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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New Story/Global N

[음식문화 세계일주①]건강한 요리로 가득한 북유럽 3개국을 가다

안녕하세요. 심심블에서 음식문화 및 해외 탐방에 관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갈
농심 음식문화원의 食역마살 김선호 과장입니다. 

회사에 입사한지 어느덧 10년... 
입사할 때도 지금처럼 경제상황이 안좋았던 1998년이었습니다. 
IMF를 농심과 함께 이겨내면서 제게 많은 일이 있었던 10년이네요.
 
그 10년 중에 제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던 계기는,
2005년 7월부터 2006년 6월까지...

1년간 회사에서 휴직을 인정받고 다녀온 세계일주입니다.
결혼을 한 상태에서 두 살 아들놈을 남겨두고 처남과 떠난, 1년 간의 음식을 테마로 한 세계 여행.
 
"무모하다" & "제 정신이야??"
많은 분들의
우려와 염려, 설마 가겠는냐는 의아함부터,
막상 세계 여행을 출발하자 함께 응원해주시고 뜨겁게 격려해주셨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휴직, 그리고 1년 간의 세계 여행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열정이었습니다.
그 꿈을 혼자만이 아니라 가족과 그리고 동료와 상사와 함께 꾸려고 했으며, 그 꿈을 이해해주시는 분들을 만났기에 가능했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이심전심 블로그를 통해 제가 다녀온 경험과 그 속에 담긴 숨은 이야기들을 풀어볼까 합니다.

첫 이야기는 세계 일주를 떠나 처음 도착했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덴마크, 스웨덴의 북유럽으로 들어가겠습니다.

 

 
2005년 7월 3일, 저는 1년간의 ‘식문화 세계 일주’라는 대장정을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시작했습니다. 세계적 항구도시인 암스테르담은 서유럽과 북유럽을 연결하는 관문 도시로, 교역이 활발한 무역의 중심지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자유의 상징입니다. 많은 배낭여행자들에게, 특히 한국 여행자들에게 암스테르담은 대마초를 피기 위해 들를 정도로 자유분방함과 전세계 여행자의 총집합 도시입니다. 이러한 그들의 오픈 마인드는 음식에도 그대로 반영돼 거의 모든 지역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됩니다.


네덜란드의 식문화는 한마디로 소박한 편리주의 식단이었습니다.

암스테르담의 음식문화를 표현하는 '더치 페이'는 합리적인 그들의 문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계산 문화뿐 아니라, 그들이 즐겨먹는다는 정통 Dutch식 레스토랑을 맛 보고 왔는데요. 특히 쫄깃한 돼지구이살사우어크라우트로 대표되었던 메인은 우리의 항정살 구이를 연상케 하였으며, 독일의 영향으로 받아들인 사우어크라프트는 메인을 채워주는 숨은 주인공이었습니다.


하지만 소박한 그들에게도 저녁만큼은 화려했습니다. 카르보나두(Karbonade)라는 돼지고기 스테이크와 날 생선을 절여서 만드는 헤링(Herring, 청어)은 가장 유명한 요리고요. 구다(Gouda) 지방의 치즈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치즈로, 유난히 큰 키를 자랑하는 그들의 성장 비결이라고 합니다.

암스테르담에서 유레일(국제열차)로 독일 함부르크를 거쳐 본격적인 북유럽의 시작인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향했습니다. 바다로 갈라져 있는 독일과 덴마크 사이의 북해를 "기차를 실은 배로" 건너고, 기차는 다시 코펜하겐으로 향한답니다. 유럽의 모든 지역이 유레일로 연결돼 있어 자유로이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반도 국가로 갇혀 있는 한국인으로서 정말 부럽더군요.


1년 간 세계의 많은 거리를 둘러봤지만 그중에서도 코펜하겐은 거리 자체가 예술의 전당입니다.
각종 공연들과 세계의 젊은이들이 모여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치며 여행경비를 마련하는 장이니까요. 길거리 공연의 다양성과 수준은 세계 최고였습니다. 이 거리를 다 둘러보는 데만 꼬박 하루 이상이 걸립니다.


이런 볼거리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거리 레스토랑이 즐비합니다. 야외 의자에 앉아 가볍게 즐기는 맥주 한잔부터 와인과 제대로 된 식사까지, 다양하게 즐기며 거리의 뮤지션들을 응원하고 왔습니다. 이들의 다양한 퍼포먼스를 감상하며 거리에서 음식을 즐기는 것은 맛을 떠나 문화로 느끼는 최고의 궁합이었습니다!


덴마크를 포함한 북유럽의 음식들은 건강지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바이킹의 후예로 다양한 치즈와 샐러드 문화가 발달되어 있고, 그들만의 빵문화도 발달되었습니다. 통호밀빵 러그브레드, 그리고 덴마크의 명물인 '버터를 바른 빵'이란 뜻의 샌드위치 스뫼르레브레(Smrerebred)는 단순한 빵이 아닌 대표 식사메뉴로 손색이 없고, 치즈와 지역 야채와 과일을 소재로한 거리 식당의 모듬 샐러드는 덴마크의 건강한 맛을 맛보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덴마크 현지인 민박집에서 맺은 인연, 집주인 펠레(Pelle)와의 마지막은 스테이크 파티로 장식했습니다. 각자 먹거리를 준비하고 펠레가 나머지를 준비하기로 한 금요일 밤 파티... 우리는 진정한 정통 덴마크 스타일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앞마당에 준비한 식탁에는 치킨, 칠면조, 소고기 스테이크에 펠레가 정성스레 처방한 절묘한 맛의 소스가 펼쳐져 있었고, 그들의 건배법 ‘스콜!’을 연이어 외친 끝에 우리의 우정은 한국과 덴마크의 비공식 축구 시합으로 이어졌지요. ^^


이제 코펜하겐에서 30분 거리인 스웨덴의 남부지역, 런드(Lund)로 넘어갑니다. 이곳은 핸드폰을 중심으로 한 IT 업체들과 다양한 식품 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산업 클러스터 도시죠.
런드 대학의 훌륭한 인재와 정부의 건강식품에 대한 강력한 의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의 유래처럼 삶의 질을 중요시하고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국민의 의지가 곳곳에 반영돼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건강 식품을 위한 클러스터가 형성돼있어 북유럽을 시작으로 전 유럽에 이러한 기술과 상품이 뻗어나가는 지리적인 이점을 갖추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지난 2005년 미국 건강식품박람회에서 인연을 맺었던 이곳의 건강식품 전문가 2명과 비즈니스 미팅을 2시간 정도 할 수 있었는데, "건강식품의 발전은 휴대폰 사업과 유사하게 발전한다” 컨설턴트인 피터(Peter)의 말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처음엔 특정 기술이나 기능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고가의 제품들이 소규모 시장을 형성하지만, 이는 점점 일반 라이프 스타일의 소비자층으로 확대되고, 결국 합리적인 가격대의 일반식품 형태가 주종을 이루는 대형 시장의 소비자들로 확대된다.
중요한 약속이 있었음에도 함께 식사를 즐기면서, 매출 1.6조의 한국 최고 식품회사 직원과 식사한다고 친구에게 웃으며 자랑하는 그의 비즈니스적 감각이 돋보였던 만남이었습니다.

메뉴판에 GI(혈당관리) 관련 메뉴가 있을 정도로 스웨덴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요리에도 반영돼있었습니다. 이처럼 곳곳에서 기술적인 건강 지향의 개념이 반영된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돌이켜보면 북유럽인 덴마크, 스웨덴 사람들 중 뚱뚱한 사람을 거의 볼 수가 없었답니다.

미국은 물론이고 다른 유럽국가와 비교해봐도 스웨덴은 현저히 낮은 비만 인구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비만이라고 하네요. 앞서 말한 음식은 물론이고 거리마다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 자동차보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스웨덴 사람들을 보면 '건강한 사람이 더 건강해진다'는 말이 생각나게 됩니다.


이렇게 세계 일주의 첫 발걸음,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은 여행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 나라와 문화, 가치, 역사가 녹아든 북유럽의 음식들.
세계 사람 누구나가 식문화와 건강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요리와 식문화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
다음 포스트에서도 그 다양성과 공통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김선호 과장 (음식문화원)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남미의 우유니 소금호수에서의 사진입니다. 인간의 눈은 많은 착시를 하죠. 보기에 따라, 마음가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보이는 것이 삶인 듯합니다.
안녕하세요. 농심 전략경영실 음식문화원에서 일하고 있는 김선호입니다. 농심 연구소로 입사해 소재, 바이오식품, 건강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 뜻한 바가 있어 전세계 음식문화를 주제로 1년간 세계 일주를 했던 것을 계기로 좀더 넓은 방면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원 출신의 전문지식과
전세계 음식문화 체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블로그에서 다양한 정보와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