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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의 유서깊은 먹거리 골목

왕랑 시장




<왕랑 시장과 씨리랏 병원>


2017년 10월 13일, 푸미폰 국왕의 서거 1주기를 맞아 추모식과 추모행사가 태국 전역에서 열렸다. 특히 국왕이 생을 마감한 곳이자 약 10년동안 입원해 지냈던 씨리랏병원에는 하루종일 추모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태국 국민들의 슬픈 심정을 반영한 듯 아침부터 세차게 비가 내렸지만 그런 궂은 날씨도 국왕이 좋은 곳에 가시길 염원하는 기도행렬을 막을 순 없었다. 




<씨리랏 병원의 푸미폰 국왕 서거 1주기 추모행사 현장>


씨리랏병원은 태국 최초의 병원으로 12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본래 이곳은 라마1세의 조카인 텅인 왕자가 거처했던 후궁(後宮), “왕랑”이 있던 자리다. 짜오프라야강을 건너면 관광객들로 늘 붐비는 왕궁(grand palace)과 직계 왕세손의 거처지였던 주궁, “왕나”(현 방콕국립박물관)와 함께 이곳 또한 유서깊은 곳이다. 후에 태국의 명문 여자사학인 “왓타나 윗타얄라이 학교”가 이곳에 세워졌었는데 이 학교가 쑤쿰윗 15로 이전을 하게 되자 라마8세의 명을 따라 씨리랏병원이 건립되어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씨리랏병원은 태국 명문대인 마히돈대학교의 대학병원으로, 쑤쿰윗 3에 있는 밤룽랏병원과 함께 태국 최고의 병원으로 손꼽힌다. 




<씨리랏 병원가 전경>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씨리랏 병원가 옆에는 왕랑시장이 위치해있다. 방콕의 젊은이들에게 인기만점인 왕랑시장은 싸고 맛있는 먹거리 뿐 아니라 저렴한 물건이 많아 학생들의 대표적인 약속장소이다. 또한 양약과 한약 약재 등을 취급하는 도매상가가 밀집되어 있어 늘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이처럼 왕랑시장이 유명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2009년 즈음 푸미폰 국왕이 씨리랏병원으로 거처를 옮기게 된 것도 이곳이 방콕의 명소로 자리매김하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그때부터 전국 각지에서 태국국민들이 씨리랏병원에 방문하기 시작했는데, 기관이나 기업, 학교뿐 아니라 개인들도 이곳에 방문해 방명록을 남기는 것이 사회적 트렌드가 되었기 때문이다. 왕랑-씨리랏에 방문한 사람들은 SNS를 통해 맛집을 공유하고, 유명한 맛집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개되곤 했다. 푸미폰국왕 서거1주기 추모식날 역시 씨리랏병원 뿐 아니라 왕랑시장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고, 길에서 왕의 사진을 안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었다. 




<푸미폰국왕 서거1주기 추모 티셔츠(좌), 왕랑시장(우)>


왕랑시장에서 유명한 국수집 중 특이한 이력을 가진 곳이 있어 찾아가 보았다. “란싸이마이 바미끼야우꿍”이라 불리는 바미 국수집이다. 이곳은 원래 ‘싸림’이라는 후식만 팔던 곳이었는데, 현재는 바미국수와 디저트 모두 유명하다. 여느 맛집처럼 면부터 고명, 국물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직접 만들어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바미면(麵)은 쌀면이 아니라 밀면인데, 계란을 넣고 반죽한 면이라 옅은 노란색을 띈다. 면을 만드는 데 쓰이는 반죽을 엷게 펴서 만두피를 만들고, 그 안에 생새우와 다진 돼지고기를 넣어 빚은 새우교자는 인스턴트 교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드럽고 탱글탱글한 식감이 훌륭하다. 물면과 비빔면 모두 맛있지만 이 가게의 비빔면 장은 단맛이 나기 때문에 호불호가 생길 수 있다. 




<바미끼야우꿍무댕남(새우교자와 돼지고기를 넣은 바미 물국수)>




<수제 새우교자(좌), 바미 비빔면(우)>


식사를 마치면 코코넛밀크에 얼음과 토핑-매우 다양하지만 이 가게는 위의 사진처럼 ‘탑팀끄럽’과 ‘싸림’을 선택할 수 있다-을 넣은 태국식 디저트를 맛 볼 수 있다. 특히 녹두전분을 가늘고 긴 실처럼 만든 싸림은 생소하지만 재미있다. 싸림 자체에 특별한 맛은 없고 시원한 코코넛밀크와 먹으면 너무 달지 않아서 좋다. 




<탑팀끄럽과 싸림 토핑(좌), 디저트 싸림(우)>




<태국식 디저트, 싸림>


왕랑시장에 오면 누구나 맛보러 가는 간식파는 곳이 있는데, “카놈탕땍쏭크르앙 빠띰”이라는 노점이다. 크레이프보다는 두꺼운 빵에 크림과 8가지 토핑을 골라 넣을 수 있다. 가장 인기메뉴는 훠이텅 맛이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먹고, 만들기 무섭게 다 팔리는 것이 신기해서 옥수수와 훠이텅 맛을 사먹어 보았는데 맛있긴 하지만 매우 달았다. 




<카놈탕땍 노점(좌), 카놈탕땍 훠이텅(우)>




<카놈탕땍 만드는 모습(좌), 옥수수 넣은 카놈탕땍(우)>


카놈브앙 일종인 카놈탕땍은 단맛이 강하기 때문에 단것을 싫어한다면 카놈크록을 추천한다. 태국어로 “카놈”이라는 말이 빵이나 과자를 뜻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단맛이 나긴 하지만 카놈크록은 단맛이 조금 덜하다. 우리나라에 풀빵이 있다면 태국에는 카놈크록이 있다. 한국에서 팥을 흔히 쓰는 것처럼 태국에서는 코코넛밀크를 흔히 디저트로 쓴다. 갓구운 카놈크록은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부드러운 코코넛밀크의 맛과 향이 계속 손이 가게 만든다. 태국에 온다면 꼭 한번 먹어볼만한 길거리 음식이다. 




<카놈크록>


시장이나 길거리 골목골목마다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또다른 간식은 “끌루아이텃”이라 불리는 바나나튀김이다. 바나나가 매우 싸고 흔한 태국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바나나를 즐기는데, 시럽에 졸이거나 말려 먹기도 하고, 튀기고 굽는 등 그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 그 중 길거리에서 즉석으로 해주는 것이 바나나튀김과 바나나구이이다. 튀김은 바나나에 밀가루옷을 잆혀 튀긴 것이고, 구이는 바나나 자체를 구워 그대로 먹거나 시럽을 묻혀 먹는 것인데, 바나나구이보다는 바나나튀김이 우리 입맛에 더 잘 맞는 것 같다. 




<끌루아이텃(바나나튀김)>




<끌루아이삥(바나나구이)>


태국사람들은 어묵을 참 좋아한다. 국수나 무침요리에 어묵이 많이 들어가는데, 길거리에서는 주로 튀김으로 판매한다. 생선살을 야채와 함께 반죽해 튀긴 “텃만쁠라”는 대체로 서양고수를 썰어 넣기 때문에 고수 향이 거슬린다면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다. 다양한 맛의 어묵과 함께 소시지꼬치 튀김도 있다. 소시지나 메추리알에 만두피를 말아서 튀긴 꼬치는 함께 주는 달달한 소스에 찍어먹으면 짭짤한 맛과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함께 어우러져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룩친쁠라텃(어묵튀김)>




<텃만쁠라(좌), 각종 꼬치튀김(우)>


처음 태국에 왔을 때 가장 신기했던 것은 길거리에서 과일을 파는 것이었다. 과일을 먹기 좋게 손질해 작은 봉지에 담아 10밧(약 350원)에 팔았다. 지금은 물가가 올라 20-30밧이 기본이지만 여전히 간편하게 즉석으로 먹을 수 있어 좋다. 그 중 “푸래” 파인애플 수레를 마주친다면 꼭 한번 먹어보길 추천한다. 푸래 파인애플은 치앙라이에서 생산되는 종으로 일반 파인애플에 비해 작고 동그란게 특징인데, 일반 파인애플에 비해 훨씬 깊은 당도와 아삭한 식감이 입에 착착 감긴다. 요즘 우리나라에 귤의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태국 역시 귤과 비슷한 과일이 있다. “쏨오”라 불리는 포멜로이다. 귤을 좋아한다면 먹기 쉽게 손질해 놓은 포멜로도 추천한다. 다만 포멜로는 당도가 낮을 경우 맛이 밋밋해서 잘 물어보고 사야된다. 




<푸래 파인애플(좌), 포멜로(우)>


이번에 왕랑시장의 대표음식을 소개한 이유는 반드시 왕랑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방콕 길거리 어디에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방콕 스트리트 푸드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작은 팁이 되길 바란다. 




<다양한 길거리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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