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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문정훈 교수의 ‘좋은 음식을 먹자’ 시리즈 ② 여행 선물로 좋은 올리브유를 사려면 - 동그란 마크의 비밀

문정훈 교수의 ‘좋은 음식을 먹자’ 시리즈

② 여행 선물로 좋은 올리브유를 사려면 - 동그란 마크의 비밀

 

 

해외 여행에서 선물 사기

해외 여행이 남 일 같았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여행을 위해 돈을 번다는 사람이 있고, 자녀들의 교육과 견문을 위해 조금 무리를 해서도 가족 해외 여행을 떠나는 일이 잦다. 가까운 아시아 지역으로도 가지만, 찬란한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가 남아 있는 유럽으로 떠나기도 한다. 요즘은 발빠르게 잘 찾기만 한다면 왕복 항공료 대략 30만원으로 유럽을 왕복할 수도 있는 티켓을 구할 수도 있다. 물론 두어 번 갈아타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여행을 가는 것은 즐거운데, 한국에 돌아와야 하는 시점이 되면 걱정이 생긴다. 친척들과 친구들에게 어떤 선물을 사다 주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먹을거리를 선물하려 한다면, 그리고 여행하느라 가벼워진 당신의 주머니를 위해서라면, 나는 올리브유를 추천한다. 특히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이태리, 스페인, 프랑스, 그리스 중의 한 나라를 들렀다면, 더더욱 고민 말고 지중해 식단의 핵심인 올리브유를 선물로 사시라. 그런데 어떤 올리브유를 사야할까? 무엇이 좋은 올리브유일까?

 


지중해 지역 국가의 그 어떤 마트나 기념품점을 가도 올리브유는 반드시 있다. 그리고 그리 비싸지도 않다. 그런데 종류가 여러가지이고, 병에 붙어 있는 라벨을 읽어보아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어렵다. 그러면 물어봐야 하는데, 이제 앞으로는 가이드가 추천하는 올리브유 사지 마시라, 기념품점 사장님이 추천하는 올리브유? 사지 마시라. 딱 하나의 마크만 확인하면 된다.

 

 

<그림 1 - 지리적표시제 마크와 지리적표시제 마크를 획득한 농산물과 식품들>

 


<그림 1>에 있는 저 동그란 마크가 붙어 있는 올리브유를 집어 들면 된다. 저 동그란 마크가 붙어 있는 제품은 단지 품질이 좋은 게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스토리까지 담겨 있다. 올리브유는 이 세가지 동그란 마크 중에서 가장 왼쪽의 빨간색 마크가 대부분 달려있다. 이 동그란 마크들은 ‘지리적표시제’ 마크이고, EU가 보증하는 인증 마크다.

 

 

 

지리적표시제

이 지리적표시제 시작의 출발은 프랑스 와인이다. 프랑스 와인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되자 이를 모방하는 짝퉁들이 생겨나게 되고 이를 방지하고자 만든 프랑스의 제도가 원산지 관리제 (AOC: 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이다. 그리고 이후에 이 제도를 EU가 유럽의 '지리적표시제'의 원형으로 삼게 된다. 프랑스의 AOC에 등록된 대표적인 와인들은 보르도와인, 부르고뉴와인, 샴페인 등이 있다. 즉, 보르도 와인이라는 이름을 쓸려면 보르도 지역에서 그에 합당한, 규정에 맞는 품질 관리를 해야지만 보르도 와인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 보르도 지역에서 보르도 방식으로 만들지 않은 와인은 절대 제품에 ‘보르도’라는 지리적 명칭을 표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부르고뉴 와인도 그러하고 발포성 와인인 샴페인도 마찬가지의 규정을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마련된 EU의 지리적표시제는 크게 세가지의 인증으로 나뉘어지는데 각각 PDO(원산지 보호제), PGI(지리적 표시 보호제), TSG(전통 특산품 보증제)가 그 세가지 인증이고, 위 그림의 왼쪽에서 오른쪽순으로 해당된다. 이 지리적표시제는 신선 농산물, 가공식품, 술, 치즈 등 다양한 식품에 적용된다.

 


이 PDO는 이들 중 가장 까다로운 인증제도이다. 프랑스의 AOC를 가져와 만든 제도인데, 어떤 식품이 그 품질이나 특징이 그 지역의 기후, 역사, 토양에 본질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하며, 원재료의 생산 및 가공 등의 전과정이 전적으로 그 지역에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야만 이 PDO인증을 받을 수 있다.

 


PGI는 PDO에 비해서는 좀 완화된 규정이다. 예컨대 생산 자체는 반드시 해당 지역에서 생산을 하되, 원자재는 다른 지역에서 와도 인정은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즉, <그림 1>에 첨부된 사진에 보면 Kerisac이라는 브랜드의 사과와인은 자신이 브레타뉴의 사과와인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전통의 제품인데 PGI 마크를 붙이고 있다. 그런데 실은 이 Kerisac은 브랜드명이 아니라 이 사과와인을 오래전부터 생산해온 프랑스 서부 브레타뉴의 어떤 작은 마을의 명칭이다. 이 사과와인이 PGI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제조 지역은 Kerisac 마을로 전통적 방식으로 제조를 하는데, 원료로 쓰는 사과는 Kerisac 마을의 사과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이 사과와인이 PDO인증을 받은 사과와인이라면 원료로 쓰는 사과도 Kerisac 마을의 것이고 제조도 Kerisac에서 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PDO 인증 제품이 더 귀하고 비쌀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TSG는 지역의 전통적 레시피로 만든 식품에 부여하는 인증마크이다. 나폴리 피자가 TSG 인증을 받았다. 피자를 만들 때 나폴리 피자라고 이름을 붙이려면, 반드시 이 지리적표시제가 정한 레시피로 해야지만 나폴리 피자라고 이름 붙일 수 있다. 

 

 

 

지리적표시제 인증을 받은 올리브유를 사 보자

자, 그러면 아래의 올리브유 사례를 보자. 아래 세 개의 올리브유는 서로 다른 업체들이 생산한 올리브유지만 잘 보면 동일하게 ‘Montes de Toledo’라는 지리적 명칭을 브랜드로 쓰고 있는 올리브유다. 톨레도(Toledo)는 스페인의 수도의 서남쪽에 있는 오래된 도시이고 ‘Montes de Toledo’는 톨레도를 감싸고 있는 산간지역을 의미하는 지리적 명칭이다. 이 올리브유는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올리브로, 이 지역만의 방법으로 수확되고 제조된 것이다. 그리고 지리적표시제 인증을 받았고, 그 중 가장 높은 등급인 PDO 마크를 달고 있다. 이런 빨간색 PDO 마크가 달린 올리브유라면 뭐든 선물로 구입하면 된다.

 

 

<그림 2> Monte de Toledo 지역의 PDO 인증 올리브 오일

 


이 올리브 오일의 품질과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EU가 운영하고 있는 지리적표시제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여 검색해 보면 된다.  (http://ec.europa.eu/agriculture/quality/door/list.html)

 


친구들에게 선물하기 전에 해당 제품의 스토리를 이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한 후, 구입한 올리브유를 친구에게 선물할 때 해당 제품의 스토리를 멋지게 친구들에게 전달해보자.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Montes de Toledo 지역의 PDO 인증 오일을 저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해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 제품 설명

: Cornicabra 품종 올리브에서 추출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Montes de Toledo 올리브유는 풍부한 올레인산과 폴리페놀을 함유하고 있어 안정성이 높은 고품질의 올리브유로 시장에 알려져 있다. (중략) 올리브유의 색은 수확시기와 농장 내 수확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는 황금빛에서 녹색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 올리브유는 입안에 농후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풍부한 과일내음과 향을 가지고 있다. 잘 익은 올리브는 균형 잡힌 향과 함께 중간 정도의 쓴맛과 매운맛을 지닌다.

 


- 지리적 영역

: Montes de Toledo 언덕을 따라 Castille-La Mancha 지역에 속하는 Toledo 지방의 남서부 지역과 Cidudad Real 지방의 북서부 지역에서 자란 올리브로 기름을 짠다 (참고: La Mancha는 돈키호테가 등장하는 지역 바로 그 라 만차이다.)

 


- 원산지 증명

: 이 올리브 산지에서는 반드시 Cornicabra 품종만 재배되도록 허가되어 있다. 그리고 해당 올리브유는 인가된 시설에서만 추출되며, 완벽한 보존을 위해 인가된 용기에 보관한다. (후략)

 


- 올리브의 수확과 운송

: (전략) 올리브를 수확할 때는 반드시 직접 손으로 따거나, 나무를 흔들거나 치는 등의 전통적 방식으로만 수확해야 한다. 오직 나무에서 수확된 올리브만이 올리브유의 재료로 사용되며, 나무에서 떨어진 올리브는 반드시 제외한다. (중략) 수확된 올리브는 24시간 내에 착유 시설로 운송되어야 하고, 운반용 차량은 올리브가 망가지지 않게 적정한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중략)

 


- 지역 연계성

: (전략) Montes de Toledo 올리브유가 다른 올리브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Cornicabra라는 품종의 올리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해당 품종의 올리브를 생산하는데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오로지 이 품종만 생산하고 있다. 이 지역의 나무와 환경의 상호작용은 독특한 개성을 지닌 고품질의 올리브유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지역에 올리브 농사가 처음 시작된 것은 페니키아와 그리스 식민지 시절이며, 이후 로마 시대에 크게 발전했다. 이는 아랍이 이 지역을 점령한 시절에서부터 18세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자료들을 통해 입증되었다. 18세기 이후에도 이 곳의 올리브 농사는 지속적으로 확장되었으며,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부문으로 성장하였다 (후략)

 

 

 

어떠한가, 실로 어마어마한 품질 규정과 스토리이지 않은가? 친구에게 선물할 때 정말 기념이 될 것 같지 않은가? 이처럼 PDO에 등록된 올리브 오일은 이태리에 40여개, 스페인에 30여개, 그리스에 20여개, 프랑스에 7개가 있다. 그리 어렵지 않게 유럽의 어떤 동네에서든 구할 수 있다.

 

 

 

더불어 행복한 음식, 그리고 사회적 소비

우리가 흔히 마트에서 구매해 쓰는 올리브유는 품종도 이것저것 섞여 있고, 대규모 재배, 대규모 수확, 대규모 제조를 통해 만든다. 문화도 없고, 스토리도 없고, 농부들의 땀의 흔적을 찾기도 힘들다. 물론 이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좋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냥 올리브유일 뿐이다. 하지만 지리적표시제에 등록된 올리브유는 좋은 품질이면서, 역사와 전통이 있고, 또 로컬푸드이기도 한 선물이니, 단돈 만원으로 이 보다 더 좋은 선물을 구하긴 어려울 것이다.

 


스페인의 농부들은 올리브 나무를 돌보고 기르는 것을 ‘올리브 나무와 이야기한다’라고 표현한다. 당신이 여행하면서 지리적표시제에 등록된 올리브유를 선물로 구입했다면, 당신은 방금 스페인의 농부들이 자신의 올리브 밭에서 올리브 나무와 이야기한 것을 도운 것이다. 로컬푸드를 산 것이고, 인류의 다양한 문화유산이 보존되도록 기부를 한 것이며, 종의 다양성, 다양한 식문화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당신은 좋은 올리브유를 구입했고, 당신의 친구와 친척들은 좋은 올리브유를 먹게 된다. 당신은 더불어 행복한 음식을 구매하였고 사회적인 소비를 한 것이다. 훌륭한 일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농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운영하고 있는 지리적표시제가 있다. 이천 쌀, 상주 곶감, 횡성 한우, 기장 미역 등 우리나라 각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담고 있는 등록 제품이 100여가지가 된다. 하지만 인지도가 낮아서 아직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안타깝다.

 

 

 

 

※ 본 블로그에 게시한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농심의 입장, 전략 또는 의견을 나타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