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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쌉살 얼갈이 김치말이국수

쌉살 얼갈이 김치말이국수

 

 

내 입 맛에 맞다고 남들 입에도 맞으리라는 것은 경우에 맞지 많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짐작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 중에 절대 다른 사람은 싫어할 일은 없을 것 같은 확신이 드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다라는 사실에 당혹감을 느끼게 되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을 것 이다.

 

 

 

<메밀면이 담기기 전에 먼저 밥을 한 움큼 얼음물에 담그었다가 건져내 담는다. 이 비주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주문 받을 때에 꼭 김치말이 내에 밥이 말아져 있음을 고지한다.>

 

 

이 김치말이 국수는 내겐 무척 익숙한 맛이고 또한 누구나 좋아할 보편적인 맛이라고 확신하던 음식이었다. 그렇지만 몇 년 전에 지인과 같이 이 김치말이 국수를 먹으러 갔다가 놀랄 만한 경험을 했다. 이 김치말이란 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김치국물 속에 찬밥이 들어가 있는 것 인데 붉은 김치국물 속에 찬밥을 말아 먹는 일이 흔한 경험일 수 없어서 그런지 지인은 맛이 아니라 밥이 말아져 있는 그 상황에 당황하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질겁하는 수준이었다.). 이때 내가 확신을 갖는 맛에 대한 반응이 전혀 다를 수가 있구나 하는 사실을 실감나게 경험하게 되었다. 내가 김치국물에 밥이 말아져 있는 음식에 처음부터 거부 반응이 없었던 것은 아마 어릴 때에 국수를 좋아하시는 아버지께서 항상 밥과 같이 드시는 습관 때문에 나도 자연스럽게 얻게 된 습관이고 국수를 먹을 때에 밥이 없으면 항상 허전해 하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다. 그래서 음식은 단순히 혀끝 맛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생활방식, 추억 등등이 담긴 인간사 모든 것이 담긴 종합적인 집합체라고까지 생각한다면 좀 지나친 건가.

 

 

 

<요리를 담당하는 주방장님이시지만 독특하게 호칭이 실장님이시다.>

 

 

‘우촌’과의 첫 인연은 20여년 전 직장인 시절 지방 출장을 다녀올 때면 항상 그 앞을 지나 서울로 들어올 때에 들러서 마지막 식사를 하던 곳이 되면서 시작되었다.  이 집에 들러 김치말이국수로 식사를 해야 힘들고 긴 출장이 비로소 끝나는구나 하는 느낌이랄까.  마치 조선시대 보부상들이 한양을 들락거릴 때에 주요 외곽에 주막을 거쳐가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첫 인연 이후 이십 여 년이 흘렀지만 이 집 내외관은 전혀 변화가 없다. 세월이 흘러도 입맛은 저절로 기억을 하게 되는데 이상하게 이 집에 대한 맛의 기억은 정확히 기억해 낼 수가 없었다. 단지 당시 최고였다는 생각 밖에…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서 취재 전에 미리 가서 피상적이기만 했던 맛의 기억을 되살린 후 다시 가서 취재를 하게 되었다. 

 

정확하게 재료에 따른 이 음식의 명칭을 굳이 말하자면 ‘얼갈이 김치말이 밥 국수’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집에서는 그냥 ‘사리 김치말이’라고 부른다. 아마 냉면의 사리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한다. 통칭 ‘김치말이국수’라고 하면 그냥 묵은 배추김치와 김치국물에 밀가루로 만든 소면을 말아 먹는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이 집은 그것과는 재료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면은 냉면의 그것과 같은 메밀면을 사용한다.>

 

 

우선 재료면에서 나이가 어린 사람 보다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 더 호감이 갈 재료들이다. 쌉쌀한 맛의 얼갈이 배추에 물냉면과 똑 같은 메밀면. 일반 묵은 배추김치의 자극적인 맛은 찾아볼 수 없다. 밋밋한 냉면 맛에 중독되듯이 이 자극적이지 않은 얼갈이 김치말이국수에도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면과 밥이 들어가기 전 얼갈이 김치만 담겨 있는 모습>

 

 

 

<김치국물에 밥이 말아져 있는 비주얼에 적응 못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1979년에 평안북도 출신 할머니가 종로 ‘대하갈비’라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7 년 동안 이태원에서 이태리 요리집을 운영하던 손자까지 3대째 운영되고 있다. 한식집을 운영하던 부모가 따로 나가 다른 나라 음식점을 운영하던 아들 보는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리고 다시 자신 곁으로 돌아온 자식 보는 부모의 마음은 또 어떠했을까. 축적된 맛과 세월이 있는 만큼 단골 중엔 오세훈 전서울시장, 이한동 전총리, 이수성 전총리 등 유명인도 다수 있다.

 

 

 

<2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외관이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변화가 심한 대한민국에서 이런 우직함이 반가운 집이다.>

 

 

이제 막 3대째가 시작된 만큼 또 다른 전통을 쌓아 갔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도 있다. 맛이야 변화를 주기 어렵겠지만 전통의 맛이(한국적인 이미지가 아니다.) 느껴지는 가게 이미지에 관한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