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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훈 교수의 식품심리학③

<맛을 혀로만 느낄까?>

 

 

 

[맛의 과학]

 

어렸을 때 과학 교과서에 나온 ‘맛을 느끼는 혀의 위치’를 본적이 있는가? 그 그림에는 친절하게도 혀의 앞쪽엔 단맛, 옆쪽에는 신맛과 짠맛, 그리고 혀의 뒤편에는 쓴맛을 느낀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시험 문제에도 그렇게 나왔었다. 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다. 이 잘못된 정보는 19세기 후반에 보고된 연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이후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혀의 어떤 부위에서든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혀에 고루 분포되어 있는 미뢰가 이런 맛들을 느낀다.

 

그렇다면 맛에는 어떠한 종류가 있을까? 일단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그리고 감칠맛이 있다. 최근 연구에서 혀는 이 다섯 가지 맛 이외에도 다른 맛을 더 느낀다는 것을 발견했다. 금속맛, 지방맛, 깊은맛이 그 세 가지의 새로운 맛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은 이런 반론을 제기한다. ‘아저씨, 딸기맛, 오렌지맛, 사과맛도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 혀가 느낄 수 있는 맛은 도대체 몇 개라는 이야기일까?

 

실은 이 ‘딸기맛’은 맛이 아니라 향(flavor)이다. 즉, 이런 딸기향, 오렌지향, 사과향은 혀가 느끼는 것이 아니라 코가 느끼는 것이다. 코가 느끼는 향은 우리가 흔히 냄새를 맡을 때처럼 콧구멍을 타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도 있지만, 입 속에 있는 음식물을 씹을 때 나오는 향이 목의 안쪽에서 코로 올라가는 것이 더욱 강하다. 즉, 딸기향 사탕을 먹을 때 이것이 달콤한 딸기의 맛이라고 느끼는 것은 일단 혀가 단맛을 느끼고, 딸기향이 목 안쪽으로부터 코로 올라가면서 우리의 뇌는 ‘달콤한 딸기의 맛’으로 인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기에 걸려 코가 막히면 음식이 맛이 없게 느껴진다. 또한 눈을 가리고 코를 막았을 때 생양파를 씹으면 많은 사람들이 사과를 먹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도 같은 원리이다.

 

<오감과 향기로운 과일들>


여기서 질문을 한번 던져 보자. 그렇다면 맛은 혀와 코로만 느끼는 것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결코 아니다.’ 자, 이제 심리학과 행동과학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MIT 맥주의 맛은 좋을까?]


미국 최고의 대학 중 하나인 MIT는 보스턴에서 지역 주민들을 모아 놓고 맥주 시음회를 가졌다. 이 시음회는 MIT 대학에서 새롭게 개발한 맥주를 지역 주민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였다. 행사의 일부로 새롭게 개발된 MIT 맥주와 보스턴의 지역 맥주와의 비교 시음을 하였다. 80%의 사람들이 지역 맥주보다 MIT 맥주가 더 맛있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 시음회는 사실 제대로 된 시음회가 아니었다. 실은 MIT가 개발한 새 맥주는 거짓이었고, 함께 비교 실험했던 보스턴 지역 맥주와 동일한 맥주에 식초를 두 방울 떨어뜨린 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은 최고의 대학 MIT가 개발한 새로운 맥주가 거의 동일한 지역 맥주보다 훨씬 맛있다고 느꼈다.


우리 서울대 푸드 비즈니스 랩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맥주 비교 시음회를 개최하고 국내 맥주에 수입 맥주 브랜드를 붙였더니 원래 맥주보다 더 맛있다고 소비자들은 판단하였다. 반대로 수입 맥주에 국내 맥주 브랜드를 붙였더니 더 맛없다고 소비자들은 판단하였다. 국내 맥주에 대한 불신감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똑같은 맥주를 마셔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에 따라 음식의 맛을 실제와 다르게 느낀다.

 

 


[소리와 맛]


바삭거리는 소리는 매력적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유전자 어딘가에는 ‘바삭함’에 대한 선호의 코드가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선호에 대해 어떤 학자는 우리가 수렵 채취시대부터 먹었던 ‘바삭한’ 곤충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바삭함’은 신선함과 직결되고, 신선하지 않은 것을 먹으면 내 몸에 해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출발한 선호인지도 모른다. 바삭한 감자 칩의 반대말은 눅눅한 감자 칩이다. 눅눅한 감자 칩은 바삭한 감자 칩보다 상했을 가능성이 높다.

 

<바삭한 감자칩 - 농심 수미칩>


식품 회사들은 소비자들이 입에 넣고 씹었을 때 바삭한 식감과 소리를 만들어 내는 데에 많은 연구 비용을 들인다. 같은 맛이라면 바삭한 식감과 소리가 나는 음식을 소비자들은 좋아한다. 나처럼 예외적으로 부드러운 식감을 극도로 선호하는 진화한(?) 사람은 예외이겠지만(나는 조금만 바삭한 것을 먹어도 입천장이 너덜너덜 까져버린다!), 이러한 소비자의 선호 때문에 특히 우유를 부어 먹는 시리얼의 경우 우유 속에서 오랜 시간 두어도 눅눅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기술로 취급된다.


그러나 식품 그 자체의 특성으로 인해 더 이상 바삭하게 만들기 어려운 식품도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빠르게 바삭함이 사라지는 식품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어필해야 할까? 바로 포장지를 만졌을 때 바삭거리는 소리를 나게 하면 된다. 실제 빵을 판매함에 있어서 일반적인 비닐에 넣을 때보다, 만졌을 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많이 나는 재질의 비닐에 빵을 넣었을 때 소비자들은 그 빵이 훨씬 더 신선하고 맛있다고 느낀다.

 

 

 

[주술적 행동과 맛]


얼마 전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케이크의 맛에 대한 실험이 있었다. 한 쪽 그룹의 사람들에겐 특별한 행위 없이 케이크를 먹게 했고, 다른 그룹의 사람들에겐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노래를 부르고 난 후 똑같은 케이크를 먹게 했더니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 후 케이크를 먹었던 사람들이 그 케이크를 훨씬 더 맛있게 느꼈다.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의식 행위(Ritual) 효과’라고 한다. 무언가를 마시거나 먹기 전에 어떤 의식행위를 하면 맛이 더 좋게 느껴진다는 이야기이다. 이것도 역시 선사 시대 이전에 사냥한 고기를 구워 먹기 전에 불 옆에 둘러 서서 함께 춤추고 놀았던 기억이 우리 유전자에 남아있는지 어떤지는 몰라도, 이러한 일종의 주술적 행동을 하고 나면 음식이 훨씬 맛있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농심에게 3분 컵라면을 끓이는 행위를 일종의 주술적 행동, 의식 행동으로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예컨대 짜장 컵라면의 경우 뜨거운 물을 부은 후 물을 다시 비워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때 이 절차를 단순히 ‘용기에서 물을 따라내세요’로 하지 말고, 소비자들로 하여금 ‘뚜껑에 젓가락으로 구멍을 뽕! 뽕! 뽕! 세 번 뚫고 물을 시원하게 비워내세요’로 유도해서 이 행위를 일종의 주술적 행위로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혹은 라면이 익는 3분 동안 훌라 춤을 추도록 하는 것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웃기게 들리겠지만 절대 농담이 아니다!).

 

 

 

[맛은 온몸으로 느낀다]


똑같은 음식이더라도 플레이팅을 예쁘게 하면 더 맛있게 느껴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라는 옛말은 심리학적으로 매우 과학적인 결과이다. 맥주도 거품이 풍성하게 보이고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오는 것이 보이는 유리잔에 마실 때 더 맛있게 느낀다. 불투명한 컵에 부어서 마시면 왠지 맛이 없게 느껴진다.


기본적인 맛의 요소는 혀와 코로 느낀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느끼는 맛은 시각적인 요인과 청각적인 요인, 그리고 촉각적인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예전의 경험과 기억이 지금 이 순간 내 미각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MIT라는 대학에 대한 좋은 감정이 MIT 맥주가 더 맛있다고 느끼도록 하였고, 국내 맥주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국내 맥주가 실제보다 더 맛없다고 느끼게 만들었다.


누들푸들의 주부들이여! 오늘 저녁 찌개의 맛이 살짝 자신 없으시다면, 식탁에 모인 가족들에게 이유는 묻지 말아 달라며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한 번만 박수 치면서 함께 부르고 밥을 먹자고 해보자. 아니면 함께 식탁을 세 바퀴 돌면서 영화에서 보던 인디언 흉내를 내보고 밥을 먹자. 하나 유의해야 할 점은 이런 주술적 행동이 너무 길어져서 찌개가 식으면 안 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