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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장판식 교수의 '식품바로알기'⑤ 콜레스테롤 파헤치기!

장판식 교수의 '식품바로알기'⑤

콜레스테롤 파헤치기!

 

 

 

일반적으로 콜레스테롤(cholesterol)이라고 하면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는 나쁜 것으로 인식되어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콜레스테롤이 몸에 나쁘기만 한 것일까? 콜레스테롤이란 어떤 물질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콜레스테롤은 하이드록시기(-OH)와 이중결합(C=C)을 하나씩 가진 스테로이드 구조의 화합물이며 가장 대표적인 스테롤 중의 하나이다(그림 1). 동물 세포에서 주로 발견되며 간, 척수, 뇌, 신경조직 등에 많이 존재한다.

 

 

 

<콜레스테롤 구조>

 

 

 

콜레스테롤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많지만 사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필수 요소이다. 먼저 세포막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성분으로서 생리적인 온도 범위 내에서 세포막의 유동성을 조절한다. 콜레스테롤의 하이드록시기는 생체막에 존재하는 인지방질(phospholipid) 및 스핑고지방질(sphingolipid)의 극성 머리 부분과 상호작용하고, 스테로이드와 탄화수소 사슬 부분은 다른 지방질의 비극성 지방산 사슬과 함께 생체막 내부에 있어 인지방질을 구성하고 있는 지방산 사슬과의 상호작용으로 생체막을 밀집시키고 유동성을 낮추어 준다. 또한 콜레스테롤의 스테로이드 구조는 트랜스(trans) 형태로 되어 있어서 곁사슬을 제외하고는 고정된 평면 형태를 이루기 때문에 생체막의 유동성을 낮추게 된다. 이러한 구조적 영향 때문에 콜레스테롤은 중성 용질, 수소 이온, 나트륨 이온의 막 투과성을 감소시킨다.


다른 한편, 콜레스테롤은 세포 내 수송, 신호전달, 신경 전달에도 관여한다.
뉴런(neuron)의 미엘린(myelin) 수초에 존재하는 콜레스테롤은 자극이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절연 기능을 한다. 콜레스테롤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여러 가지 생합성의 전구물질로 작용하는 것이다. 비타민 D, 성호르몬과 부신 피질 호르몬 같은 스테로이드 호르몬, 담즙산 등은 콜레스테롤을 주요 전구물질로 하여 합성되기 때문에 콜레스테롤이 없으면 큰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이러한 콜레스테롤에는 나쁜 콜레스테롤과 좋은 콜레스테롤이 있다는 표현이 시중에 널리 퍼져있는데, 과연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것인가?


정확히 말하면 이는 틀린 표현이다. 콜레스테롤의 종류가 다른 것이 아니라 콜레스테롤을 체내에서 운반하는 지방질단백질(lipoprotein)의 종류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는 것이다. 지방질단백질은 지방질과 단백질의 복합체를 가리키는데, 그 크기와 지방질과 단백질의 비율에 따라 몇 가지 종류로 나뉜다. 그 중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저밀도지방질단백질(LDL, low-density lipoprotein)과 고밀도지방질단백질(HDL, high-density lipoprotein)이다. 콜레스테롤은 혈액 속에서 주로 지방질단백질과 함께 둥근 공 모양을 이루어 이동하는데, 지방질단백질이 형성될 때 단백질의 비율이 낮으면 LDL, 높으면 HDL이라고 한다. 이러한 지방질단백질은 구형의 입자(미셀, micelle)를 구성하는 물질로서, 구형 입자인 미셀의 바깥쪽은 친수성이 강한 단백질이나 당을 함유한 수분층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반면 중성지방질이나 콜레스테롤 에스터와 같은 소수성이 강한 분자는 미셀의 내부에 함입되어 운반된다. 그리고 양친성인 인지방질과 콜레스테롤은 지방질단백질 입자의 단일층에 함께 결합한 형태로 운반된다.


 

 

<LDL(a, 18~25 nm)과 HDL(b, 5~12 nm)의 전자현미경 사진>

 

 

 

그렇다면 LDL과 HDL이 각각 어떤 작용을 하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앞서 이미 설명했듯이 LDL은 지방질부분이 단백질부분보다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함으로써 LDL로 구성된 미셀의 입자 크기가 HDL의 경우보다 훨씬 더 크다(LDL로 구성된 미셀 입자 직경: 18~25 nm, HDL로 구성된 미셀 입자 직경: 5~12 nm, 그림 2(a) 참조). 따라서 LDL이 구성하는 미셀 입자 안쪽에 다량의 콜레스테롤과 소수성인 지방질(지방산 포함)을 갖게 되며 이에 따라 LDL은 혈중 콜레스테롤의 주요 운반체로서, 세포들에게 소수성인 지방질과 콜레스테롤을 운반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 이후, LDL이 LDL 수용체와 결합하여 세포 내 이입을 통해 세포 내에서 소포(작은 주머니)를 형성하면, 이 소포는 리소좀(lysosome)과 합쳐지고 소포 내의 콜레스테롤 에스터는 라이페이스(lipase) 효소에 의해 가수분해된다. 이렇게 세포로 운반된 콜레스테롤은 세포막 생합성에 이용되거나 다시 에스터화 되어 세포 내에 저장된다. 콜레스테롤은 항상성 조절이 되기 때문에 세포 내에 콜레스테롤이 많으면 LDL 수용체는 합성이 중단되고 반대로 세포에 콜레스테롤이 부족하면 LDL 수용체 합성이 진행된다. 이 과정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을 경우, 수용체에 결합하지 못한 LDL이 혈액에 나타나는데, 이들이 산화하여 대식세포에 포식되어 세포 내에 많은 콜레스테롤이 축적된 거품세포(foam cell)를 형성하게 된다. 이 거품세포가 혈관벽에 쌓여 동맥경화의 원인이 된다.


요약하면,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동맥경화의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160 mg/dL 이상이면 고위험수준으로 판단한다.


이와는 반대로, HDL은 단백질부분이 지방질부분보다 훨씬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함으로써 HDL로 구성된 미셀의 입자 크기는 LDL의 경우보다 더 작다(그림 2(b) 참조). 이에 따라 HDL이 구성하는 미셀 입자 안쪽에는 콜레스테롤 및 소수성인 지방질을 거의 갖지 못하게 되며 따라서 HDL은 혈중 콜레스테롤의 운반체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며, 오히려 LDL과 반대 작용인 RCT(reverse cholesterol transport) 작용을 통해 말초 조직에서 간으로 콜레스테롤을 역수송한다. 나아가, 혈장 HDL 표면의 친수성 층에 위치한 유리 콜레스테롤은 계속 에스터화된 후 HDL 내부의 소수성 층으로 이동되어서 간으로 운반된다. 따라서 HDL이 혈관벽의 콜레스테롤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HDL 콜레스테롤이 많으면 동맥경화를 예방할 수 있고, 너무 적으면 역수송 효율이 낮아져서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 않더라도 동맥경화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HDL-콜레스테롤 수치는 40 mg/dL 이하이면 문제가 되는 것으로 판단한다.


결론적으로,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 성분이며 체내에서의 함량은 콜레스테롤 운반에 관여하는 지방질단백질 종류에 의해 좌우되는데, LDL(혹은 LDL-콜레스테롤)의 농도가 너무 높거나 HDL(혹은 HDL-콜레스테롤) 농도가 너무 낮으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기에 항상 음식 섭취를 주의하여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상으로 유지할 필요는 있으며, 콜레스테롤은 대부분 몸에서 합성이 되기 때문에 음식으로 너무 많이 섭취할 필요는 없다. 적절한 식단 조절을 통해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보다는 불포화지방산이나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을 먹고, 꾸준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트랜스지방의 경우, LDL 수치는 높이고 동시에 HDL 수치는 낮춘다는 학술적인 보고가 있으므로 최대한 먹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본 내용은 서울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효소공학실 지도교수와 대학원생 여수빈 학생과의 질문과 짧은 토론 결과이며, 글쓰기에 많은 도움을 준 여수빈 학생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 본 블로그에 게시한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농심의 입장, 전략 또는 의견을 나타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