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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시리즈 ⑱

돼지고기와 함께 먹던 겨자




<개자(芥子, Mustard seeds)>


대학시절 친구들과 함께 기타를 질러 메고 경춘선을 타고 대성리역에서 내려 강을 건너 계곡에 다다르면 돌판을 하나 마련하여 버너로 달군 다음 돼지고기를 구워 먹었던 시절이 있다. 김치와 돼지 그리고 소주, 여기에 조미료로 가지고 다녔던 것이 겨자다. 겨자는 매운맛을 내면서 혀에 닿는 순간 눈물이 핑 나면서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사실 이것은 우리가 고추를 먹을 때 매운 맛의 고통을 느끼는 것과도 유사한 것이지만 이 고통을 즐기는 맛으로 승화를 시켜 버린 것에 하나다.


바로 이 겨자의 매운맛은 갓김치를 먹을 때도 느낄 수 있다. 

유학시절 밭농사를 지으면서 여러 채소를 자급자족하였는데 그중 독특한 것 하나가 바로 갓이다. 겨울에 비가 많이 오던 캘리포니아 기후에 맞는 듯 갓은 참 잘 자랐고 그것을 수확하여 갓김치를 만들어 먹곤 하였는데 매콤한 맛이 고춧가루의 매운맛과는 또 다른 맛을 제공하였다. 다른 유학생들과도 함께 나누며 이국 생활에 젖어있던 유학생들에겐 평소 먹어보지 못하는 고향의 맛에 잠시 외로움을 달래기도 하였다.


음식을 먹다 보면 짠맛이나 감칠맛을 위해 첨가하는 조미료처럼 첨가하는 독특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겨자다. 겨자와 더불어 갓의 씨를 개자(芥子)라고 한다. 보통 씨를 가루로 만들어 향신료나 조미료로도 사용한다. 겨자의 매콤한 맛은 바로 시니그린 성분에서 연유하는데 이 시니그린 성분은 십자화과 식물인 갓이나 겨자의 씨, 그리고 고추냉이 뿌리와 줄기 등에 함유되어 있는 글루코시놀레이트 성분이다. 가수분해효소인 미로시나아제에 의해 글루코시놀레이트가 아이소싸이오시아네이트로 전환되면서 휘발성 성분은 눈이나 코의 점막을 강하게 자극하기도 한다. 이 맛에 겨자를 먹게 되곤 한다.




<겨자씨, 겨자가루, 겨자를 이용한 소스류>


배추, 콜리플라워, 브로콜리, 양배추 등 십자화과 식물을 비롯하여 순무, 고추냉이에 함유되어 있는 성분이 가수분해효소인 미로시나아제에 의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성분으로 아이소싸이오시아네이트에는 페닐에틸아이소싸이오사이아네이트, 벤질아이소싸이오사이아네이트, 3-페닐프로필아이소싸이오사이아네이트 등이 있으며 이들은 발암물질의 분비 및 발암물질의 유독한 영향을 줄이고 발암물질을 무력화시킴으로서 항암작용을 한다.


폐암, 위암, 식도암, 결장암, 간암에 효과가 있는 항암성분으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이런 것들은 가열에 효소가 파괴되면 항암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 두어야 한다.


사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5~60년대 김장철 배추밭에서 배추를 수확하면서 부산물로 얻어지는 배추꼬랑이가 배고픔을 달래주는 간식이기도 하였는데 이 배추꼬랑이에서도 매운맛을 느끼곤 하였는데 배추꼬랑이를 날것으로 너무 많이 먹으면 자극이 되어 설사를 일으키기도 하였다.


매운맛을 제공하는 시니그린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아이소싸이오시아네이트는 강력한 항균작용과 살균작용의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대장균, 살모넬라균, E.coli O-157 균, 비브리오균, 포도상구균 등의 식중독 원인균의 증식을 억제한다. 우리가 여름철 즐겨 먹는 음식인 냉면에 겨자와 더불어 식초를 넣는데 식초는 맛도 맛이지만 pH를 낮추어서 균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고 더욱 그 효과를 높이고자 겨자를 넣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런 식중독균들이 육수 속에서 증식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인 뜻도 내포되어 있다.


생선회를 먹을 때면 으레 레몬을 뿌리고 겨자를 찍어 먹곤 하는데 생선의 비린내를 없어주며 음식의 풍미를 돋아주는 역할 뿐만 아니라 생선회에 남아 있을는지도 모를 식중독균을 죽이거나 약화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일본 사람들이 즐기는 회를 먹을 때 와사비를 이용하는데 단순히 맛만을 고려한 것은 아니다. 물론 맛에 있어서도 독특한 풍미를 가져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천연의 항균제로 항균작용을 기대하기도 한다.




<생선 및 육류 요리와 겨자 소스>


겨자는 음식의 조미료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겨자 추출물은 식품의 천연 항균제로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자동차의 에어컨이나 냉장고 청소를 할 때 겨자를 물에 풀어 분무해 주면 매우 효과적이기도 하다. 이런 겨자의 항균력을 활용하여 친환경농업에서도 겨자 추출물을 만들어 12~24시간이 지난 후 최대 항균활성을 나타낼 때 천연농약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우리 조상들은 오늘날 겨자로 불리는 개자를 약용으로도 활용을 하였다. 「동의학사전」에 보면 개자는 맛은 맵고 따뜻한 성질이 있으며 폐를 덥혀 주고 담을 삭이며 기침을 멈추고 부종을 내리며 통증을 멈추는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또 자극작용이 있으므로 소량을 먹어도 소화액이 잘 분비되고 위장관의 운동이 활발해지지만 너무 많은 양을 먹으면 토하거나 위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지나친 섭취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양 사람들은 느끼한 음식을 먹으면 피클이나 콜라를 선택하게 되고 우리네는 김칫국물같이 시원한 국물 같은 것을 함께 곁들여 먹고파지는데 느끼한 삼겹살을 먹으면서도 담백한 맛을 느끼게 만들어 주었던 것이 바로 겨자였다.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갓 구운 고기에 겨자를 찍어 먹어 보면 그런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요즈음도 겨자를 먹을 때마다 대성리 계곡에서 삼겹살과 소주를 마시면서 기타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던 청춘의 시절이 기억나는 것은 나만의 기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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