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oodle talk

[푸드칼럼] 도심에서 국수 공장을 가다.

도심에서 국수 공장을 가다.




<생면>


국수를 좋아해서 지금까지 수 많은 국수와 관련된 음식을 음식점에서 맛을 보았다면 한 단계 더 나아가 좋아하는 국수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 지고 있는 지가 한번쯤 궁금해질 법도하지 않을까... 


내가 자란 부산의 어느 장소였는지는 어릴 때라 전혀 기억이 나질 않지만 분명히 긴 국수자락이 마당에 치렁치렁 널려있던 국수공장의 이미지는 아직도 선명하다. 당시로서는 별로 귀한 취급을 못 받던 국수공장이라 누구나 대수럽지 않게 보아 넘어가던 시절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면을 만드는 공장이 귀한 존재란 것을 우리가 인식도 하기 전에 빠르게 사라지고 신속하게 또 대규모로 생산되는 대기업이나 그 협력업체로 변모해 정겨운 풍경은 주변에서 자취를 감춰 버렸다. 물론 옛날 방식으로 운영하는 국수공장 몇 군데는 아직도 지방에 남아있다. 




<구로 시장 내에 있는 국수공장 '엄마손 국수공장'>


작년에 재래시장을 구경하다가 이 국수공장을 발견하고 어찌나 반가웠던지…  좁은 시장 내에서 주어진 여건에 맞게 변형된 모습이었다. 비록 어린 날 기억 속에 있던 파란 하늘 배경아래 하늘거리던 하얀 국수가락의 풍경은 볼 수 없었어 좀 아쉬운 감은 있었지만 그래도 직접 다양한 국수를 만드는 모습을 도심에서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 지경이었다. 




<시장의 중국식 가게>

(얼마 전까지도 한국인이 하던 식품점이었는데, 중국인 혹은 조선족 동포가 인수해서 대규모 중국식 빵가게로 운영하고 있다.)


구로시장은 몇 년 사이 많은 가게주인들이 중국인 혹은 중국출신 동포들로 바뀌고 당연히 다루는 업종들도 중국스러운 것들로 급속히 바뀌어 가고 있다. 중국식 빵집, 중국 식재료상, 읽기도 힘든 간체 한자의 중국 음식점… 시장 골목 더 깊숙이 들어가면 그제서야 서서히 중국 냄새가 사라진다. 이 국수공장도 시장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서 외부에 비교적 노출이 잘 안되어 덜 알려진 국수공장이 아닐까라고 짐작해 보았다. 




<엄마손 국수공장의 국수 제품들>

(우리가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한국식 국수가 다 있다.)


모르고 지나가다가 처음으로 이 국수공장과 맞닥뜨리게 된다면 특별히 국수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꽤 흥분할 비주얼이 펼쳐져 있다. 옥수수 국수, 백년초 국수, 치자 국수… 실제로 내가 이 공장에 머무는 동안에 지나가다가 우연히 이 집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들어오는 사람을 여럿 보았다. 주인이야 꼭 그런 생각에까지 미치지야 못했겠지만 고객들에게는 단순한 국수 상품을 진열했다기 보다 옛 향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감성마켓팅에 매료당하기 십상이다. 




<국수공장 앞 골목>

(이곳을 지나는 사람 대부분은 호기심에 유심히 쳐다보면서 지나가거나 처음 본 사람들은 가게로 직접 들어오기도 한다.)


이곳을 처음 방문하여 취재를 하려고 할 때 거절 했었다.  방송 출연 2번에 너무 고생을 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이틀을 온통 공장을 다 뒤 짚어 놓고 장사를 못 하게 하고는 고작 3분 정도 방영되더란다. 지금까지 얼굴이 노출되는 것을 허락한 곳은 딱 2집이 있었을 뿐이다.  사람이 매우 소탈하고 진정성이 있어 보이고 자신이 하는 일에 ‘지나친 자부심’이 아닌 ‘자신감’이 있어 보이는 점이 공통점이었다.




<국수를 건조시키는 모습과 사장님>


이곳을 섭외하는 과정에 과거 진행했던 컬럼을 보여드렸는데 우연히 경동시장의 ‘안동국수’ 집 기사였고, 사장님 고향이 바로 안동이었고 나도 일 년에 두세 번씩은 조부모 산소가 있는 그 근처를 다녀간다는 이유로 더 빨리 친밀해진 듯 하다.  취재를 오면서 혹시 저급한 밀가루를 사용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좋은 밀가루를 사용하고 계셨다. 싸고 맛있다라는 국수집에 가서 저급한 밀가루로 국수 반죽하는 것을 보고 질겁을 한 적이 있어서 내심 걱정을 하고 왔었지만 다행히 고급 밀가루를 사용하고 있었다. 좋은 재료 사용에 대한 나의 속마음을 얘기했더니 사장님 조부께서 안동에서 훈장님을 하셨는데 항상 자식과 손자에게 강조한 것이 “정심(正心) 이셨단다.  생활할 때나 장사할 때나 그 가르침을 잊지 않는다는 얘기가 결코 가식이 들어가 보이지는 않아 보였다. 




<국수를 만드는 재료 '밀가루'>

(국수를 만들 때 고급 밀가루를 사용하고 있었다.)




<면을 뽑는 과정>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중국집에 납품할 면을 준비하는 중이다.)


옛날 국수공장은 마당에서 말리던데 실내에서 말리는 것과 차이가 있는 지 여쭤보았더니 실내에서 말려도 습도 조절을 철저히 하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단다. 




<메밀면>

(근래 가장 많이 팔리는 면이 메밀면이란다.)




<건면을 자르는 기계와 메밀면을 말리는 장면>

(엄마손 국수공장에는 이런 작업실이 2개가 있다.)


그냥 편하게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소문난 국수집에 가서 겨우 국수 한 그릇 뚝딱 먹고 끝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번쯤 국수를 만드는 곳에 와서 국수가 뽑아지는 과정도 직접 눈으로 보고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 지는 국수도 구경하고 호기심 가는 면을 하나쯤 사서 집에서 직접 끓여 먹는 것도 바쁘게 사는 현대인의 쉬어가는 방법 중에 하나가 되지 않을까... 





※ 본 블로그에 게시한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농심의 입장, 전략 또는 의견을 나타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