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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태국 치앙마이 더이인타논 국립공원과 북부 전통국수 ‘카놈찐남응이야우’

 

태국 치앙마이 더이인타논 국립공원과

북부 전통국수 '카놈찐남응이야우'

 


 

<더이인타논 국립공원>


 태국 북부에 위치한 치앙마이는 서쪽으로 산이 있어 조금만 올라가면 언제나 선선한 날씨를 느낄 수 있다. 치앙마이 시내는 한낮에 30도를 웃돌아 방콕과 비슷한 기온이지만, 태국의 지붕이라 불리는 더이인타논 산(山)에 오르면 한낮에도 기온이 15도 안팎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더위에 지친 태국 사람들에겐 최고의 피서지이다. 여러 산 중에서 더이인타논 산은 치앙마이 시내에서 반나절이면 다녀올 수 있으면서도 추위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시내에서 차로 꾸불꾸불한 산길을 약 2시간 정도 오르면 더이인타논 국립공원에 도착할 수 있다. 왕복 최소 4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치앙마이 둘째 날 첫 여행지로 아침 일찍부터 더이인타논으로 향했다.

 

 

<태국에서 가장 높은 지점(좌), 끼우매빤 전망대 표지판(우)>


 해발 2천미터가 넘는 곳에 위치한 더이인타논 국립공원은 방문할 당시 영상 16도로 매우 쾌청한 날씨였다. 이곳에는 “태국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라는 뜻의 “쑹쑷댄싸얌”이라는 표지판이 있다. 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너나할것없이 이 표지판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국립공원에서 조금 내려오면 “끼우매빤” 전망대가 나온다. 이 지점에서 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있는데, 전문 가이드가 필수적으로 동행해야 하며 약 2시간 소요된다. 시간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태국 광고에도 배경으로 여러 번 나올 만큼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므로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추천할 만한 곳이다. 우리 일행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왔기에 다른 일정을 소화하기위해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아쉽게나마 기념탑 공원에 가서 굽이굽이 멋진 산자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나파폰푸미시리 스투파(stupa)>

 끼우매빤 전망대와 멀지 않은 곳에 나파폰푸미시리 기념탑 공원이 있다. 이곳은 태국 국왕(2016년에 서거한 라마9세)과 왕비의 환갑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기념탑으로 멋진 산 전망과 아름답게 조성된 공원에서 산책을 할 수 있다.

  

 

<나파폰 푸미시리 스투파에서 본 산 전망과 공원 풍경>

 

 태국같지 않은 시원한 날씨에다 더이인타논 산의 절경을 감상하다 보니 한 시간 가량이 금새 지나갔다. 아침 일찍부터 움직인 탓에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치앙마이의 맛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떵뗌또”라는 음식점으로 님만해민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맛집답게 많은 사람들이 이미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 앞에서 숯불에 고기를 굽는 냄새가 기다리는 사람들의 입맛을 더욱 자극시키는 것 같았다.

 

 

<북부요리 전문점 '떵뗌또'(좌), 숯불돼지고기구이(우)>


 이번 여행에서는 여러가지 북부 음식을 맛보고 싶었기 때문에 망설임없이 북부요리 샘플러를 시켰다. 사실 숯불돼지고기는 너무 맛있긴 하지만 한국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에 치앙마이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태국 북부 전통음식 샘플러>

 

 반면 북부 요리 플레이트를 시키면 한 접시 가득 낯선 음식을 마주할 수 있다. 사실 태국요리 초보자에겐 다소 “즐기기 힘든” 음식일 수도 있지만, 모든 전통 음식들이 그렇듯 먹으면 먹을수록 그 맛에 빠져들어 헤어나오기 힘들다. 태국 쌈장인 남프릭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북부에서 즐겨먹는 대표적인 남프릭 두 가지가 있는데, 토마토와 다진 돼지고기로 만든 남프릭엉(붉은 색)과 청고추로 만든 남프릭눔(녹색)이다. 이들 쌈장은 데친 채소와 돼지껍데기 튀김과 함께 먹으면 별미다.

태국 북부와 동북부에는 소시지가 발달했는데 특히 북부식 소시지인 싸이우아는 소고기로 만든 일종의 순대로 부드럽고 짭조름한 맛이 일품이다. “냄”이라는 발효 소시지는 처음 먹었을 때는 홍어처럼 톡 쏘는 시큼한 맛이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돼지껍데기 튀김인 “캡무”는 과자처럼 바삭 하면서 고소한 맛이 난다. “무여”라는 돼지고기로 만든 소시지는 데쳐서도 먹고 튀겨서도 먹는, 우리의 어묵처럼 태국 사람들이 손쉽게 즐겨먹는 음식이다. 우리가 주문한 태국 북부 전통음식 샘플러 접시에 이들 음식이 담겨 나왔다.

태국 북부 전통음식 샘플러 사진에서 접시 중앙에 놓여 있는 것이 태국 북부의 2가지 대표 쌈장인 “남프릭엉(붉은 색)”과 “남프릭눔(녹색)”이고, “남프릭엉”이 담긴 그릇 아래에 순대와 비슷하게 생긴 “싸이우아” 소시지를 중심으로 좌측의 “냄”과 우측의 “캡무” 그리고 바로 그 우측에 있는 것이 “무여”라는 흰색의 돼지고기 소시지이다.

 

 

<왓프라탓 더이수텝 사원 정문(좌), 사원으로 가는 309개 계단(우)>


 식사를 마치고 치앙마이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인 왓프라탓 더이수텝을 찾았다. 이곳은 더이수텝 산(山)에 위치하고 있는데, 사원으로 들어가려면 309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이 절은 1386년에 세워졌는데, 란나왕국 때 부처의 사리를 운반하던 흰 코끼리가 이곳까지 올라와 세번 울고 쓰러진 것을 계시로 여겨 이곳에 불탑을 짓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왓더이수텝 사원의 주법당과 전경(상), 황금불탑(하)>

 

더이수텝사원의 법당은 태국의 건축양식 중에서 화려한 편에 속하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단아하고 수수한 느낌이다. 그러나 사원의 중앙에 위치한 황금불탑은 햇빛에 비쳐 눈부시게 빛이 난다.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이라 그런지 관광객들은 불탑 앞에서 사진찍기에 바쁘고, 스님과 신도들은 불탑을 돌며 간절한 기도를 드린다. 사원을 다 둘러보고 정문을 나서니 또다시 계단이 펼쳐진다. 이번에는 속세로 향하는 길이다. 309개의 계단을 오르긴 힘들었는데 내려오는 것은 금방이다. 똑같은 309걸음인데, 열반에 오르긴 힘들어도 속세로 향하는 길은 이토록 쉽다는 것을. 어쩌면 머리보다 몸이 더 먼저 이 깨달음을 얻었을 지도 모르겠다.

상념도 잠시, 이번여행의 두번째 주인공인 “카놈찐남응이야우” 를 맛보기 위해 국수집으로 향했다. 치앙마이에서 가장 유명한 국수가 “카우써이”라면, “카놈찐남응이야우”는 치앙라이에서 발생한 전통국수이다. 치앙라이는 태국의 최북단에 위치한 도시로, 치앙마이에서 북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곳이다. 이번에 방문한 치앙마이에서 카우써이와 ‘치앙라이’의 전통국수 카놈찐남응이야우를 함께 먹을 수 있는 곳으로 갔다.

 

 

<치앙마이의 전통국수, 카놈찐남응이야우>

 

국수전문점 “카우써이 매싸이”는 2016년에 카우써이 경연대회에서 챔피언을 획득한 맛집이다. “카우써이”와  “카놈찐남응이야우”를 함께 시켰다.

 

 

<'카우써이 매싸이' 국수전문점>


“카놈찐남응이야우”는 “카놈찐”이라는 숙성 쌀국수에 “남응이야우”라는 소스로 만든 국수를 일컫는다. “응이야우”는 응이야우 꽃에서 유래한 말로, 이 국수에는 붉은 색을 내는 말린 응이야우 꽃이 재료로 들어간다. 주재료는 돼지고기와 돼지갈비, 돼지선지, 토마토, 응이야우 꽃이다. 카놈찐남응이야우의 특징은 “남쁠라”라고 하는 액젓(또는 어장)을 넣어 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북부의 대표 장(醬)인 “투아나오”를 넣어 만든다는 점이다. “투아나오”는 된장과 유사한 두장(豆醬)이다. 태국의 북부는 여러 소수민족들로 구성이 되는데, “투아나오”는 타이르족(族), 타이야이족(族)의 대표적인 음식문화로 볼 수 있다.

 

 

<태국 북부 대표 국수와 곁들임 야채(상), 카놈찐남응이야우와 카우써이(하,좌우)>


 카놈찐남응이야우는 맛이 강하지 않다. 고명으로 절인 배추를 넣어 먹으면 짭짤한 맛을 첨가할 수 있다. 응이야우 꽃은 북부 산지에만 서식하는 종인데, 이 붉은 꽃을 넣어 향과 색이 식감을 풍부하게 한다. 기침을 완화하는 등 몸에 좋은 효능을 가진 꽃이기 때문에 북부에서는 이를 건강식으로 먹는다고 한다. 태국 중부에 위치한 방콕에서는 카놈찐남응이야우를 먹어본 적이 없기에 기대를 하고 먹었다. 너무 기대해서 그런지 만족스러운 맛은 아니었다. 맛이 없어서 그런게 아니라 맛을 몰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기에 맛에 대한 평가를 하기가 어려웠다. 반면 카우써이는 입맛에 잘 맞았다. 카우써이는 보통 국수와 다르게 면발이 반 정도는 튀겨서 나오고 반 정도는 삶아서 나오는데, 튀긴 면을 국물에 담궈 먹으면 과자를 소스에 찍어 먹은 것처럼 바삭하면서 달콤하다.

 


 치앙마이는 태국 중부의 방콕과는 또 다른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지방색이 강해서 음식문화 뿐 아니라 축제나 공연, 고전양식과 모던아트 등 시대를 넘나드는 볼거리도 다양하다. 특히 중부지방에는 없는 산악지대와 서늘한 날씨는 이들의 문화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연과 문화, 날것과 익힌 것, 그리고 이 둘의 경계를 오가는 사람들의 삶은 우리의 미각을 풍요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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