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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시리즈 ⑲ 맛을 모르는 미맹환자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시리즈 ⑲

맛을 모르는 미맹환자




<매운 고추와 맛을 느끼는 혀>


취업시험에는 서류전형, 적성시험도 있고 면접시험도 있지만 또 하나 특이한 것이 생겨났다. 최근 맛을 제대로 감지할 수 있는가를 관찰하는 맛테스트 시험을 보는 회사도 생겼다. 아무리 좋은 시험성적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맛을 구별할 줄 모른다면 식품회사에 근무할 자격이 없다는 시험으로 주로 미맹테스트를 통해 맛감각이 뒤떨어지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시험절차다. 




<사람의 맛 감지 능력을 평가하는 미맹 테스트>


혓바닥으로 맛을 느끼는 것을 미각이라고 하며, 미각은 혓바닥 표면에 있는 매우 작은 미각세포인 미뢰에서 감지를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음식을 먹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혀뿐만 아니라 위와 장에서 느낀다는 사실이다. 위와 소장의 센서도 우리가 먹은 음식에 대하여 내장벽이 당겨지고 늘어나는 감각 등을 통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과 pH의 변화를 감지한다. 우리가 너무 달게 먹거나 짜게 먹으면 위가 거북해 하거나 심하면 통증을 유발할 정도로 삼투압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기능은 장에서 포도당을 감지하면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유도하며 음식을 먹고 탈이 난적이 있을 때 트라우마로 작용하여 그 음식을 선택하지 않는 기억으로 뇌에 저장되어 활용이 되기도 한다. 


입안에서 느끼는 맛 성분에 따라 그 형태를 나누어 보면 크게 5개의 분류로 나눌 수 있다. 이를 이해하기 쉽게 세모형태, 네모형태, 다이아몬드형태, 원뿔 모양, 둥그런 공 모양 등 다양한 형태라고 가정한다면 이런 형태가 근접하였을 때 이들을 꼭 감싸주면서 결합할 수 있는 수용체는 반대의 모양 즉 요철 모양으로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맛 물질과 감각수용체가 요철, 즉 열쇠와 자물쇠처럼 꼭 들어맞게 되면 이를 신경세포를 통하여 뇌로 전달하게 된다. 뇌에서는 전달된 정보로부터 이것은 세모형태, 네모형태, 다이아몬드형태, 원뿔 모양, 둥그런 공 모양 등에 해당하는 5가지의 맛 즉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에 해당된다는 정보로 알려주게 된다. 




<감각수용체의 맛 물질 정보전달을 통한 뇌의 맛 인지작용>


맛 물질을 처음으로 감지하는 미뢰는 마치 꽃의 모양을 하고 있어 맛 물질을 받아들이는 수용체로서의 역할을 하며 미뢰의 수는 정상적인 성인의 경우 약 1만 개 정도가 있다. 하지만 정상인이 느낄 수 있는 맛들을 전혀 느끼지 못하거나, 또는 이를 다른 맛으로 느끼는 사람이 있는데 이를 미맹이라고 한다. 색맹인 사람들이 빨간색을 푸른색으로 인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 색깔을 구별해 내지 못하는데 맛을 느끼는 일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 


미맹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하는 물질로 페닐티오카바마이드(phenylthiocarbamide, PTC)라는 물질이 있는데 이것은 정상적인 사람의 경우는 쓴맛으로 느끼지만 미맹인 사람은 아무런 맛을 느끼지 못하거나 또는 다른 맛으로 느낀다. 이런 미맹인 사람은 백인종들에게 유난히도 많은 편인데 대략 30%에 육박한다. 황색인은 약 15 %, 흑인의 경우는 약 3 %로 매우 적은 편이다. 이와 같은 미맹은 유전되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은 상태이다. 다만 맛을 감지하는 감각수용체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지만 침 속에 페닐티오카바마이드(phenylthiocarbamide)를 용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타액의 조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드물게 갑상선기능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 나타난다는 견해도 있다. 


미각이 소실되는 이유 중에 하나로 후각이 소실되면서 이차적으로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미각만 단독으로 소실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믄 편이다. 미각이 소실되는 원인 중에는 항류마티즘 약제나 항암제 등과 같은 약물의 영향을 들 수 있으며 고혈압 약제도 미각장애를 일으키는 약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이나 갑상선 기능저하증 등의 내분비 장애에 의해서도 생길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나이가 점차 들면서 미각도 그 기능이 감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노화에 의한 변화는 후각만큼 현저히 감소하지는 않는다. 


이 밖에도 악성 종양이 있거나, 외상을 당하였거나, 방사선 치료 중에 있거나, 영양실조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면 건강한 상태가 아니어서 제 기능을 못할 수 있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있다거나 피로에 지쳐있을 때에도 미각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 평소 몸을 너무 무리하게 쓴다면 입맛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자주 반복되고 축적이 되면 점차 미각을 잃어버리고 만다. 




<사람마다 다르게 인지하는 매운 맛 정도>


‘나는 매운 것을 잘 못 먹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주 매운 청양고추를 잘 먹는다.’ 

가끔 이런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매운 것을 잘 먹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왜 매운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할까!’ 하는 푸념을 늘어놓는다. 물론 반대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사람마다 미각을 느끼는 정도가 차이가 나는 것은 미뢰의 숫자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미각이 뛰어난 사람과 미각이 둔한 사람의 차이는 바로 이 혓바닥에 얼마나 많은 미뢰가 분포되어 있는지에 달려있고 이것은 유전적인 요인에 지배를 받는다. 맛을 잘못 판단하는 미맹인 들은 미뢰를 가지고는 있지만 미뢰 숫자가 적어서 쓴맛의 물질에 대하여 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


따라서 미맹인 중에는 매운 고추를 먹으면서도 별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매운 맛은 일종의 통증으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매운 음식을 제공하여도 맵다고 느끼질 못한다. 미각을 제대로 느끼는 사람들은 미뢰가 충분히 많아서 쓴맛이나 단맛에 대하여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고 또 지방이나 탄산 같은 물질에 대해서도 아주 예민하게 반응을 한다. 결국 혀의 세포가 너무 발달하여 특정의 맛을 잘 느낀다. 


설령 미각세포가 충분히 있다손 치더라도 감각수용체가 감지한 물질에 대한 정보를 신경세포를 통하여 뇌로 전달해야 하는데 이 신경회로에 이상이 생기거나 장애가 있다면 이 또한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질병에 의해서도 이런 문제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흡연에 의해 니코틴이 미뢰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미각기능은 저하될 수 있다. 


미각이 소실되는 원인 중에 영양소의 결핍으로도 나타날 수도 있어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해 주는 일 또한 중요하다. 영양소의 부족으로 인해 나타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연, 니아신, 비타민 A, 글루콘산 아연(zinc gluconate)을 보충해 줌으로써 미각 기능이 손실된 것을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하다. 


평소 식생활 습관으로는 음식을 오랫동안 꼭꼭 씹어서 먹고, 여러 가지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여 너무 자극적인 음식에 치우치는 편식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도주를 감별하는 소물리에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 포도주를 마실 수가 없다. 미각이나 후각 기능이 손상을 입을까봐 그렇다. 그래서 먹고 싶고 마시고 싶은 욕망을 억제해야하기 때문에 많은 보수를 지불해 드리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해 보면 식품회사에서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가운데 맛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사람이 참여하게 된다면 엉뚱한 맛의 제품이 출시도 될 수 있다. 아예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부터 맛을 제대로 평가 못하는 미맹인 사람들은 신제품 개발 업무에 참여시키지 않는 일이 너무나도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와인 테스팅하는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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