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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와호장룡>의 장쯔이처럼 휙 날아다니는 '밀가루 반죽의 전설' 페이빙, 황산 아래 휘주문화 중심지 툰시와 아름다운 고촌 시다와 훙춘

<와호장룡>의 장쯔이처럼 휙 날아다니는 '밀가루 반죽의 전설' 페이빙,

황산 아래 휘주문화 중심지 툰시와 아름다운 고촌 시디와 훙춘




중국에는 휘주문화(徽州文化)로 불리는 독특한 지역 문화권이 있다. 안후이(安徽) 남부와 장시(江西) 북부를 아우르는 공간적 개념이다. 12세기 초 송나라 시대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품어온 유교문화와 상인문화도 담겨있는 시간 개념이기도 하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안후이 고촌락은 휘주문화가 얼마나 품격이 있고 역사적으로도 소중한지 말해준다. 건축물은 고풍스럽고 아름답다. 집성촌을 이루고 살아온 촌락은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관광지로 거듭났다.




<툰시의 아침과 밤 풍경(좌측 상하), 황산의 명차 3종(우측 상중하)>


휘주문화 중심지이자 황산 여행의 길목인 툰시(屯溪)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황산에서 나오는 명차 집산지이기도 하다. 황산마오펑(黄山毛风), 타이핑허우쿠이(太平猴魁), 치먼홍차(祁门红茶)는 휘주문화의 품격과 어울리는 차다. 셋 다 마셔 보면 알겠지만, 우열을 가릴 수 없다. 기나긴 역사만큼 요리도 풍부해 산나물, 채소 등으로 만든 반찬도 많다. 죽통에 담아온 주퉁차이판(竹筒菜饭)에 반찬으로 곁들여 먹으면 꿀맛이다. 


훈툰(馄饨)으로 유명한 왕이탸오(汪一挑), 아침에 가볍게 한 그릇 먹기에 부담이 없다. 물만두와 비슷하지만, 만두피가 더 투명하고 작으며 육수와 함께 고명으로 파, 고춧가루 등을 넣어 만두 국처럼 먹으면 해장으로도 최고다. 만두 속은 고기나 버섯, 새우 등 다양하게 넣는다. 

사실 훈툰은 북방에서 먼저 먹기 시작했다. 그 옛날 농경민족인 한족은 흉노족에게 엄청나게 시달렸다. 뼈에 사무치는 원한을 담듯이 고기를 밀가루 반죽에 담아 먹었다. 두 명의 흉노족 수령이 훈(诨)씨와 툰(屯)씨였고 얌전하게 식(食)자를 넣어 지금의 훈툰이 됐다. 마침 그날이 동지(冬至)였다는데 지금도 동지에는 훈툰을 먹고 하지(夏至)에는 밀가루 국수를 먹는다는 말이 있다. 




<툰시의 반찬류와 대통밥, 주퉁차이판(상), 훈툰 식당과 훈툰(하)>


툰시에서 서북쪽 1시간 거리에 옛 촌락 시디(西递)가 있다. 당나라 황제의 아들이 변란을 피해 호(胡) 씨로 성을 바꿔 도주하다가 처음 정착한 곳이다. 후대에 이르러 상업도 번창하고 부를 축적해 관리도 많이 배출했다. 명나라 시대 자사(刺史)를 역임한 호문광(胡文光)의 패방이 입구를 장식하고 있다. 높이 12.3m, 너비 9.95m의 멋진 자태다. 화려하고 세밀한 문양과 글자는 나무를 조각한 듯 신묘하다. 




<시디의 호문광 패방(좌측)과 골목 거리, 휘주 목조, ‘낙엽귀근’조각(우측 상중하)>


회백색 담장과 검은 기와지붕의 외형은 운치 만점이다. 세월을 담아 경륜도 묻어나는 시디의 골목은 가는 곳마다 그림 그리는 학생들이 마치 제자리인 양 앉아있다. 목조(木雕), 석조(石雕), 전조(砖雕)가 건물 구석마다 찬란한 기교를 뽐내는 저택이 수두룩하다. 투각한 나뭇잎 모양은 낙엽귀근(落叶归根)을 상징한다. 잎이 떨어져 뿌리로 돌아가듯 인생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는 철학적 비유도 있다. 호씨종사(胡氏宗祠)인 경애당(敬爱堂)은 마을 중심에 위치하는데 웅장한 위세와 신위의 엄숙함이 서려 있다.  




<경애당 사당(좌측)과 길가에서 그림 그리는 학생들, 우츠, 마오더우푸(우측 상중하)>


거리의 간식도 눈길을 끈다. 마오더푸(毛豆腐)는 표면에 얇게 솜털이 있는 두부다. 털 모(毛)는 마오쩌둥(毛泽东)의 성이지만 아무런 관련이 없다. 발효 후 식물단백질이 변화해 아미노산을 생성하면서 생겼다. 영양가가 높아 보이는데 그냥 먹지는 않는지 기름에 튀겨 먹으니 약간 아쉽다. 검은빛의 밥도 판다. 까마귀 색깔의 찹쌀밥인 우츠(乌糍)다. 모새나무 잎을 찹쌀과 함께 찌면 우츠가 된다. 지난 ‘오색찬란한 색깔의 자매반 축제’ 칼럼에서도 소개한 우판수(乌饭树)가 모새나무다. 


시디에서 북쪽으로 30분 가면 더 환상적인 훙춘(宏村)과 만난다. 자연호수인 난후(南湖)가 보이는데 마을 초입부터 캔버스를 세운 학생들이 많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려면 아름다운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어디서 본 듯한 친근한 장면, 리안(李安) 감독의 영화 <와호장룡(臥虎藏龍)>에서 장쯔이(章子怡)가 저우룬파(周润发)에 쫓기는 모습이 떠오른다. 영화에서처럼 봉긋한 다리, 호수와 수련, 하늘과 구름이 완벽한 스틸컷이 눈 앞에 펼쳐지니 황홀하기 그지없다. 




<훙춘 입구 캔버스(좌측), 난후의 다리와 마을로 들어가는 길(우측 상하)>


소(牛)의 위(胃)처럼 설계된 골목을 따라 하천이 흐른다. 돌 4개의 길과 1개 반 크기의 도랑이 졸졸 흐르는 왕(汪) 씨 집성촌이다. 명나라 시대인 15세기 초 지리학자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고이게 해 호수를 만들고 이를 골고루 나누는 수로를 만들었다. 골목을 따라가면 자연이 만든 호수보다 더 자연스러운 멋진 호수 위에자오(月沼)와 마주한다. 영화 도입부에 장쯔이와 저우룬파는 이 반달 모양의 고요한 호수를 먼저 밟고 하늘로 날아올라 바깥의 난후를 지나 사라진다.




<그림 그리는 학생들과 훙춘의 수로(상)와 위에자오 호수(하)>


온종일 봐도 질리지 않는다. 집과 사람은 물 속으로 들어왔고 하늘과 구름도 따라온다. 밤이 되면 모두 사라지고 조명과 실루엣으로 다시 물을 채운다. 위에자오는 처음에 달 모양을 연상하며 만들고자 했는데 다 만들고 나니 반달을 닮게 됐다. ‘꽃은 꽃이나 피지 않고, 달은 달이나 차지 않는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는데 아무리 채워도 여전히 아름다운 추억의 샘이 마르지 않으니, 또 가고 싶은가 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야경에 취해 밤이 너무 늦었다. 마을을 나오는데 흥미로운 간식이 날아다닌다. ‘밀가루 반죽의 전설(一个面团的传奇)’이라고 적혀 있다. 반죽을 공중에 빙빙 돌리고 또 돌리면 점점 넓게 퍼진다. 정말 밀가루의 힘은 대단하다. 커다란 원이 된 밀가루 반죽에 채소나 과일 등을 넣고 불에 익힌다. 이름하여 페이빙(飞饼)이다. 정말 휘주문화의 보고, <와호장룡>의 훙춘에 어울리는 멋진 먹거리가 아닌가?




<위에자오의 야경(좌측)과 밀가루 반죽으로 펼쳐 만드는 페이빙(우측 상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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