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전심 n Talk

정신우 셰프의

식생활의 발견, 마켓!




1. 잉여인간의 천국 (heaven is surplus person)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현대인들에게 맛은 어떤 의미일까? 


경기침체와 소극적인 소비심리로 인해 선택장애를 겪고 있는 수많은 소비자들에게 나타난 증상은 다름아닌 “로케팅(rocketing: 일상적으로 쓰는 물품은 저렴한 것으로 사면서 자신이 가치를 두는 특정 제품에는 큰돈을 쓰는 소비 현상)”소비다. 


덕분에 편의점은 도시락 덕후들의 성지가 되었으며 SNS에는 그들이 직접 사 먹은 9첩 반찬을 낱낱이 파헤친 블로그 리포팅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반사 이익으로 호황을 누린 것은 스타벅스, 폴 바셋과 같은 브랜드 커피 체인점과 라 뒤레, 고디바와 같은 디저트 시장이다. 3,500원짜리 도시락으로 허기를 해결하고, 그 위에 6,400원짜리 커피로 엑스타시(ecstasy)를 경험하는 푸드 트렌드는 싱글 라이프를 지향하는 젊은 소비층으로부터 자리 잡았다. 


실재로 [나혼자 산다]와 같은 리얼리티 TV프로그램에서는 종종 편의점 음식이나 레트로 음식만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모습들이 비춰진다. 음식이 사라진 식탁에는 제품만 남았다.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렌지와 인덕션, 오븐은 디스플레이로 존재하고 정작 유용한 조리 기구의 역할은 “전자레인지” microwave range)가 키친 온 더 탑(Kichen on the top)이다. 


혼 밥, 혼 술, 혼 쇼핑이 잉여시간의 카테고리가 되면서 음식은 이제 “먹스타 그램”(자신이 먹은 음식 사진을 SNS에 올리는 일 또는 음식 사진을 주로 올리는 SNS)의 매소드(Method)으로 존재한다. 우리들 삶에 음식의 가치가 부분기억상실로 소실되어 가고 있다. 문제는 그로 인해 소비만 존재하고 맛의 의미와 과정은 희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잃어버린 맛의 지점을 발견해야 한다. 

나는 그 문제점을 우리가 음식을 구입하고 있는 장소에서부터 발견하고 치유해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그 시작은 마로 마켓(market)이다. 


유년시절의 용돈은 미립자 만큼이나 희미한 존재이나 군것질의 황홀경은 천국에 버금가는 것이였다. 초등학교 앞은 공식적인 불량식품가게인 구멍가게가 존재했다. 투명빨대에 채워진 구연산 맛 “아폴로”, 불에 구워 먹는 탄수화물인 “쫀득이”는 자체가 마법였다. 오렌지 향 분말가루로 즉석에서 만들어 먹는 “탱가루” 음료를 통해 엄마가 만들어 낼 수 없는 맛의 사치를 배워 버렸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들의 아이들은 사립이나 공립 또는 사립 어린이집을 통해 훨씬 이른 시기에 패스트푸드와 레트로 식품에 노출된다. 




<구멍가게의 아폴로와 쫀득이>



필자에게 유년(幼年)의 추억 속 “구멍가게”는 어른들의 식료품 창고였다.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직접 농사를 지은 농산물 외에 다양한 식 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경로는 크게 3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시장(市場), 둘째는 구멍가게, 셋째는 푸드 트럭이다. 최근 대부분의 식품들은 센트럴 키친(central kitchen: 조리를 끝냈거나 반 조리를 끝낸 식품재료를 계열의 점포에 공급하기 위한 조리시설)에서 이미 부위별로 또는 요리의 종류에 맞게 손질된 식 재료들이 판매 되지만 당시엔 프라이드 치킨(fried chicken) 한 마리를 먹기 위해선 시장내의 “닭 집”에서 직접 산 닭을 골라야 했던 시절이다. 딸기잼을 만드신다고 어머님이 온 종일 들통에 설탕을 듬뿍 넣고 딸기를 고아내던 그 향기와 모습은 여전히 달콤한 추억으로 존재한다. 


음식의 기억은 대부분은 장소와 연관이 있고, 장소의 발전은 식 문화의 변천사가 된다. 급성장한 경제 성장을 통해 상거래 (commercial transaction)의 경로와 장소 또한 급진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오늘의 “시장”(market)을 알면 식생활의 미래가 보인다. 당신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를 알면 당신의 모습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2. 마켓의 흥망성쇠(興亡盛衰) Behind market story 


1) 구멍가게 (small store) 


1748년(영조 24) 현문항(玄文恒)이 편찬한 만주어 어휘집인 [동문유해](同文類解)의 기록에 처음 가게의 어원으로 보이는 “가가’(假家)가 등장한다. 가가는 가개에서 가게로 자리 잡았다. 한자 풀이대로 해석하면 “가짜집” 또는 임시로 지은 집을 의미한다. 1890년대 운종가(현재의 종로)엔 행상(行商)이나 보부상(褓負商)들이 좌판을 마련하고 상점을 열어 장사를 하는 모습이 일반적이엇다. 1920년대에 이르러 동네마다 작은 가게들이 자리하게 된다. 


특히 인기였던 품목은 “호떡”이였다. 진학포(秦學圃)의 ‘호떡장사 덕성이’(동아일보·1929)라는 소설이 동아일보에 연재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미루꾸”(mi-ruku: 밀크의 일본식 발음) 역시 가게의 인기 품목이었다. 그 외에 “구슬사탕”도 대표적인 간식으로 손 꼽혔다. 구멍가게는 식료품, 공산품을 포함한 생필품을 팔던 전초 기지였다. 1980년대에 이르러 구멍가게는 어른들의 담배가게이면서 동시에 아이들의 아이스크림 가게인 상징적 장소가 되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의 가게처럼 말이다. 




<동네 구멍가게 풍경>



2) 슈퍼마켓 (super market) 


국내 슈퍼마켓의 효시는 1968년 처음 생긴 “뉴서울 슈퍼마켓”이다. 슈퍼마켓은 크게 중소기업청 기준 150m2 이하 공간의 소규모 상점과 기업형 슈퍼마켓인 SSM(super supermarket)으로 나뉜다. 매대 전개형으로 손님이 직접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골라 계산대에서 값을 지불하는 방식은 당시엔 쇼킹한 문화였다. 가게에서 상회로 이름을 바꾸었던 점포들은 점차 ** 슈퍼마켓(또는 마켙)으로 이름을 바꾸었으나 GS 슈퍼마켓, 롯데슈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등 기업형 슈퍼마켓의 규모가 성장하면서 동네 슈퍼는 경쟁력을 점차 잃어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표적인 상품은 라면, 설탕, 캔 음식, 식용유, 휴지 등 주로 서민 가계의 주력 식품 품목들이 주를 이루었다. 




<동네 슈퍼마켓 풍경>



3) 할인마트(discount store)와 편의점(convenience store) 


할인 마트의 시대에 들어섰다. 1993년 “이마트” 창동점의 개장과 함께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코스트코”(Costco Wholesale)에 이르기까지 거대 할인마트의 등장은 소비 패턴까지 바꾸어 놓았다. 박리다매의 구입루트로 인해 1주일 식단에 맞춰진 대량식품 구입, 그 식품들을 보관하기 위해 대형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 등등 가전 제품 판매율이 급성장했다. 주차시설과 푸드코트,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쇼핑 플레이스는 주변상권 몰락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 즈음에 할인 마트에서 급진적인 성장을 이룬 식품은 냉동식품과 레트로 식품(즉석식품)이다. 만두, 김치, 치즈, 빵, 쨈 등등 시식코너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대형 할인 마트와 매대 풍경>



동네슈퍼는 SSM에 맞서 편의점으로 옷을 바꿔 입었다. 1989년 방이동에 국내 1호 편의점인 "세븐 일레븐(7-ELEVEN)"이 등장했다. 거의 동시에 “훼밀리 마트”도 가락시영점을 오픈했다. 24시간 영업, 간편식사, 1+1 상품을 내 세웠고 2002년 월드컵 이후 편의점은 전성시대를 예고했다. 감기약, 진통제와 같은 안전상비약품도 판매가 가능해졌고 도시락과 Pb(private brand goods)상품의 독자적인 발전은 많은 소비자들을 만족 시켰다. 편리함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는 구매자들의 기호도를 충족한다. 1인 가구에 맞는 소용량 상품의 등장, 다양한 행사상품의 유혹, 제휴 할인 서비스와, 뉴 브랜드의 다양성, 택배와 인출 서비스는 편의점의 직접적인 혜택으로 손님들에게 나만을 위한 “안성맞춤” 이라는 이미지가 완성되었다. 


사실 편의점의 1등 공신들은 컵 라면, 삼각김밥, 도시락이다. 흔한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편의점 컵라면 장면을 양보하지 않는다. 2016년 브랜드 편의점의 점포 수는 평균 10,000개를 넘어선지 오래이다. 업종의 매출은 성장하였지만 점주의 매출은 줄어 들고 있는 현실이 문제로 대두 되지만 편의점은 오늘날 가장 장악력이 높은 가게임에 분명하다. 




<편의점과 펴의점 1등 공신 컵라면류>



4) 온라인 마켓 (online market) 


2016년 시장의 대세는 온라인 마켓이다. 인터넷 쇼핑몰과 모바일 마트의 선전은 2014년 직구열풍에 까지 이르렀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기록에 따르면 18.1%의 매출 증가세를 보인 온라인 시장은 배송의 혁신과 다양한 상품의 결합, 적립과 할인의 맹점을 모두 포함한 영리한 시장이 되었다. 


실제로 세계적인 온라인 마켓인 아마존(Amazon)에서는 “No, Line, No checkout”을 표명했다. 고객중심의 상품, 높은 수준의 서비스와 합리적인 가격을 전제로 미래 마켓(future market)의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포부이다. 상품의 모든 정보는 디지털로 제공되며, 스마트 폰을 통해 무인결제 시스템은 더욱 간소화된다. 더불어 VR(Virtual Reality) 쇼핑 공간을 개설하여 소비자가 상품을 간접 체험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삼계탕을 구입하기 위해서 가상 공간에 들어가 내가 먹을 닭을 직접 만져보고, 만들어지는 과정을 확인한 후에 원하는 맛을 고를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3. 마켓이라는 이름의 식문화 


최근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마켓은 “플리마켓”(flea market)이다. 안 쓰는 물건을 공원 등에 가지고 나와 매매나 교환 등을 하는 시민 운동의 하나로 시작했으나 벼룩시장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온라인 마켓의 반대적인 성향을 지닌 것으로 슬로우 푸드(slowfood)와 같이 아날로그적인 성향을 지닌다. 직접 만든 수제 쨈, 갓 구운 빵, 소시지,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과 지역의 생산품들이 산발적인 장소와 시간에 마련된다. 현장성은 식품의 다양성으로 전개 되기도 하는데 제주도 세화에서 열리는 “벨롱장”과 도시농부들의 만남 “마르쉐” 시장도 같은 맥락을 유지한다. 




<수제품과 도시농부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플리 마켓 풍경>



이와 함께 눈 여겨 볼 가게는 “나들가게”이다. 중소기업청이 대형마켓과 경쟁할 수 있는 동네마트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가게이다. 2015년 10,760개의 점포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다양한 서비스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브랜드 선호도가 심한 우리나라의 소비경향으로 비춰 볼 때 다양한 마켓의 합리적인 공존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맛의 시작이 가게에서 시작되고, 가게와 함께 삶의 나이가 들어감을 고려해 볼 때, 가게의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결국 모두 똑 같은 음식을 섭취하고 비슷한 입맛을 지닌 획일화(standardization)된 식 생활에 머물고 말 것이다. 




<중소기업청의 동네마트 육성 프로그램으로 만든 나들가게>



최근의 소비 트렌드는 가성비를 겸비한 로케팅 소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로케팅 소비의 핵심은 “프리미엄 시장”이다. 노 브랜드의 괄목할만한 성장에 맞서 명품과 희소적인 가치소비를 유도하는 식품들과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실재로 마트와 편의점에는 상상 그 이상의 우주가 펼쳐진다. 더 이상 우주인들은 우주식량을 먹지 않는다. 이제 왠만한 음식은 소비자들의 니즈(needs)를 구현할 신상품들로 가득 매대를 채우고 있다. 가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잉여의 핵심은 “자기만족”(self-contentment)의 성취이기 때문이다. 





※ 본 블로그에 게시한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농심의 입장, 전략 또는 의견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1. 봄바람 2017.04.11 11: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 전 중학생 아들이 아폴로를 입에 물고 들어오더라구요.
    얼마나 반갑던지..
    냉큼 뺏어먹었던 기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