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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비주얼, 그러나 한국인의 입맛 취향을 저격할

태국의 이색음식




요즘은 해외여행을 할 때도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다. 그곳의 유적이나 랜드마크만큼 중요한 포인트가 ‘어디서 어떤 음식을 맛볼까’ 하는 것이다. 블로그에 워낙 좋은 정보들이 넘쳐나지만 자칫하면 누구나 같은 루트만 반복하게 되버린다. 이미 유명한 맛집이 안전한 선택이라면, 아직 생소한 맛집은 신선한 시도가 될 것이다. 방콕에서 특별한 한 끼를 선사해 줄 신선한 맛집을 찾아가보자. 


여행자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카오산로드로 진입하기 위해 지나는 관문이 라차담는 거리의 민주기념탑이다. 민주기념탑 로타리의 북쪽에 맥도날드가 있고, 라차담는도로의 맞은 편으로 반딘써호텔이 있는데, 이 호텔이 위치한 골목이 딘써 로드이다. 방콕 시청으로 이어지는 이 길에는 현지인이 즐겨찾는 맛집이 즐비해 있다. 한국에서 맛보기 힘든 재료와 다소 생소한 비주얼이지만, 우리 입맛에 맞을 만한 태국인의 일상 음식을 소개한다. 




칼칼하고 진한 국물, 깽르앙라이부아 

(yellow curry with young lotus roots) 


<깽르앙라이부아>


반딘써호텔에서 시청방향으로 걷다보면 100m도 되지 않아 크루아압썬(Krua Apsorn)이라는 음식점이 나온다. 이곳은 푸미폰 전 국왕의 누나, 깐라야니왓타나 공주의 전담 요리사로 재직했던 짠차위 싸꾼깐(일명 빠댕)씨가 퇴임 후 1996년에 오픈한 식당이다. 맛은 물론 가격도 높지 않은데다, 태국 왕가의 요리사라는 특별한 이력으로 인해 방콕의 소문난 맛집으로 자리잡았다. 2009년에는 영국 가디언지의 주말판 <옵저버>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과 그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 50선”에 선정되었고, 최근에는 미슐랭 가이드에 수록되면서 관광객에게도 인기있는 맛집으로 부상했다. 이곳에 오면 반드시 맛봐야 할 시그니처 메뉴가 있는데, 바로 “깽르앙라이부아”이다. 




<연 새싹줄기(좌), 민물새우(우)>


"깽르앙"은 태국남부의 대표적인 요리로, 칼칼한 매운탕과 견줄 수 있는 국물요리이다. 보통 생선이나 새우를 넣어 끓인다. 강황과 고추를 빻아 넣기 때문에 남부식으로 간을 세게 하면 커리향이 강할 수 있지만, 크루아압썬의 깽르앙은 중부 스타일로 간이 세지 않아 맛이 깔끔하다. 주재료는 민물새우와 “라이부아”라 불리는 연(lotus) 새싹줄기이다. 우리나라에선 연근은 많이 사용해도 연줄기를 넣는 음식은 조금 생소한데, 태국음식에는 연줄기가 많이 쓰인다. 연꽃을 피운 줄기(싸이부아)는 데쳐서 장에 찍어 먹거나, 코코넛 밀크를 넣는 국물요리에 들어가는 반면, 뿌리에서 올라오는 연 새싹줄기(라이부아)는 “깽르앙”이나 “깽쏨”과 같이 칼칼한 국물요리에 주로 사용된다. 


“깽르앙라이부아”의 노르스름한 국물은 보기엔 별로 먹음직스럽지 않다. 그러나 한 숟갈을 뜨고 나면 멈추지 못할 맛이다. 매콤새콤하면서도 달짝지근한 국물과 아삭하고 연한 연줄기의 환상조합은 밥 한그릇을 금새 비우게 한다. 국물이 조금 매운 편이지만 강황이 들어갔기 때문에 먹은 후에도 속이 편안하다. 또한 볶음면이나 게살커리볶음과 같이 달달한 요리와 함께 먹으면 궁합이 매우 잘 맞는다. 




연한 잠풀과 가느다란 쌀국수 볶음, 팟미끄라쳇 

(fried rice vermicelli with water mimosa) 


<팟미끄라쳇>


크루아압썬에서 시청쪽으로 약 100m정도를 걷다보면 건너편에 써 나왕(Sor Na Wang)이라는 작고 허름한 음식점이 나온다. 이곳은 “팟미끄라쳇”이 유명한 맛집이다. 잠풀 또는 물 미모사(water mimosa)라 불리는 신경초를 세면처럼 가느다란 쌀면, “쎈미”와 볶아낸 요리이다. 잠풀 역시 한국에서는 식재료로 잘 쓰이지 않는데, 태국에선 잠풀이 들어가는 요리가 다양하다. 특별히 향이 강하진 않지만 잠풀은 억센 부분이 쓰이면 질겨서 식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잠풀의 품질이 음식의 맛을 좌우한다. 팟미끄라쳇으로 소문난 이 곳은 잠풀이 연하면서 숨이 죽지 않고, 가느다란 면의 탱글탱글한 식감을 살려 볶음을 완성한다. 태국사람들은 식탁에 구비된 각종 양념을 넣어 간을 더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런 이유 때문인지 써 나왕의 팟미끄라쳇은 달지 않고 간이 조금 심심하므로 양념을 더하는 것이 좋다. 




<써 나왕 전경(좌), 잠풀(우)>




<팟미끄라쳇의 면발(좌), 각종 양념장(우)>




푹신푹신한 식빵과 코코넛밀크 커스터드 

(fluffy steamed bread and dip with coconut egg custard) 


<카놈빵능쌍카이야카이(쪄낸 식빵과 코코넛 밀크 커스터드)>


써 나왕의 옆에는 방콕에서 가장 유명한 디저트가게인 몬 놈쏫(Mont Nomsod)이 있다. 태국음식은 대체로 맵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식사 후 달달한 디저트를 즐겨 먹는다. 전통적으로 코코넛 밀크와 얼음이 들어간 디저트가 많이 있다. 몬 놈쏫은 우유나 요거트 등 유제품을 식빵 토스트와 함께 파는 곳인데, 태국의 전통적인 디저트인 쌍카야(코코넛 밀크 커스터드)를 접목시킨 것이 특징이다. 식빵 토스트에 각종 잼과 버터, 커스터드 등을 발라준다. 




<쪄낸 식빵조각(좌), 코코넛 커스터드(우)>


50년이 넘는 전통을 지닌 몬 놈쏫의 특화 메뉴는 두툼한 식빵 조각을 쪄서 코코넛밀크 커스터드에 찍어 먹는 것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식빵조각은 따뜻할 때 바로 먹어야 제맛이다. 푹신푹신한 식빵은 태국식 커스터드의 달콤함과 어우러져 입안의 매운기를 없애준다. 밀크코코넛 커스터드가 달기 때문에 커피나 우유와 함께 먹으면 좋다. 좀더 색다른 음료를 원한다면 차옌(iced milk tea)이나 남안찬마나우(Butterfly pea flower and lime honey tea)를 추천한다. 특히 안찬 꽃잎은 식용으로 많이 먹는데, 파란 색감도 예쁜데다 항산화 기능과 혈액순환을 돕는 등 우리 몸에 유용한 허브이므로 방콕에 온다면 한번 맛 볼 것을 추천한다. 




<몬 놈쏫 전경(좌), 매장 안 모습(우)>




<다양한 맛의 우유(좌), 각종 식빵(우)>


현지인의 친숙한 밥상이 여행자에게 특별한 한끼가 될 때, 여행은 마법과 같은 순간을 맞이한다. 그 순간은 맛있고, 행복한 장면으로 우리 기억 속에 머물 것이다. 방콕을 여행하는 독자들에게 맛있는 순간이 넘쳐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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