서 정한 날로, 성인의 숭고한 정신을 따르며 미사와 기도를 바치는 기념일이다. 그런데 왜 축제로 바뀌었을까?

 

 

 

발렌타인데이와 초콜릿

 

타임머신을 타고 AD 269년경으로 가보자. 당시 로마의 클로디우스 황제는 강한 군대를 가지고 싶어 했다. 전투력이 좋은 군대로 전쟁을 해 나라를 이끌고 싶어했던 그는 금혼령을 내렸다. 젊은 남자들이 결혼을 하면 가정을 떠나 군대를 가고 싶지 않아 했기 때문에 금혼령을 내려 이를 막고자 한 것이었다. 이에 발렌티노 주교는 젊은 연인들이 몰래 성당으로 찾아오면 결혼식을 올려 주었다.

 

이런 사실을 알고 화가 난 황제는 발렌티노 주교를 불러 회유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화가 난 황제는 로마신을 믿기만 하면 살려주겠다고 회유하였으나 주교의 의지를 꺾을 수 없게 되자 처벌을 하였다. 심한 매질을 당한 발렌티노 주교는 목숨을 거두게 되었고, 가톨릭교회는 이런 발렌티노 주교의 숭고한 정신을 떠받들고 그 뜻을 기리는 기념 미사를 바치게 되었는데 그 날을 2월14일로 정하였던 것이다.

 

그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는 젊은 연인들 사이에 발렌타인 주교님의 뜻을 기리며 카드나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발전하여 왔고 최근에는 초콜릿 제조 회사의 마켓팅 전략에 따라 초콜릿을 선물하는 풍습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초콜릿의 성분 ‘엔도르핀’과 그 효과


초콜릿을 선물로 전하는 이유는 초콜릿이 함유하고 있는 성분 때문이다. 연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엔도르핀 생산을 증진시킬 수 있는 물질이 함유된 식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초콜릿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신경전달물질로는 페닐에틸아민, 세로토닌, 엔도르핀 효과가 있는데 그 중 엔도르핀의 진통 효과는 모르핀의 효과를 능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환자들이나 또는 수술 후 심한 통증이 찾아올 때 환자들이 맞고 싶어 하는 마약과도 같은 진통제가 바로 모르핀인데 이 효과의 백배나 강한 것이 엔도르핀이다. 뇌 속에서 생성되는 마약이라고 불리는 엔도르핀은 체내에서 자발적으로 생성되는 모르핀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엔도르핀이라고 부른다.


우리 몸이 외부 환경으로부터 혹은 심적으로 강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느끼게 되는 통증이나 불안 등을 경감시켜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게끔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엔도르핀이다.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본능에 의해 항상 조절이 되고 있다. 요로결석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돌이 요관을 빠져 나오면서 우리 몸에 가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프고 괴롭다. 결석 환자의 고통이나 산모가 출산하는 과정에 느끼는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것도 알고 보면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고통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여성이나 남성 모두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고통은 이루 말 할 수는 없는 것이며 그래서 긴장되고 답답한 마음을 초콜릿을 먹고 극복한 다음 이야기 해보면 어떨까하는 데에서 초콜릿이 오고 가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초콜릿에는 강한 신경자극물질이 포함돼 있는데 이 물질이 긴장을 완화시키고 편안한 느낌을 갖도록 유도하며 엔도르핀 생산을 촉진한다. 초콜릿을 먹고 엔도르핀이 충만하다면 사랑의 기쁨이 몸과 마음에 가득 찬 상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스웨덴의 페르손 박사 연구팀은 다크 초콜릿이 안지오텐신 전환효소의 혈중수치를 감소시켜서 혈압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혈압을 상승시키는데 관여하는 효소를 작용하지 못하도록 억제함으로써 혈관이 수축되는 것과, 고혈압으로 상승되는 것을 막아 진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그 물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마음이 진정되고 혈압 상승이 멈추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마야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초콜릿의 원료로 사용하는 카카오 열매를 진정제로 사용해 왔다. 전쟁을 앞둔 병사들은 흥분하기 마련이고, 전장에서 자칫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냉정을 찾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였다. 따라서 전쟁에 나가는 전사들에게 초콜릿을 먹여 왔던 것으로 여겨진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중독성을 유발하는구나!’ 하는 점을 발견할 수가 있다. 초콜릿 속의 성분이 엔도르핀의 형성을 도와주는데 강력한 쾌감을 수반하지만 중독성이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몸은 엔도르핀의 중독성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자제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콜릿 홀릭


초콜릿홀릭은 초콜릿을 자제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가 맛있다고 하며 좋아하는 것들은 대부분 초콜릿처럼 중독성이 있다. 단 것을 좋아하여 당뇨병에 걸리거나 짠맛을 즐겨 음식을 지나치게 짜게 먹거나 하는 것은 자제 능력이 조절되지 못하여 나타난 증세이기도 하다. 따라서 초콜릿에 빠져들어서는 안 될 것이며 스스로 자제하여 적당한 양을 취해야 할 것이다. 


세상은 스피드하고 스마트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랑도 초스피드로 진행되는 것 같다. 초콜릿을 많이 먹고 사랑을 빨리 고백하기 보다는 은은한 사랑을 나누어 보는 것은 어떨까?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의 패스트 러브보다는 슬로우 푸드 시대의 은은하게 가꾸어나가는 사랑이 있는 구시대 스타일을 나는 더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