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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잡채인 듯 잡채 아닌 태국의 ‘꿍옵운쎈’

잡채인 듯 잡채 아닌 태국의 ‘꿍옵운쎈’

 

 

 

태국사람들은 면요리를 정말 좋아한다. 동남아의 면요리를 생각하면 ‘쌀국수’를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만 사실 쌀면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면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다양한 면종류보다 더 다채로운 면요리가 있다.

 

 


<꿍옵운쎈>

 


우리나라에서 당면으로 만든 대표적인 요리가 잡채라면 태국에는 ‘꿍옵운쎈’이라는 요리가 있다. ‘운쎈’은 투명하고 둥글고 가는 모양이 특징적인 태국의 당면이라고 앞서 언급했다. 그럼 ‘꿍옵’은 무엇을 의미할까. 태국어에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태국음식 애호가라면 알아두면 좋은 단어가 ‘꿍’이다. 태국의 대표스프로도 유명한 ‘똠얌꿍’에도 ‘꿍’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고, 예전에 팟타이에 대한 칼럼에서도 ‘만꿍’이라는 것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이제 ‘꿍’이 꿍옵운쎈의 또다른 주재료를 의미할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꿍’은 바로 새우를 의미한다. 태국은 세계 최대 새우 수출국인 만큼 새우 생산량이 매우 높고, 따라서 태국음식에서 많이 사용되는 주재료 중 하나가 바로 새우, ‘꿍’이다. 한국에서 생새우를 넣고 요리한 음식은 비싼 편인데, 태국에서는 30바트(약 천원)짜리 밥에도 생새우 서너마리를 넣어줄 만큼 흔한 재료이다.

 


또한 태국에서 생선을 회로 먹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새우회는 태국음식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생새우는 마늘, 여주, 고추, 민트잎과 함께 먹는데, 마늘의 알싸한 맛과 ‘bitter melon’으로 알려진 여주의 쌉싸름한 맛과 민트잎의 상큼함이 새콤달콤한 소스와 어우러져 새우의 감칠맛을 더해준다. 싱싱한 새우회 한접시가 200바트(약 7천원)정도이니, 새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태국여행에서 꼭 한번 맛볼만한 음식이다.

 

 

<새우 회 무침, 꿍채남쁠라>

 

 

‘꿍옵운쎈’의 ‘꿍’을 설명하다가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다시 ‘꿍옵운쎈’으로 돌아와 정리를 하자면, ‘꿍’은 새우, ‘옵’은 증기나 열로 익히는 것을, ‘운쎈’은 당면을 의미하므로, ‘꿍옵운쎈’은 새우를 넣고 익힌 당면요리이다. 간장을 넣고 졸이기 때문에 색이 짙고 달콤 짭짤한 맛이 난다. 각종 야채를 볶아 당면과 버무리는 잡채와 달리, 꿍옵운쎈에는 새우 외에 다른 것이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표고버섯을 넣어 모양을 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당면과 새우만 넣어도 된다. 조리가 다 끝나면 고명으로 팍치(coriander)나 큰차이(Chinese celery)를 올린 뒤, 뚜껑을 닫아 숨을 죽인다.

 

 

<꿍옵운쎈 조리과정>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고수의 향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주문할 때 “마이 싸이 팍치”라고 말해 고수를 넣지 않고 먹는 것도 괜찮다. 혹자는 태국 전통의 맛을 알기위해 그들의 방식 그대로를 음미해야 한다지만, 고수 향 하나때문에 태국음식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는 사람들에겐 무작정 태국식을 강요하기보다는 그런 요소를 제거해서 먼저 친숙해지는 것도 태국음식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절충이 가장 잘 되는 곳은 단연 관광지인데, 특히 외국인이 많이 가는 관광지의 가게들은 ‘절충된 태국적인 맛’으로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꿍옵운쎈으로는 특별히 유명한 도시는 없지만, 보통 씨푸드식당에서 맛볼 수 있으므로  꿍옵운쎈도 먹고 바닷바람도 쐴 겸 후아힌으로 떠나보았다.

 

 

<후아힌 비치>

 


방콕에서 약 200 킬로정도 서남쪽으로 떨어진 곳에 후아힌이 있다. 후아힌은 국왕의 여름별장 이외에도 옛날부터 왕족들이 지은 궁전이 많아 ‘왕의 휴양지’로 통한다. 지금은 해변을 따라 고급 호텔과 리조트들이 들어서 있고 태국인, 외국인 할것없이 관광객들도 많다. 한국사람들에게 유명한 파타야와는 반대방향에 위치해 있는데, 분위기 또한 완전 다르다. 왕의 휴양지답게 도시가 전체적으로 유흥과는 거리가 멀다. 조용하고 깨끗한 백사장해변에서는 말타기를 체험할 수 있다. 해변에서 유유자적 말을 타는 것은 매우 이색적이다. 관광객들이 후아힌에서 말을 타는 체험은 아마 이곳에서 매년 열리는 폴로경기와 연관있어 보인다. 올해는 지난 4월에 PA공주배 아시안컵 폴로경기가 후아힌 비치에서 개최되기도 했다.
 

 

<후아힌 야시장>

 

 

후아힌에 놀러오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야시장이다. 관광객들이 주로 몰리는 야시장은 두군데가 있는데 한군데는 시계탑 근처에 있는 나이트마켓이고, 최근 생긴 씨카다(Cicada) 마켓이라는 곳이 있다.

 

 

<후아힌의 나이트 마켓(위 좌우), 씨카다 마켓(아래 좌우)>

 

 

두 야시장 모두 먹거리가 가득하다. 싱싱한 해산물을 직화로 구워주는 코너 앞에서는 일단 발걸음이 멈춰진다. 직화에 구운 새우와 꿍옵운쎈을 주문하자 싱싱한 새우 두 마리를 넣어 바로 요리해줬다. 새우의 탱글탱글한 맛도 좋지만 향신료를 전혀 넣지 않아 거슬리는 맛이 없다. 기본적인 맛은 찜닭에 들어가는 당면과 비슷한 맛이지만, 식감은 전혀 다르다. 한국의 당면은 씹는 맛이 있지만, 태국의 당면은 너무 얇아서 입안에서 녹아버리는 것 같다. 꿍옵운쎈은 우리의 잡채밥처럼 밥과 함께 먹어도 잘 어울린다.

 

 

<야시장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새우와 해산물>

 

 

<꿍옵운쎈>

 

 

이제 태국은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우기가 되었다. 하루에 한차례씩 하늘에 구멍난 것처럼 무섭게 비가 쏟아지지만 한바탕 오고 그치면 덕분에 선선해진 바람과 맑은 하늘이 기분을 좋게한다. 우기라서 하늘에 구름은 좀 있지만 여전히 운치있는 후아힌 해변에서 말도 타고, 바닷가 식당에서 각종 씨푸드도 즐기고, 여유로운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후아힌은 늘 정답이다. 

 

 

<후아인 리조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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