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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엄마의 마음으로, 두부국수

엄마의 마음으로, 두부국수

 

 

자취생활을 남들 한 만큼 해 본 나로서는 대학생활의 많은 추억이 이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특히 대학생활 동안 내내 식사를 주로 대학 주변에서 해결해 왔던 나로서는 대학 근처 식당에 대한 추억이 많은 편이다.

 


이번에 찾아간 국수집은 바로 대학생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대학가 식당 중 하나다. 안암동에 이름난 국수집들이 유달리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학가 식당을 거론하게 되었다. 고대4거리를 기점으로 삼각형의 <국수 트라이앵글>이라는 제목으로 3곳을 다루고자 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한 집 만을 다루게 된 점이 아쉽다. 

 


유독 고려대학 주변, 안암동은 어째서 국수집이 많은가? 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을 해 보았다. 우선 비교적 싼 임대료 때문에 적은 자본으로 당장 할 수 있는 음식점으로 국수집을 생각한 것은 아닐까? 서울 시내 다른 대학과는 달리 이 지역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옛 동네들이 많이 남아 있다. 더불어 지방 유학생들이 많던 고려대학 학생들의 얇은 주머니 사정으로 자연스럽게 다소 저렴한 메뉴를 구성하다 국수로 귀결되면서 얻어진 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어쨌든 국수집이 많이 몰려 있는 동네가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고려대학 정문 앞 길 건너 골목의 ‘국수사랑’ 간판>

 


이번에 방문한 음식점은 오래 전부터 이름이 나 있어 위치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것만 믿고 찾아 나섰다가 정작 그 자리에 <국수사랑>은 사라지고, 비슷한 이름의 <국수랑>이라는 집이 영업을 하고 있어서 몹시 당혹스러웠다. 그 동안 없어졌나 하여 몇 번이나 주변을 배회하며 고민 하다 옆 통닭집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옮겨간 집 위치를 친절히 알려 주셔서 겨우 찾아 갈 수 있었다. 고려대학 정문 앞 길 건너 골목에 독특하고 정겨운 <국수사랑> 간판이 보였다.

 

<학생 취향의 맞춤 메뉴>

 


메뉴가 꽤 많은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비교적 응용하기 쉬운 국수, 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국수집을 방문할 때면 다른 가게들과의 비교를 위해 특별한 국수보다 가장 기본이 되는 잔치국수나 칼국수를 선택하였지만 이번에는 과감하게 두부국수를 주문했다.

 


처음에는 고향인 예산국수를 가져 다가 장사를 시작했지만 면 익는 시간이 오래 걸려 일반 평범한 면으로 바꿔 사용하기 시작했단다. 멸치, 밴댕이, 양파껍질 등으로 우려낸 국물에 파, 호박, 당근, 청경채를 넣고 끓이다 연두부 한 모를 성큼 잘라 넣는다. 미리 삶아 놓은 국수에 육수를 부어 낸다. 두부국수를 맛 보기 전에는 국물이 좀 텁텁하거나 두부에 양념이 겉돌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기우였다. 지금도 있는 지 모르겠지만 삼청공원 앞에서 새벽에 순두부를 파는 트럭이 있었다. 연두부에 양념장을 뿌려 먹는 맛이 일품이었는데 이 두부국수가 그때 그 기억을 고스란히 재현해 준다.

 

 

<국수 삶기(왼쪽 위), 육수 만들기(오른쪽 위),

국수에 육수 붓기(왼쪽 아래), 완성된 두부국수(오른쪽 아래)>

 


개인적으로 두부가 힐링 음식 중 하나라는 생각을 좀 하긴 했지만 양념과 두부를 섞어 먹는 맛은 역시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냥 잔치국수만 먹었을 때의 허전함을 이 연두부가 채워주고도 남음이 있다. 면도 양념과 적당히 잘 어울리는 맛으로 전체적으로 아주 담백한 느낌을 주는 국수다.

 


전날 미리 와서 ‘사골국수’와 ‘골뱅이 비빔국수’를 암행시식(?) 하였다. ‘골뱅이 비빔국수’는 술안주 골뱅이에 소면 추가 정도로 먹던 음식을 단독 메뉴로 보기는 처음인 것 같아서 시켜보았는데 맛으로나 양으로나 나무랄데가 없었다. 

 

 

<사골국수>

 


음식을 먹는 동안 어떤 학생이 ‘참치 김밥’을 시켰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주문한 것을 깜박 잊고 있다가 학생들이 주문을 취소하는 것을 목격했다. 다시 주문하고 기다릴 시간 여유가 없어서였다. 학생들이 식사를 마친 후 계산을 하고 나갈 때, 주인 아주머니가 ‘참치 김밥’을 돈도 받지 않고 그냥 건네는 모습을 보았다. 주문을 취소했던 그 김밥이었다. 주인의 심성과 이 작은 국수집의 손님(주로 학생)을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대학가에서나 볼 수 있는 훈훈한 장면이었다. 국수를 촬영하는 동안 옆 테이블 여학생들이 “이 집 맛있어요!” 라며 거드는 것을 보아도 학생들 사이에 이 집의 인기나 신뢰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장소로 이사오기 전, 학교에서 좀 더 멀리 떨어진 대로변에 있을 때에는 일반 손님이나 기사 손님도 많았으나 학교 근처로 옮겨 오면서 대부분의 손님은 학생들이 되었고 옛 단골 중에 물어 물어 찾아오는 일반 손님도 좀 있단다. 저렴하고 맛있고 양도 많은 국수를 먹으며 학생들 덕에 내가 혜택을 보는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양은 일반적인 가게 보다 50% 이상은 많다라고 보면 맞다.  

 

 

<무료 서비스 음식 - 각종 채소와 요구르트>

 


주머니가 얇은 학생 얘기는 옛날 일인지 요즈음은 학생들이 직장인 손님들에 비해 더 과감하게 주문한단다. 예를 들면 일반인들은 잔치국수 하나를 시킨다면 학생들은 잔치국수에 참치 김밥을 시킨다든지 하는… 자기 먹고 싶은거 다 시키는 분위기란다. 아르바이트 덕분인지, 부모한테 용돈을 많이 타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라는데 역시 라면 하나로 때우던 과거와 다른 분위기는 확실하다.  

 

 

<실내 전경(왼쪽), 정감 가는 메뉴보드(오른쪽)>

 


오랜 만에 학교앞 음식점에서 학생들을 자기 자식 대하듯 하는 인심 좋은 주인 아주머니도 만나고 싱그러운 젊은 학생들과 어울려 맛난 국수도 먹으며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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