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oodle talk

[푸드칼럼] 풀향기 보다 해물향기, 해물향기 보다 면

풀향기 보다 해물향기, 해물향기 보다 면






특별히 음식의 맛이 월등하다거나 메뉴가 다른 곳과 비교되는 독특함이 있다거나 하는 것이 아닌 보편적인 맛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곳도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이 집을 포기하지 않고 소개하고자 한다.


<손칼국수집 전경>


“김광분의 풀향기 손칼국수”.  대한민국에 이름을 걸고 하는 칼국수집이 유달리 많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음식에 대한 자부심, 자신들의 진정성을 고객이 알아 줬으면 하는 심정일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건 만큼 명예와 책임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예상 못한 당혹감도 당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름 건 음식점을 기대하고 들어 왔다가 형편없는 맛에 손님이 속았다는 기분이 들어 더 화가 나서 이름을 안 걸었으면 듣지도 않았을 말을 들을 수도 있고…  


이 집의 대표 국수는 “해물칼국수”다. 개인적으로 해물국수는 손님상에서 직접 끓이는 것이 어울리는 메뉴가 아닌가 생각한다. 주방에서 끓여 나오는 대부분의 해물국수는 항상 국물이 덜 우려진 상태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해물을 어느 정도로 끓여 육수의 맛을 제대로 내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는데 해물국수를 하는 주방에 들어가 보면 해물을 끓이는 시간은 극히 짧고 생색내기 만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면이 쉽게 불기 때문에 해물을 끓이는 시간과 면을 끓이는 시간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건진 국수 형식으로 풀 것인지, 제물 국수 형식으로 풀 것인지, 아니면 건진 국수 형식과 제물 국수 형식을 적절히 조합할 것인지 고민할 대목이다. 어떤 형식이든지 국수와 국물을 조화롭게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각 가게만의 노하우(?)로 기본 육수를 끓여 놓고 주문에 따라 기본육수에 해물을 넣고 끓이다 면을 넣고 조금 더 끓여 손님 테이블에 내놓게 된다. 




<서빙된 해물칼국수>


면은 근래 보기 드물게 아주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면을 잘 만든 이유도 있지만 국물과 면을 따로 끓이는 건진 국수의 장점을 잘 살려 조리한 때문이다. 면에 비해 육수는 확실히 아쉬움이 있지만 오전 첫 손님인 점을 감안하면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국수가게는 오전에 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전에 가면 육수가 덜 우려져 국물이 옅게 나오기 십상이다. 국수는 건진 국수 형식 쪽에 가까워서 국물 색은 짙으나 농도는 옅고 맑은 편이다. 반면에 면은 아주 잘 삶아져 전혀 불지 않고 적당히 탱탱한 것이 근래 본 면 중에 가장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탱글탱글한 해산물과 적절하게 삶아진 면발>


주변에서 항상 하는 얘기가 국수는 국물 맛이라고들 하지만 국수의 종류에 따라 면 맛으로 먹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내 취향은 칼국수에서는 다소 넓은 면을 좋아하지만 넓은 면을 파는 집은 드물다. 또한 국수를 끓여 먹는 동안 국수가 자연스럽게 불어서 국물과 조화가 잘 이루어져야 하는데 시판되는 넓은 면 제품은 이 부분이 아쉽다. 국수를 먹는 동안 적당히 불어서 국물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집에서 직접 반죽 해서 내가 좋아하는 면의 굵기와 두께로 만들어 먹는 편이다. 


새우, 미더덕, 홍합, 바지락 등의 재료들은 탱탱한 식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질 좋은 신선한 재료들을 사용한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직접 담근 고급스럽고 깔끔한 김치와 무간장 장아찌. 그리고 된장에 비벼먹는 꽁보리밥은 면만으로 부족한 2%를 채워준다.  




<함께 제공되는 보리밥과 반찬>


편안함을 주는 주인의 심성 그리고 무척 싱싱한 재료로 만든 칼국수의 면발과 깔끔한 반찬이 좋았다. 약간 아쉬웠던 국물 맛은 오전이 아닌 오후에 가면 그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깔끔하고 편안한 실내 분위기와 메뉴판>





※ 본 블로그에 게시한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농심의 입장, 전략 또는 의견을 나타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