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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당뇨환자들에겐 산삼처럼 느껴지는 에리스리톨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시리즈 

당뇨환자들에겐 산삼처럼 느껴지는 에리스리톨 




당뇨환자들에게 꿈이 있다면 단맛이 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어 보는 것이다. 그들에겐 단맛을 내는 식품소재는 입안에서 느끼는 것이 금지될 정도의 식습관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희소식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에리스리톨이다. 당알코올 중 하나인 에리스리톨은 우리 몸 안에서 분해되는 대사 작용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일체의 에너지 대사를 하지 않는다. 방사성물질을 표지시킨 에리스리톨이 체내에서 어떻게 활용이 되는지를 확인하였지만 어느 것 하나도 에너지를 만들지 않았으며 해당작용과 TCA 싸이클을 통해 에너지를 전혀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처럼 에리스리톨은 당알코올 성분이지만 입안에서는 설탕의 단맛 기준으로 대략 70~80%의 단맛을 제공한다. 이 성분이 혀에 있는 단맛 수용체와 결합을 이루기 때문에 신호전달 과정을 통해 단맛이라는 정보를 뇌에 전달해주는 것이다. 먹어도 혈당이 전혀 상승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당뇨환자들에겐 환상적인 식품 소재라고 말할 수 있다.


<단맛을 내는 음식>


이렇게 단맛을 가지면서도 칼로리를 만들어 내지 않기 때문에 제로(zero) 칼로리 음료의 개발이 가능하다. 설탕을 첨가하지 않아도 에리스리톨과 고감미료를 적절하게 혼합하면 설탕을 첨가한 것과 다름없는 맛을 가진 음료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칼로리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당뇨환자는 물론 다이어트를 하고자 하는 분들에게도 인기 있는 식품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술에서 에리스리톨 성분은 여러 가지 맛들을 잘 조화시키는 성질이 있어서 마치 숙성을 잘 시킨 술과 같은 느낌을 준다. 에리스리톨은 에탄올 수화작용을 통하여 에탄올에 의한 자극을 완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이로 인해 술이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포도주에서는 잘 발견이 되지 않는 에리스리톨 성분이 유럽에서 생산되는 포도주에서는 발견되기도 한다. 포도주를 생산하는 데 활용이 되는 효모균들이 알코올 생성뿐만 아니라 에리스리톨의 생성에도 관여하는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 활용하는 효모는 에리스리톨 생성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잔에 담긴 포도주>




한번은 독특한 실험을 해 보았는데 우리 술 약주에 에리스리톨을 첨가하였더니 맛이 부드러워져서 술을 한 병밖에는 못 먹겠다는 사람이 두병내지는 세병까지 마시는 일이 벌어졌다. 여러 사람을 통하여 이런 사실이 입증되자 약주를 생산하는 회사에서는 매출액의 증가를 기대하고 국세청에서는 세금징수의 확대를 예상하였다. 


그래서 이를 허가 신청하였으나 위기의식을 느낀 소주 업계의 반발로 무산되고 말았다. 오늘날 소주 업계도 아스파탐이나 스테비오싸이드와 같은 고감미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양주잔에도 에리스리톨을 약간 첨가하여 양주를 마시면 한결 더 맛있는 양주를 느낄 수가 있다.  


에리스리톨은 맛있는 버섯, 치즈, 된장, 간장, 청주 등에서도 발견되는 성분으로 버섯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발효과정을 거쳐서 미생물에 의해 생성된다. 버섯의 맛 성분으로는 또 다른 성분이 있지만 에리스리톨 함량이 많아서 이로 인한 맛도 부정할 수는 없다. 


<바구니에 담긴 버섯>


에리스리톨은 자일리톨과 마찬가지로 충치균이 이용하지 못하는 물질이라 충치를 유발하지 않기 때문에 충치예방식품을 제조하는 데에도 많이 활용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소재들도 나름 한계를 가지고 있다. 에리스리톨은 다른 당알코올처럼 장내에서 수분흡수의 균형을 깨트려 설사를 유도하기도 한다. 따라서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한번은 일본에서 저칼로리 음료로 에리스리톨이 첨가된 식품이 소개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마신 소비자들이 설사를 한다는 뉴스가 나가자마자 사람들은 서둘러 마트에 가서 에리스리톨 음료를 여러 병 먹고 인위적으로 설사를 유발한 다음 제조회사를 찾아가 손해 배상을 요구하였다. 당시에는 제조물 책임법이 보편화되지 않은 시점이라서 제조회사가 병 포장에다가 “이 음료를 너무 많이 마시면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놓지 않았기 때문에 불만을 가지고 찾아온 모든 소비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 주어야 하는 일이 벌어졌고 결국 이 회사는 문을 닫게 되었다. 


당알코올인 에리스리톨, 이제는 좀 더 친숙해져야 하는 식품소재가 아닌가 싶다. 또한 에리스리톨을 활용하려면 적절히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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