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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태국내 원조 한류라면, 농심 신(辛)라면

태국내 원조 한류라면,

'농심 신(辛)라면'




요즘 태국에서 한국라면의 인기가 매우 높다. 그 인기를 반영한 듯 방콕 내 대부분 백화점에서 다양한 종류의 한국 라면이 판매되고 있다. 최근 태국 라면회사들이 저조한 성장률을 보인 것은 라면값이 올라 서민층이 라면보다 밥을 더 소비한 영향이 컸지만, 한류의 영향도 어느정도 작용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식의 인기와 더불어 한국라면에 대한 관심도 커져 소위 음식문화 탐방 차원에서 한국라면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태국에서도 인기있는 농심 짜파게티>


일례로 '바미담'(바미-밀가루로 만든 면, 담-검다)이라 불리는 짜장면은 시커먼 비주얼때문에 몇 년 전만해도 태국사람들이 별로 선호하는 음식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초록색 병, 소주와 더불어 짜장면 또한 관심을 끌면서 인기음식이 되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출시된 농심 짜파게티는 신라면과 더불어 한국라면을 대표하는 인기상품이다. 


뿐만 아니라 요즘은 시내 유명백화점이 아닌 동네 백화점에서도 수십 여 가지 종류의 한국라면이 유통되는 것은 태국라면시장이 주목해야 할 점으로 보인다. 특히 농심 辛라면은 편의점이나 체인 슈퍼에서도 판매하기 때문에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한국라면 진열대와 농심 신라면의 인기>


최근 이러한 변화는 한국인으로서 감개무량한 일이다. 대략 10년전만 하더라도 태국에서 한국라면을 사려면 한인타운에 가지 않는 이상 시내의 대형 백화점에 가야했는데, 당시엔 수많은 일본라면과 함께 한국 라면은 농심 辛라면이 진열된 게 전부였다. 그때는 한국 라면 자체를 찾아볼 수 없었기에 방콕에서 신라면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반가운 일이었다. 이제는 태국내 라면시장에도 한류 바람이 뜨겁게 불어 한국라면이 수입라면 진열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태국사람들의 관심도 뜨겁다. 수년간 홀로 한국 라면의 자리를 버텨낸 신라면은 이제 베스트셀러로 빛나고 있다. 국내 라면시장의 최고 점유율을 차지하는 농심의 라면은 태국에서도 타사제품보다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태국사람들에게도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농심 라면의 인기를 보여주는 텅빈 진열대>


한국에는 신라면으로 대표되는 국민라면인 농심 라면이 있다면, 태국에는 마마(Mama) 라면이 있다. 마마는 Thai President Foods 주식회사(이하 TF)에서 만든 라면상표로, 태국내 라면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독보적인 선두주자이다. 이로 인해 태국에서 라면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마마'는 그 이름이 곧 유탕면을 통칭하므로, 라면이 주재료가 되는 음식은 '팟마마(볶음라면)', '얌마마(라면무침)' 등으로 불린다. 공식적으로는 '반(半)가공 유탕면'을 의미하는 단어인 '바미 끙쌈렛룹'이라는 말이 있다. 




<대형마트의 태국 라면 진열대와 각종 태국 라면류>


태국 라면은 맛의 종류가 수십가지에 이르는데, 태국의 대표음식인 ‘똠얌꿍’이나 ‘깽키야우완(그린 커리)’ 등을 상용화한 라면 종류가 주를 이룬다. 여기에 쌀국수가 발달한 태국답게 유탕면 뿐만 아니라 가공 쌀국수도 다양하다. 게다가 쌀국수는 면의 굵기에 따라 여러 종류의 면이 있으므로, 한가지 맛에도 여러가지 면으로 출시된다.


태국의 봉지라면은 크기가 한국라면의 절반 정도 밖에 안 되는데, 보통 한국 봉지라면은 120g정도인 반면 태국 봉지라면은 40-60g정도 이다. 컵라면은 농심 컵라면처럼 태국 컵라면도 대체로 60g정도이다. 가격은 농심 봉지라면이 40-50바트(약 1300-1700원) 정도이고, 농심 컵라면은 약 50바트이다. 태국 봉지라면은 대체로 6바트(약 200원), 컵라면은 12바트(약 400원) 수준이다. 사실 가격만 따지고 보면 농심라면이 수입상품이므로 월등히 비싸지만, 교민들에겐 그리운 맛을 느끼게 해주고, 태국인에겐 새로운 맛을 안방에서 즐길 수 있게 해 주니 그리 비싼 것도 아니다. 




<태국의 '똠양꿍'(왼쪽), 똠양꿍맛 라면(오른쪽)>




<태국의 그린 커리 '깽키야우완'(왼쪽), 깽키야우완맛 라면(오른쪽)>




<태국의 돼지고기 라임 무침 '무마나우'(왼쪽), 무마나우맛 라면(오른쪽)>


한국 라면의 인기를 경계하는 듯 태국 라면회사에서 한국적인 맛을 출시한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농심 너구리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라면인데, 마마에서 출시한 ‘오리엔탈 키친 핫 앤 스파이시’ 맛은 너구리와 맛이 비슷해 처음 먹었을 때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다. 농심 ‘김치찌개면’과 비슷한 코리안 스파이시맛 태국 라면도 있다. 봉지에 한글로 '김치'라고 써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농심 ‘너구리’와 유사한 맛의 태국 라면>




<농심 ‘김치찌개'(왼쪽), 코리안 스파이시 김치맛 태국 라면(오른쪽)>


태국 라면제품에는 대략 여섯 가지 종류의 면을 사용한다. 쌀국수 3종류와 녹두당면, 노르스름한 밀가루 면 2종류이다. 쌀국수는 면의 굵기에 따라 세면(쎈미), 소면(쎈렉), 굵은면(쎈야이)으로 나뉜다. 바미는 노르스름한 밀가루 면으로 반(半)가공 일반 면과 굵은 면이 있다. 6종류의 면을 잘 알아두면 태국 면 요리를 먹을 때 여러모로 편하다. 태국에서는 국수집은 물론이고, 음식점에서 볶음면을 시킬 때도 본인의 취향에 따라 면의 굵기를 선택할 수 있기에, 아는 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태국 라면의 대표 면 종류>

 (위 왼쪽부터) 쎈미, 쎈렉, 쎈야이 / (아래 왼쪽부터)운쎈, 일반 가공면 바미, 굵은 가공면 바미


태국 라면을 맛있게 즐기는 팁 한가지가 있다. 한국 봉지라면은 냄비에 끓여 먹기 때문에 무심코 태국 봉지라면도 그럴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대부분의 태국 봉지라면은 컵라면처럼 용기에 면과 스프를 담은 뒤, 뜨거운 물을 부어 조리해야 한다. 라면 50g기준으로 350g의 뜨거운 물을 부은 뒤 3분간 기다리면 라면이 완성된다. 이는 태국 라면에는 쌀 면도 있고 굵기가 한국라면보다 훨씬 얇기 때문이다. 태국의 굵은 '바미'도 한국 컵라면의 면 두께 정도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굵은 쌀국수,  '쎈야이'는 3분간 끓여서 조리한다. 




<포장지의 조리예로는 구분이 어려운 운쎈(왼쪽)과 쎈미(오른쪽)>


가끔 한국사람들은 종류가 무수히 많은 태국 라면 중에 어떤 것이 맛있냐고 물어본다. 종류는 매우 다양하지만 정작 우리 입맛에 맞는 라면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입맛'은 매우 주관적인 문제지만, 한국인이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맛 두가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첫번째는 '다진 돼지고기 맛 (Minced pork flavour)'으로, 특별한 향이나 자극적인 맛이 아니므로 거부감없이 먹을 수 있다. 두번째는 마마 오리엔탈 키친의 'hot & spicy' 특랄(特辣) 맛이다. 농심 너구리 컵라면처럼 붉은색 포장으로 외관상으로도 비슷하고, 맛도 다소 흡사하다. 이름처럼 매우 맵다. 


이외에도 태국적인 맛을 체험해보고자 할 때 먹어보면 좋은 두가지 맛을 더 소개하고자 한다. 2015년 기준 태국 라면 중 베스트 셀러 상위 3위를 살펴보면, 1위가 (코코넛 밀크를 넣지 않은) 똠얌꿍 맛,  2위는 앞서 소개한 다진 돼지고기 맛, 3위가 (코코넛밀크를 넣은) 똠얌꿍 맛이다. 


똠얌꿍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태국의 대표수프인 새우수프로, 새콤 달콤하고 매콤 짭짤한 맛의 조화가 일품이다. 두번째로 소개할 라면은 '쎈미 남싸이' 맛이다. 직역하면 맑은 국물 세면 쌀국수인데, 태국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쌀국수집의 대표 국수 중 하나이다. 쌀국수집에서 먹는 것보다 다소 맛이 떨어지지만 태국사람들이 외국에 갈 때 아쉬운데로 챙겨가는 컵라면이다. 




<(왼쪽부터) 쎈미 남싸이 맛, 똠얌꿍 맛, 핫 앤 스파이시 맛, 다진 돼지고기 맛 컵라면>


요즘 태국 마트에는 농심 라면과 더불어 반가운 얼굴이 또 있다. 새우깡을 비롯한 농심  스낵류이다. 태국에서도 새우과자는 매우 인기있는 상품이다. 뿐만 아니라 조청유과나 꿀꽈배기는 단것을 좋아하는 태국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가격은 태국 스낵의 2-3배로, 대략 40바트(약 1300원) 수준이다. 스낵은 아직 라면만큼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수입되는 종류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의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태국 마트에 진열된 농심 스낵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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