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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서민 칼국수 맛의 정형, 종로 할머니 손칼국수

서민 칼국수 맛의 정형,

종로 할머니 손칼국수

 

 

 

역시 칼국수의 진가를 확인하고 또한 칼국수의 한계를 확인하게끔 하는 방문이었다.

한계라 함은 대체로 그 재료가 한정적이라 다양한 맛에 있어서 한계를 절감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런 한계를 극복하고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 수 밖에 없는 소박함은 그 한계를 덮고도 남음이 있다. 수 많은 칼국수집을 찾아 다녀도 결국에 돌아 나올 때에 느끼는 것이 아주 음식에 소질이 없는 집을 제외하고는 크게 칼국수 통념의 맛에서 벗어나지 않음을 느끼고 허전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안 있어 또 다른 칼국수집의 문턱을 넘어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미 이 <종로할머니 손칼국수집>은 본가의 허름한 이미지와는 달리 발 빠르게 프렌차이즈 사업을 시작하여 서울은 물론 전국에 같은 이름을 여러 곳 발견할 수 있다. 깔끔한 홈페이지에서 가맹점을 모집하는 모습도 좀 이채롭다. 그래서 그런지 2대째 가게를 맡아 하는 따님이 나를 대하는 모습이라던가 촬영할 때에 좋은 각도를 언급하고 좋은 포즈를 취하시는 것이 지금까지 만나온 집들에 비해서 무척 생소하긴 했지만…  그래도 꾸미지 않은 가게 분위기와 후덕하고 싹싹한 주인이나 종업원을 보면 생소함은 금새 사라지는 것을 느낄 것 이다.

 

 

 


<반죽 숙성과 칼질 작업>

 

반죽은 미리 12시간 전에 기계로 해서 숙성 과정을 거쳐 보관하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다시 기계로 반죽을 펴서 직접 손으로 칼질한다.

수제비 반죽도 칼국수처럼 기계로 편 반죽으로 만든다.

 

<수제비 뜨는 작업>

 

대형 솥이 3개 거치되어 있다. 하나는 보충용 육수, 또 하나는 국수를 삶는 솥, 나머지 하나는 손님에게 나가는 육수를 끓이는 솥. 이런 대형 솥들이 손님들에게 얼마나 식욕을 돋게 하는 비주얼 인지 주인들은 알고 있는 지 모르겠다.

 

<국수 삶는 솥>

 

벌써 22년째 어머니로부터 가게를 이어 받아 운영하는 따님이 현재 종로 할머니 손칼국수 사장님이시다. 사용하는 재료가 대동소이 하다면 그 다음은 바로 이 면을 삶고 육수의 농도를 조절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면 삶기와 육수 농도 조절하는 작업>

 

 

 

블로거들의 후기들이 액자로 만들어져 벽에 장식되어 있는 것이 좀 생소하다.

 

<블로거 후기로 만든 액자가 걸린 실내전경>

 


<정감이 가는 음식점 실내풍경>

 

이런 실내 모습이 아직은 우리나라 서민들이 이용하는 칼국수집의 전형이지 않을까…

언제까지나 혼란스럽고 정리되지 않고 대충 사는 듯한 모습으로 남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적도 혼도 없는 싸구려 인테리어로 ‘척’하는 것 보다는 훨씬 더 인간적이고 정감이 가는 모습이다.

앞에서 얘기한 칼국수 맛의 한계를 극복하는 핵심은 바로 시장 칼국수집들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한 이런 모습들이다. 단지 약간 정리는 필요 하지만…

 

 

 

<서빙된 칼국수>

 

내용물도 무척 소박하다. 멸치 육수에 감자, 호박, 파, 김이 전부다. 면의 식감은 절대로 과하게 쫄깃하다거나 지나치게 부드러워 찰기가 없이 잘 끊어져 죽처럼 된다거나 하는 일이 없이 적절한 식감은 보장한다. 테이블마다 양념장과 김치 항아리가 항상 구비되어 있다.

 

 


이 동네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골목골목이 무척 생소할 것이다. 대부분 골목이 고깃집들로 이루어져 겨울만 아니면 저마다 문을 열고 길가에까지 둥근 테이블에 앉아 고기 굽는 모습은 장관이랄 수 있는 골목이다.

 

<음식점 외부 전경>

 

사장님 말씀이, “세상에 손님으로부터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맛있다고 칭찬 받으며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 십 번씩 희열을 느끼며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될까 생각하게 한다. 오죽하면 멀쩡하게 직장 다니던 37살 아들도 근처에 다른 국수집을 내고 엄마에게 이 일을 하게 되어 고맙다라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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