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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시리즈 ⑨ 가마솥 밥의 비밀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시리즈

⑨ 가마솥 밥의 비밀

 

 

<부뚜막의 가마솥>

 

 

전기밥솥으로 만든 밥을 먹다가 시골에 가서 가마솥에 지은 밥을 먹으면 참으로 맛있게 느껴진다. 똑같은 쌀로 밥을 지었는데 왜 가마솥으로 밥을 지으면 맛이 유난히도 맛있게 느껴질까?

 


부뚜막 솥에 밥을 해먹던 시절이 있었다. 밥뿐만 아니라 감자, 고구마, 옥수수도 삶아 먹고 국도 끓이고 솥뚜껑을 뒤집어서는 밀가루 전이나, 빈대떡, 각종 전을 만들어 부쳐 먹던 부엌의 터줏대감이 이제는 아파트의 등장으로 거의 사라져 버렸다. 지방으로 내려가는 길에 시골 밥상을 제공하는 음식점이나 장작불에 설렁탕을 준비해 주는 음식점에서는 볼 수 있는 가마솥은 이제 귀한 조상들의 유산으로 물러나 있게 되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고 가마솥 대신에 전기밥솥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밥을 지으면 예전과 같은 밥맛이 나지를 않는다고 하는데 과연 맛에 차이가 있는 것일까?

 


먼저 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생쌀에 물을 첨가하여 잠시 불리면서 물은 생쌀 속으로 스며들게 되고 쌀은 팽창되어 처음보다 부피가 늘어난다. 쌀 속으로 스며든 물은 생쌀의 조직을 단단한 상태로부터 약간 연한 상태로 만들어 주게 되며 열이 가해지면 스며든 물부터 가열이 되어 빠르게 열을 전달해 주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열이 가해지면 겔 상태라고 불리는 상태가 되는데 이것을 보통 우리는 밥이라고 칭한다. 이렇게 생쌀이 부풀고 가열되어 겔 상태가 되면 입안의 침 속에 있는 아밀레이스 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되고 맥아당으로 분해가 되면 단맛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밥이 만들어 지는 과정과 입안에서의 소화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위에서도 탄수화물을 가수분해하는 효소들의 공격을 받기 쉬운 상태로 변하였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되고 편안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열이 전달되는 과정이 얼마나 균일하게 그리고 일정하게 전달되는가에 따라 밥맛이 달라질 수 있다. 밥을 짓는 과정에서 전기밥솥과 가마솥을 이용하면 각기 다른 맛이 나게 되는 이유는 바로 물이 끓는 온도의 차이다. 지금은 산에서 밥을 지어 먹을 수가 없으나 높은 산에 올라가서 밥을 지어 보면 설익은 밥을 만들게 된다. 산 위에서는 100℃가 되지 못해도 물이 끓고 그 상태에서 밥이 되다 보니 자연 설익은 밥이 만들어 진다. 보통 물은 1기압에서 100℃가 되면 끓기 때문에 그 이상으로는 온도가 올라가지 못한다. 그러나 산 위처럼 기압이 1기압이 되지 못하면 90℃에서도 물이 끓을 수 있다.

 


한편 무거운 솥뚜껑을 올려놓은 가마솥의 경우 뚜껑의 무게 때문에 솥 안의 수증기가 밖으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고 갇힌 수증기는 솥 안의 기압을 1기압 이상으로 올려주어 열량(엔탈피)이 높은 수증기로 만들어 준다. 이렇게 높은 열량의 상태에서 빠르게 만들어진 밥은 그렇지 못한 경우의 밥보다 찰기와 향기도 훨씬 뛰어나다.

 


솥뚜껑의 무게는 일반 주부들이 혼자서 들어올리기에는 너무 무거운데 그것은 솥뚜껑의 재질이 완전히 무쇠 덩어리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손잡이부터 덮개까지 두툼한 무쇠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바로 들지 못하고 비스듬히 옆으로 밀어서 열곤 한다. 그리고 솥뚜껑은 솥의 입구를 완전히 덮어 버리고도 약간 남을 만큼 널찍한데 비하여 전기밥솥은 뚜껑이 입구 안으로 끼워져 들어가 솥 내부 안의 수증기가 쉽게 밖으로 빠져 나올 수가 있다.

 


솥뚜껑뿐만 아니라 솥의 바닥 표면도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표면적이 넓은 편이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솥의 바닥 두께는 위치에 따라 다르다. 장작불을 피우면 가장 많이 닿게 되는 가마솥의 밑바닥 중앙 부분은 다른 부위에 비해 좀 더 두껍게 만들어진 반면, 양쪽 옆 부분에서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솥의 바닥두께는 점점 얇아져 바닥부분의 두께에 비하여 반 정도까지 얇아지게 만들어졌다. 가마솥 바닥이 이렇게 만들어진 이유는 바로 열전도와 관련성이 있는데 가마솥 내부의 모든 부분에 열이 균일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제조된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맛있는 밥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가마솥 밥의 비밀은 바로 가마솥 안에서 균일하게 온도가 유지되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 그 중 하나이다.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못하면 밥을 짓고 난 뒤, 위에서부터 설익은 밥, 잘 익은 밥, 타버린 밥으로 삼층밥이 만들어지고 만다. 삼층밥이 만들어 지는 경우는 냄비에 쌀을 가득 넣어 밥을 짓다 보면 물이 부족하여 열을 골고루 전달하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냄비 구조 자체가 열을 균일하게 전달하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마솥은 가장 불이 먼저 닿는 중앙부위는 두껍게 유지하여 열의 전달이 느리게 만든 반면,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가장자리 부분은 위치에 따라 얇게 제조하여 열의 전달을 빠르게 만들었다. 가마솥의 바닥 모양은 둥글게 제작되어 열의 확산이 모두 골고루 균일하게 전달되도록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가마솥 내부의 위, 아래, 좌우 모든 방면으로의 온도 차이가 더욱 줄어들고 고르게 열이 분포되고 전달되기 때문에 모든 생쌀이 균일하게 열을 받게 되면서 생쌀의 겔화가 동시에 고르게 일어나 어느 부위에서나 밥맛을 맛보아도 밥맛이 좋다는 점이다.

 


물론 무거운 솥뚜껑으로 누르고 있어 열과 수증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것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 최근 가마솥의 장점을 살려 온도가 가능한 모든 부위에서 일정하게 유지한 압력밥솥이 소개되기도 하였다.

 


가마솥에서 짓는 밥과 함께 먹게 되는 구수한 숭늉의 맛!

어떤 차보다도 정겨움이 깃들여져 있고 왠지 어머니의 손맛이 담겨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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