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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하상도 교수의 '식품의 오해' 시리즈 ⑧ 전자레인지, 꼭 위험한 것만은 아니다

하상도 교수의 식품의 오해 ⑧

전자레인지, 꼭 위험한 것만은 아니다




<전자레인지 조리>


‘전자레인지 괴담’이 넘쳐난다. “식품이나 물을 전자레인지로 데우면 진동으로 분자배열이 바뀌어 건강에 해롭고 발암물질이 만들어진다”, “유용한 영양분이 파괴되고 음식으로서 생명력을 잃는다”, “이 음식을 먹으면 혈액의 헤모글로빈이 감소하고 나쁜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면서 인체 면역력이 약화된다” 등등 많은 이야기가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내용들은 모두 풍문일 뿐 사실이 아니다. 전자레인지는 ‘적외선’과 ‘음파’의 중간에 위치한 ‘마이크로파(microwave)’를 이용해 물의 온도를 올려 가열해 주지만 물과 음식의 성질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크로파 영역>


전자레인지 작동 시에는 투시창에 금속망이 설치돼 있어 전자파가 외부로 누출되지 않을 뿐 아니라, 형광등 빛을 쬔 것처럼 식품에는 전자파가 전혀 남지 않는다. 물론 마이크로파가 사람 몸에 직접 닿으면 위험하다. 그러나 기계의 작동이 멈추면 전자파가 즉시 사라져 우리 몸과 접촉할 수가 없다.


‘가스레인지’나 ‘오븐’은 외부에서 열을 가해 음식 표면으로부터 내부로 열이 전해진다. 그러나 ‘전자레인지’는 식품에 존재하는 물 분자를 진동시켜 음식을 내부로부터 가열하는 원리라 장점이 많다. 빠른 가열방식으로 영양소 손실도 적고, 연기나 미세먼지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새롭고 낯선 원리의 가열방식’에 대한 일부 소비자의 거부감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어 괴담이 만들어진 것인데, 이는 신토불이, 전통에 대한 향수와 집착 등이 원인일 것이라 생각된다. 




<전자레인지 가열의 영양소 손실 무해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결과>


과거엔 석유난로와 석탄, 그 이전에는 장작불이나 숯불로 음식을 익히고 데웠다. 지금도 그런 연기가 자욱한 장면을 보면 향수 때문인지 좋아 보이고 구미가 당긴다. 그러나 연기와 그을음으로 인한 초미세먼지와 발암물질의 생성 등 안전성과 환경측면에서는 문제가 많은데도 전통방식이라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 


1830년 ‘난로(stove)’가 미국에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불꽃이 보이지 않는 화덕이라 두려움에 거부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약(藥)이었다. 결국에는 난로가 승리해 산업화시대의 개화된 시민이자 신분의 상징인 귀한 물건으로 대접받게 되었다고 한다.




<주방의 진화하는 다양한 조리기구>


물론 ‘전자레인지’도 단점이 있다. 음식이 균일하게 가열되지 않으며, 작동 시 발생하는 고열에 의해 비닐이나 플라스틱 포장재로부터 내분비계장애물질이 용출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때에는 전자파가 투과할 수 있는 종이, 유리, 도자기, 합성수지 폴리프로필렌(PP) 등과 같은 재질의 용기가 사용된다. 멜라민수지, 페놀수지, 요소수지 등은 고온에서 포름알데히드 용출 우려가 있어 전자레인지용으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특히 알루미늄호일(은박지)과 금속용기는 마이크로파가 반사돼 음식이 가열되지 않을뿐더러 강한 불꽃을 일으키기 때문에 전자레인지에서의 사용을 금하고 있다. 


밤, 계란, 소시지 등 껍질 있는 음식도 전자레인지 작동 시 압력으로 터질 수 있어 껍질을 제거하거나 칼집을 낸 후 사용해야 한다. 기름이 많은 식품을 랩으로 싸서 사용할 경우,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나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밀봉된 용기나 포장은 뚜껑을 조금 열어 사용하고, 해동 시에는 포장을 제거한 후 가열해야 한다. 종이 용기에 싸인 식품을 가열할 때는 화재에 주의해야 하며, 가열된 음식을 전자레인지에서 꺼낼 때에는 용기가 뜨거우므로 오븐 장갑이나 냄비 홀더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주의사항을 잘 지켜 장점을 잘 활용한다면 전자레인지야 말로 편리하고 안전하게 음식을 데울 수 있는 금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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