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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문정훈 교수의 식품심리학② <우리는 식품을 사는 것인가, 식품 포장을 사는 것인가>

문정훈 교수의 식품심리학 ②

우리는 식품을 사는 것인가, 식품 포장을 사는 것인가




마트에는 영업사원이 없다


마트에 가면 수 천가지의 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매대에서 저마다 사가라는 손짓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 손짓은 영업사원의 것이 아니다. 소리 없는 몸짓, 제 각각 입은 매력적인 옷으로 ‘나를 사가시오!’ 라고 하는 손짓은 바로 ‘포장’이다. 식품 판매는 사실 이윤이 많이 남는 장사가 아니다. 각 제품에 영업사원이 붙는다면 지금 가격의 서 너배 이상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식품 회사는 제품의 포장에 많은 신경을 쓴다.


소비자들에게 식품 구매 의사결정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맛’이라 대답한다. 하지만 우리는 식품의 맛을 보고 구매하지는 않는다. ‘맛있어 보이는’ 식품을 구매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사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소비자들은 ‘포장이 맛있어 보이는’ 식품을 구매한다. 




첫 구매는 포장, 재 구매는 맛


마트의 매대 앞에 서면 유독 눈이 가는 포장이 있다. 일단 소비자 눈에 띄지 않은 포장은 ‘구매 당할’ 확률 조차 없다. 일단 눈에 꽂혀야 손이 간다. 자, 이제 두 번째 관문이다. 소비자 손에 들린 식품은 이리저리 관찰 당하게 된다. 소비자는 제품을 손으로 잡고 느낌, 소위 말하는 ‘그립감’을 느껴본다. 묵직하면서 무언가 좋게 느껴지는 그립감의 식품은 드디어 쇼핑 카트로 들어간다. 쇼핑 카트에 들어가지 않는 식품이 계산대에 올라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리고 집에 가서 먹어 보고 맛이 좋으면 다음 번 마트 방문 시 다시 구매한다. 즉 첫 구매는 포장, 재 구매는 맛이라는 것이다. 




<무게감 표>




어떤 포장이 소비자들의 손을 부를까? 위의 <무게감 표>를 보자. 이 표는 Deng과 Kahn이라는 학자들이 수행했던 연구 중 일부이다. 


식품 포장에는 식품의 사진이나 그림 들어가 있기 마련인데 포장지의 어느 위치에 그림이 있느냐에 따라 소비자들이 느끼는 제품의 무게감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구매행동도 달라지더라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즉, 포장지의 위쪽이나 왼쪽에 제품의 사진이 위치하면 소비자들은 생각보다 제품이 가볍다고 느끼고, 반면에 아래쪽이나 오른쪽에 제품의 사진이 위치하면 생각보다 제품이 무겁게 느낀다는 점이 그 첫 번째 발견이다. 


이어서, 소비자들은 같은 값이면 중량이 더 나가는 식품에 끌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제품의 사진이 아래쪽이나 오른쪽에 위치한 포장의 제품을 더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제품 포장에서 제품의 이미지는 대부분 포장의 오른쪽 하단에 위치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식품 기업들도 다년간의 경험으로 이 원리를 이미 체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포장장 하단에 이미지가 삽입된 제품들>




식품 라벨에 지배되다


미국 코넬대의 식품 마케팅 학자인 Wansink 교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품시식 실험을 수행하였다. 이 때 하나의 속임수를 썼는데 똑같은 쿠키 제품을 두 개의 다른 포장지에 집어 넣었다. 하나는 특별한 라벨 표시가 없는 쿠키 포장지였고, 다른 하나는 똑같은 포장지 이지만, '유기농’이라는 라벨을 추가로 부착했다. 그리고 시식 후 각 쿠키의 칼로리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사람들은 같은 쿠키를 먹었음에도 유기농 라벨이 포장지에 붙어 있었던 제품을 선호했다. 칼로리도 더 낮고, 지방 함량도 낮다고 이야기를 했고, 이외에도 섬유소를 포함한 다른 영양소는 많다고 했다. 또한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포테이토 칩과 요거트로 실험을 진행했지만 놀랍게도 결과는 동일했다. 실제 맛은 동일했음도 불구하고 구매 관련하여 다른 의사결정을 내린 것이다.




동그라미와 네모


<둥근 푸딩 용기와 각진 푸딩 용기>




위의 사진은 요거트 용기와 비슷하게 생긴 포장이다. 실제 이 용기는 푸딩을 담는 용기이다. 색과형태가 모두 다르다. 왼쪽은 둥근 형태의 포장이고 오른쪽은 각진 형태의 포장이다. Ares와 Deliza라는 연구자들은 동일한 푸딩을 서로 다른 용기에 판매할 때의 반응이 어떤지 남미지역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알아보았다. 


검은색, 하얀색, 노란색 랜덤으로 색을 배정하고 형태를 다르게 제시하였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각진 용기에 담긴 푸딩이 동그란 용기에 담긴 푸딩보다 칼로리가 더 낮다고 여기는 경향이 관찰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그란 용기에 담긴 푸딩이 더 부드럽고 달콤하다고 느꼈다! 심지어는 각진 용기에 담긴 푸딩이 동그란 용기보다 더 꾸덕꾸덕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이번엔 용기의 색으로 비교해 보았더니, 같은 푸딩을 먹었음에도 하얀색 용기에 담긴 푸딩이 노란색이나 검은색 용기에 담긴 것보다 더 풍부한 우유의 향이 느껴진다고 소비자들은 반응했다. 반대로 검은색 용기에 담긴 푸딩은 쓴맛이 느껴진다고 이야기했다. 동일한 푸딩을 먹었음에도 용기의 모양, 색에 따라 맛 자체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에 따른 선호도 달라진다고 하니 사람의 오감과 마음은 참으로 믿을게 못되나 보다.



우리는 식품을 사는 것인가, 포장을 사는 것인가

이쯤 되면 혼란스럽기 까지 하다. 똑같은 제품인데도. 단지 식품 포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맛도 다르게 느끼고 선호도 달라지며 구매의사도 달라진다. 게다가 식품 포장지에 인쇄된 사진의 위치가 다르다는 이유로 구매행동이 달라진다. 


우리는 식품을 사는 것인가, 포장을 사는 것인가? 아니, 우리는 식품을 먹는 것인가, 포장지를 먹는 것인가? 이처럼 사람의 맛에 대한 인지는 단지 혀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는 아주 복잡한 현상으로 심리학, 행동과학적인 관점까지 동원하여 우리를 바라볼 때 식품에 대한 우리의 행동을 겨우 이해할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우리의 맛에 대한 감각이 다른 외부 요인에 의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함께 여행해 보기로 하자.










<본문 內 이미지 자료 출처 - 관련 논문 중 발췌>


1. 무게감 

Deng, X. and B. E. Kahn (2009), 'Is your product on the right side? The “location effect” on perceived product heaviness and package evaluation'.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46(6), 725-738

 

2. 푸딩컵

G. Ares, R. Deliza (2010), 'Studying the influence of package shape and colour on consumer expectations of milk desserts using word association and conjoint analysis', Food Quality and Preference 21, 930-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