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전심 n Talk

라오스와 마주한 태국 동북부의 오랜 마을

'치앙칸'




<치앙칸>


태국 북부의 작고 한적한 마을을 떠올린다면 대부분의 여행자에겐 “빠이”가 생각날 것이다. 사실 이미 너무 유명해져서 “한적한” 마을은 아니지만, 낮에는 평화로운 자연과 함께, 밤에는 분위기 좋은 펍에서 맥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곳, 빠이는 여전히 세계각지에서 온 여행자들의 소박한 로망이다. 그런데 빠이가 너무 개발된 탓일까. 요즘 태국사람들은 분주한 빠이보다 한적한 치앙칸으로의 여행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매콩강 너머로 라오스가 보이는 태국 동북부 국경의 오랜 마을, 치앙칸은 소소하고 소박한 그들의 삶의 방식으로 먹고,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우리를 인도한다.




<치앙칸 거리와 매콩강변의 낮과 밤>


라오스의 옛 왕국이었던 란쌍왕국의 군주, “칸”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치앙칸”은 “칸의 도시”를 뜻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원래 란쌍왕국의 영토였다. 그러나 1777년 싸얌(태국의 옛 왕국)의 딱신왕이 당시 3개의 왕국으로 분열되었던 란쌍왕국의 중남부 지역(비엔티안 왕국과 참파삭왕국)을 모두 정복함으로써 싸얌의 영토가 되었고, 이후 제국주의로부터 독립을 지켜내기 위해 싸얌은 1893년 이 지역을 프랑스에 내어주게 된다. 이러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치앙칸은 그 위치가 여러번 바뀌었는데, 본래 치앙칸이었던 라오스의 도시, 차나캄과 매콩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곳이 지금의 치앙칸이다. 이러한 배경때문에 치앙칸은 “태국속의 라오스”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라오스스러움은 곧 태국 동북부, 이싼지방의 특색과 연결된다.




<태국 동북부의 특징이 드러나는 것들-전통의상, 티크목 도마, 담수어 식혜, 찹쌀밥구이>


라오스적인 요소가 나타나는 삶의 방식 중 가장 극명히 드러나는 부분은 단연 음식이다. "쁠라라" 또는 "쁠라댁"이라 불리는 담수어 식혜는 이싼지방의 대표음식이다. 매콩강에서 수확한 담수어인 메기나 가물치가 주재료로 쓰이는데, 민물생선과 쌀겨, 소금을 섞어 6개월 이상 발효시켜 만드는 어장(魚醬)의 일종이다. 냄새가 고약해서 태국 타지방 사람중에도 먹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반대로 이싼지방에서는 밥상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이므로, 동북부 사람의 정체성과도 연결되는 음식 이상의 음식이다. 찹쌀 또한 동북부의 주식으로, 찹쌀밥을 납작하게 뭉쳐서 간장을 바르고 계란옷을 입혀 구운 "카우찌 (찹쌀밥구이)"를 즐겨 먹는다. 카우찌는 짭쪼름하면서 담백하고 쫄깃하다.



  

<카우삐약쎈>


<카이끄라타(좌), 각종 소스(우)>


이싼지방에서 유명한 쌀국수는 "카우삐약쎈"이라 불리는 국수이다. 원래는 "짜우깐"이라 불리는 베트남식 국수로, 베트남 이주민이 많은 동북부에서 특히 즐겨 먹는다. 쌀가루와 타피오카 전분을 섞어 반죽을 하고, 반죽을 절단한 생면이 엉거붙지 않도록 타피오카 전분을 덧가루로 써서 국물이 탁하고 걸죽한 편이다. 국물은 보통 돼지갈비를 2시간 정도 고아 만들고, 고명으로는 수란, 다진 파, 양파튀김, "무여"라 불리는 포크롤(돼지고기로 만든 소시지)이 들어간다. 치앙칸에서 또 유명한 음식은 "카이 끄라타"로, 납작한 양푼 팬에 만든 계란후라이(Indochina pan fried egg)이다. 사실 단순한 계란 후라이에 꾼치앙(중국식 햄)과 무여(베트남식 소시지), 그리고 다진 돼지고기와 쪽파 당근 등의 야채가 조금 곁들어진 것이 전부이지만, 이 단순한 음식속에 여러 나라의 문화가 집약됐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게다가 식탁에 비치된 각종 소스와 조미료는 먹는 사람의 입맛에 맞게 음식을 완성시켜준다.




<카우삐약쎈 만드는 과정>


저녁이 되면 치앙칸의 거리는 낮보다 활기를 띤다. 길거리 음식도 다양한데 얼핏보면 방콕과 다를게 없어 보이지만 분명히 차이나는 점이 있었다. 튀긴 음식이 없고 굽거나 쪄서 파는 것이 전부였다. 포크롤(무여)을 쪄서 매콤새콤한 소스와 함께 팔거나 소시지와 어묵꼬치를 쪄서 파는 것이 생소했지만 튀김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다. 방콕은 대체로 음식의 단맛이 강한데, 이싼지방 음식은 단맛이 별로 없다. 또 재밌는 것은 매콩강에서 나는 잔새우로 만든 꼬치구이가 있었는데 매우 작은 새우의 크기가 눈길을 끌었다. 맛은 비리지 않고 짭쪼름하면서 씹을수록 새우의 본래 단맛이 감칠맛을 더해, 치앙칸에 놀러간다면 꼭 한번 맛보기를 추천한다. 잔새우꼬치구이를 포함해 길거리 음식 대부분이 10바트(약 350원)에서 30바트 수준으로, 부담없이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포크롤찜(좌), 잔새우꼬치구이(우)>


<이싼식 소시지, 싸이끄럭이싼(좌), 각종 어묵꼬치찜(우)>


치앙칸은 당일로 가기보다는 숙박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곳에서 숙박을 한다면 아침 일찍 일어나 탁발하는 스님들께 보시를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종교를 떠나서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승불교와 다르게 태국의 상좌부불교는 금기음식이 따로 있지 않아 승려들은 보시받은 음식은 무엇이든 가려먹지 않는다. 다만 정오부터는 금식을 해야한다는 규정이 있다. 숙소에 전날 미리 말하면 보시할 음식을 준비해 주는데, 비용은 50바트정도가 든다. 오전 6시 즈음 탁발행렬이 시작되면 남녀노소할 것 없이 스님들께 보시를 하고, 스님들은 신도를 위해 기도를 한다. 이곳 사람들이 새날 아침을 맞이하는 방식이다. 




<이른 아침 탁발 행렬>


매콩강 너머로 라오스가 보이는 치앙칸은 오랜 목조건물의 멋스러움이 강변의 운치와 함께 편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밤이되면 치앙칸 거리와 강변에 조명이 켜지며 고즈넉한 시골동네가 이방인들의 웃음소리로 들썩인다. 태국의 최북단,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언제나 설레인다.




<치앙칸 야시장의 볼거리>





※ 본 블로그에 게시한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농심의 입장, 전략 또는 의견을 나타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