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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훈 교수의 ‘좋은 음식을 먹자’ 시리즈

⑥ 더불어 행복한 음식: 사회적 소비에 대하여

 

 

좋은 음식을 찾아 떠난 여정

 

 

<무엇이 좋은 음식일까>

 


지난 여름 누들푸들에서 ‘좋은 음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처음 던지고 짧긴 했지만 독자들과 함께 여행하며, 올리브유, 돼지고기, 거위와 푸아그라, 그리고 로컬푸드 등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았다. 배고팠던 시절에는 배부른 음식이 좋은 음식이었고, 지금과 같은 풍요의 시대에는 건강한 음식이 좋은 음식으로 인정받는다. 배고픔의 문제는 농업의 혁명으로 문제가 해결되었고, 건강의 문제는 무언가 더 먹어서 건강해지는 것 보다는, 좀 덜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것이 지금까지 과학계의 발견이다. 이 풍요의 시대에 인류가 아직 비만이라는 질병을 해결하진 못했지만, 아무튼 비만의 문제는 덜 먹어야만 해결된다. 자, 이제 그 다음은 무엇인가? 무엇이 좋은 음식인가? 지금 이 순간 우린 음식과 관련하여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을까?

 


자본주의는 공산주의와의 이념 싸움에서 압도적인 자원으로 승리했지만, 그 압도적인 자원을 만들어 낸 ‘보이지 않는 손’-시장의 기능은 완벽하지 못하다. 시장은 많은 문제를 해결하였지만, 또 많은 문제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농업 생산성을 위해 우리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는 토양을 파괴했고, 돈을 더 많이 벌어들이는 다수확 작물만 골라서 심음으로써 지구상의 종의 다양성을 훼손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명목으로 좀 더 표준화시켰고, 그래서 음식에 담긴 전통과 문화는 사라졌으며, 맛에 대한 탐닉과 가격표만 남았다.

 


우리는 잘 먹어서 비만을 걱정하고 있지만, 지구 한켠에서는 많은 이들이 굶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음식을 소비하는 도시는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고, 음식의 재료를 생산하는 농촌은 더욱 척박해지고 있다. 단지 나 자신을 위해서만 식재료를 구매하고, 단지 내 입과 건강만을 위한 이기적인 음식 소비를 지향한다면, 이와 같은 음식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우리는 시장에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 그런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의도하진 않으나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시장에서 창출된 경제적 가치의 일부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재사용 되어야 한다.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가치도 함께 창출해야 한다. 우리는 음식과 관련하여 어떻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기적인 소비가 아닌 사회적 소비를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야 말로, 지금 우리가 찾아야 할 ‘좋은 음식’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다. 사회적 소비. 더불어 행복한 음식을 고민해 보자.

 


음식을 사회적으로 소비한다는 것은 더불어 행복한 음식을 먹는 것이다. 더불어 행복한 음식을 먹으면 앞서 이야기하였던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소비자로서 더불어 행복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것도 좋겠지만, 더불어 행복한 음식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에게 돈을 지불함으로써 그들을 지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 그들을 어떻게 지지할 수 있을까?

 

 

 

좋은 음식1: 유기농, 친환경 농산물

 

 

<유기농, 친환경>

 


마트에서 유기농, 친환경 농산물을 사는 것은 훌륭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 소비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유기농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유기농과 건강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하지만 유기농은 농약과 제초제, 그리고 화학비료 등으로 인해 파괴된 토양의 생태계를 재생시키는 농법이다.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한 약속이고, 인류의 생존을 위한 거룩한 노력이다. 유기농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우리 지구를 구하는 것이고, 우리 다음 세대가 농사지을 땅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주는 행동이다. 유기농은 더불어 행복한 음식이다.

 

 

 

좋은 음식2: 종의 다양성을 지지하는 음식

 

 

<다양한 종류의 호박>

 


다양성을 지지하는 소비는 사회적 소비이다. 먼저 종의 다양성을 보자. 종의 다양성이 훼손되면 생태계가 흔들리며 뜻하지 않은 곳에서 위기가 찾아온다. 감자 마름병 때문에 대기근을 겪으며 200만의 인구를 잃은 아일랜드의 경우도 종의 다양성 훼손이 문제 중의 하나였다. 종의 다양성은 음식의 다양성, 맛의 다양성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된다.

 


다양성을 지지하는 사회적 소비는 품종을 구분하여 먹는 행동에서 출발한다. 밥을 먹을 때도 어떤 품종의 쌀인지를 알고 먹도록 하자. 그리고 내 입맛에 맞는 품종을 사서 먹으면 된다. 놀랍게도 이런 소비행동은 굉장히 사회적인 소비행동이다. 사람들이 품종을 구분하여 사먹지 않으면, 쌀은 점점 더 일상재가 되어간다. 소비자들이 일상재를 구매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가격’이다.

 


따라서 생산자들은 좋은 쌀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저렴한 쌀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런 상황이 되어버리면 생산자들은 생산량이 많은 다수확 품종을 심을 수밖에 없고, 품질보다는 가격 경쟁력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종의 다양성이 훼손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상황에 맞는 식재료를 사는 것도 종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감자를 보자. 감자를 굽거나 튀겨 먹을 때에는 당 성분이 낮은 ‘대서’ 품종으로 조리를 해야 맛이 좋다. 쪄먹거나 찌개류로 먹을 때에는 당 성분이 높은 ‘남작’ 이나 ‘수미’가 더 낫다. 이렇게 상황에 맞게 식재료를 사 먹는 것이 종의 다양성을 지지하는 것이다. 생산자들도 가격 경쟁력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 차별화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된다. 소비자들도 취향에 따라 구매를 하게 되니, 내 취향에 맞는 음식에는 기꺼이 500원을 더 내게 된다. 생산자들에게도 더 많은 것이 돌아간다. 더불어 행복한 음식이다.

 

 

 

좋은 음식3: 지역의 문화와 역사적 다양성을 지지하는 음식

 

 

<지역의 문화를 지지하는 로컬 푸드를 소비하자>

 


이런 다양성을 지지하는 또 다른 사회적 소비 방법은 각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녹아 있는 지역의 로컬푸드와 향토음식을 소비하는 것이다. 햄버거 체인, 피자 체인, 프라이드 치킨 체인 등의 음식은 표준화되어 있다. 문화와 역사를 녹이려는 노력보다는, 어떻게 하면 표준화된 레시피, 표준화된 식재료, 표준화된 맛을 만들어 낼 수 있을는지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이런 음식들이 건강에 나쁘다고 말할 순 없다. 이런 음식들은 맛의 즐거움이 있고, 또 편리함의 즐거움은 존재한다. 그러나 지역의 문화와 역사는 담지 못한다.

 


음식에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없으면 다양성이 부족해지고, 우리의 밥상이 단조로워지게 됨을 의미하며, 단조로운 밥상은 다양한 식재료를 담을 수 없다. 그렇게 다양성은 훼손된다. 강원도의 고소한 곤드레 나물밥을 먹고, 순창의 쌉싸름한 두릅 나물을 먹고, 부산 금정산성의 시큼털털한 막걸리를 마셔보자.

 


외국 음식도 문화와 역사를 담은 다양한 지역의 음식이라면 꺼릴 이유가 없다. 이태리의 전통 발사미코는 인류가 개발한 최고의 슬로우푸드 중의 하나이다. 모데나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최소 10년, 길게는 무려 20여년을 숙성하기도 한다. 이런 음식들을 소비하는 이유는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다. 건강에 더 좋다는 과학적 증거도 없다. 하지만 이런 음식들을 소비할 때 우리의 밥상은 더 다양하고 풍성해지며, 농업인들의 권익도 올라간다. 좋은 음식이다.

 

 

 

좋은 음식:4 윤리와 상생을 지지하는 음식

 

 

<공정무역 원료>

 


윤리적인 음식을 소비하는 것도 중요한 행동이다. 일반 커피 보다 공정무역 커피를, 일반 초콜릿보다는 공정무역 카카오를 원료로 만든 초콜릿을 소비하는 것이 낫다. 건강에 좋아서가 아니라, 이런 윤리적 음식들은 지속가능한 농업생산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홍차로 유명한 유니레버의 립톤 브랜드는 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차 원료의 지속가능한 생산을 위해 환경보호뿐만 아니라, 농업 노동자의 노동 환경과 권익을 증진하는 ‘열대우림동맹(Rainforest Alliance)’ 인증을 획득했다. 우리가 다른 홍차를 마시는 것 보다, 립톤의 열대우림동맹 인증 홍차를 마시는 것은 인도, 스리랑카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농업 생산자들의 권익을 더욱 보장해 주는 사회적 소비 행동이다. 동물복지 관련 음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도 지속가능한 농업 생산, 더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상생을 통해 공유 가치를 창출하는 식품 기업, 외식 업체의 음식을 소비하는 것도 사회적인 소비이다. 농심의 수미칩은 우리나라 감자농가와의 상생협력을 통해 농촌지역의 영세한 농가에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입을 안겨다 주는 좋은 음식이다. 수미 감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종인데, 종의 특성상 원래 가공용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농심의 새로운 가공기술이 수미감자를 가공 가능하도록 만들었고, 이로 인해 감자 농가의 수입이 크게 증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CJ의 ‘즐거운 동행’ 시리즈도 지역의 영세한 전통식품업체와 협력, 지원하여 지역의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의 전통식품이 전국적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더불어 행복한 음식이다.

 

 

 

마무리하며

 


시대가 변하면 소비자들의 욕구도 변한다. 배부른 음식, 맛있는 음식, 건강한 음식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더불어 행복한 음식의 시대가 오고 있다. 미래의 좋은 음식은 더불어 행복한 음식이며, 이를 소비하는 것이 좋은 소비, 사회적 소비이다. 지금 방식의 음식을 구매하고 먹는 행위가 우리 자신을 파괴하는 행위라는 것을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패스트푸드가 나쁜 것이 아니다. 대기업의 음식이 나쁜 게 아니다. 나쁜 음식은 나에게만 좋고, 나랑 더불어 가야 할 이들을 배려하지 않는 음식이다. 그들이 지속적으로 더불어 행복한 음식을 생산하고, 조리하고, 제조할 수 있도록 그들을 지지하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에 관한 표현이 하나 있다. ‘음식은 과학으로 이해하고 문화로 소비할 때 그 가치가 가장 높아진다.’ 음식을 문화로 소비하려면 관여도가 높아야 한다. 음식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야 문화가 만들어 진다. 음식에 대한 관심을 단지 맛과 건강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더불어 행복함의 관점에서도 음식을 바라본다면, 새로운 측면에서의 풍성한 밥상의 문화가 열릴 것이라 확신한다.

 

 

<더불어 행복한 음식 소비>

 

 

 

 

※ 본 블로그에 게시한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농심의 입장, 전략 또는 의견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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