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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하상도 교수의 ‘식품의 오해’ 시리즈 ⑤ 유기농

하상도 교수의 ‘식품의 오해’ 시리즈

⑤ 유기농

 

 

 

 

 

미국은 유기농이 일반식품 대비 그리 비싸지 않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유기농=고품질”, “유기농=안전”이라는 맹신을 갖고 있다. 그래서 비싼 값을 기꺼이 치르고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유기농”은 일반제품에 비해 제품 자체의 영양소 함량이 높거나 품질과 안전성이 우수한 식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환경 친화적인 생산과정을 통해 지구생태계와 환경을 보호하는 생산기법이다. 즉, output(산물)이 아니라 input(투입) 개념이다.

 


세계 유기농 면적은 최근 10년간 3배 이상 증가했고, 유기식품 시장규모도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20% 이상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30% 성장세를 보인다고 하는데, 그 성장 배경을 살펴보면, 뒷맛이 씁쓸하다.

 


정부와 유기농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유기농을 품질이 우수하고 안전한 제품으로 둔갑시켜 소비자들을 현혹시켰기 때문에 일반제품보다 몇 배나 비싼데도 불구하고, “유기농! 유기농!”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즉, 최근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웰빙 욕구를 이용한 얌체 마케팅으로 유기농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친환경’과 ‘유기농’제품을 헷갈려 하고 있다. 정확한 개념을 알아보면, “유기농산물이란 최소 2∼3년 동안 화학비료, 유기합성농약(농약, 생장조절제, 제초제), 가축사료첨가제 등 합성화학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유기물과 자연광석, 미생물 등과 같은 자연 재료만을 사용하는 농법”을 말한다. ‘친환경농산물’은 ‘유기농’과 ‘무농약농산물’을 합친 개념인데, 예전엔 ‘저농약’까지 포함됐었다. 공신력을 가진 사전에서 조차 정의가 잘못된 경우가 있어 소비자들이 오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두산백과에 언급된 ‘친환경농산물(親環境農産物)’의 정의를 살펴보면, “환경을 보전하고 소비자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하여 농약과 화학비료 및 사료첨가제 등 합성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량만 사용하여 생산한 농산물을 말한다”로 잘 요약돼 있으나, 보충설명에 “친환경농산물은 재배할 때 몸에 유해한 물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또 맛과 향이 좋고, 영양가 함량이 높으며, 인공첨가물을 넣지 않아 신선도가 오래 지속된다”로 “맛과 향이 좋고, 영양가 함량이 높으며, 신선도가 오래 지속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말이 버젓이 포함돼 있다.

 


얼마 전 소비자시민모임에서 실시한 시중 유통 중인 ‘유기농’과 ‘일반’ 우유제품의 영양소와 유용성분 분석 결과,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유기농은 화학비료, 화학농약, 화학적첨가물 등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화학적 안전측면에서는 장점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생물학적 안전측면에서는 오히려 취약하다.

 

 

유기농산물은 재배 시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작물의 성장이 느리고 병충해 발생 등으로 생산성이 떨어져 당연히 고비용이 된다. 또한 유기농 환경관리 비용, 축산물의 경우 사료비용 등이 추가돼 가격이 비싸지는 건 당연하다. 즉, 유기농제품의 높은 가격은 제품의 품질이나 안전 보증 때문이 아니라 자손들에게 물려줄 지구생태계와 환경 보존을 위한 고비용 환경친화적 유기농법 때문이다.

 


“유기농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지나친 맹신이 소비 시 부주의로 이어져 최근 잇따른 대형 식중독 사고의 원인이 되었다. 특히 소비자가 세척과 소독을 소홀히 하며, 부주의한 보관으로 오염된 미생물의 증식을 유발해 그 위험성을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 위해미생물에 오염된 유기농제품은 육안이나 감각적으로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구매 시 판별해내기가 불가능하다. 차라리 유기농이 아닌 일반제품이었다면 세척을 철저히 하고 껍질과 상처 난 부위를 제거해 오히려 더 안전하게 섭취했을 것이다.

 


최근 ‘친환경인증’의 부적합률이 4.6%에 이른다고 한다. 과학적 검사로서 알 수가 없는 유기농인증은 신뢰기반의 산업이라 허위, 부실인증 등 소비자의 의심을 받기 시작한다면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다. 그나마 농약, 항생제가 검사 가능항목인데, 이마저도 사용했다 하더라도 휴약기간을 거쳐 검출한계 이하 수준의  미량 검출 시에는 사용 여부에 대한 판단이 불가능한 맹점 또한 있다.

 


소시모는 “안전한 유기농제품 구입, 섭취요령”으로 “공인된 인증마크 확인, 유기농전문매장이나 믿을 만한 생산‧유통업체의 제품 구입, 유기농 과일‧채소라도 꼭 세척해 섭취, 친환경 축산물은 반드시 냉장유통과 포장이 잘 관리된 제품 선택, 비싼 것이 좋다는 인식을 버리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선택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소비자” 스스로가 유기농산물은 무조건 안전하고 좋은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아야 한다. 유기농산물은 미래 환경에 대한 기부금이라는 생각으로 지구와 후손을 위해 구매해 줘야 한다.

 

 

 


 

※ 본 블로그에 게시한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농심의 입장, 전략 또는 의견을 나타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