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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시장, 인현시장




시내 중심가에 위치하면서도 오랜 세월에 비해 덜 알려진 이 인현시장을 찾은 날은 사상 유래가 없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라 한낮에 유난히 더 가라 앉은 분위기가 작은 시장을 더욱 작아 보이게 한다. 



(퇴계로 방향의 시장입구. 

바로 오른쪽에 60년대 지어진 한국 최초의 복합상가 아파트, 진양상가 아파트가 있다.)


대학시절인 80년대부터 전공 때문에 자주 들락거리던 충무로 인쇄골목이지만 이 곳에 이런 작은 시장이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겨우 1년 남짓에 불과하다. 지인들 작은 모임을 이 시장 안에 있는 음식점에서 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알게 되었지만 그때도 밤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모임장소가 시장 속이었다라는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도 못 했었다. 그 만큼 시장 규모가 작은 곳 이다.

 

처음 도착해서는 너무 한적한 시장 분위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길까도 생각했지만 시장 상인들과 몇 마디 나눠보니 주변 세운상가 일대가 재개발 되기 시작하면서 이 시장의 앞날도 불투명하게 되어 기록의 차원에서라도 다뤄보는 것도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생선가게의 도마가 말라있다. 생선을 팔아본 지가 오래됐나 보다...)


(막 배달 다녀와서 쉬고 있는 아저씨와 낮잠을 즐기는 생선가게 아저씨)


첫 대화 상대의 시장 할머니께 취재를 왔다고 하니 첫 마디가 “시장에 실망했죠?”여서 오히려 외부 사람인 내가 머슥해졌다. 이 시장은 얼마나 됐습니까? 일제시대, 아니 조선시대때부터 있었을 걸? 이 말씀에 점점 더 위축 되어가는 이 시장에 연민과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시장의 절반 이상은 음식점으로 채워져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주변에 소규모의 공장들, 작업실들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식재료 가게보다 식당들로 채워졌을 것이다.)




(입구 바로 안쪽 건물 외벽에 “인연이 있는 인현시장”이라는 글귀의 네온사인이 붙어있다.

발음이 비슷해서 따온 듯 하지만 좋은 느낌을 준다.)


가게도 얼마 남지 않았고 가게 주인들도 다 나이들이 많고 시장의 물건들도 주로 시장 안의 식당을 상대로 하는 듯 필수적인 식재료에 한정되어 있다. 모르긴 모르지만 바로 옆에 60년대 지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 “진양상가 아파트”가 최고급으로 대우 받던 시절 이 시장도 그 때가 전성기 시절이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영화 “도둑들”에 나왔던 배경) 그 상가가 지금은 낡고 초라한 모양으로 전락한 것과 시장의 운명이 괘를 같이 하는 것이 아닐까



(흰색 높은 건물이 60년대 지어진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 “진양상가 아파트” 다.

영화 “도둑들” 촬영지가 되었던 곳이다.)


...그러나 인현시장의 최근의 역사를 검색해 보면 불과 2년 전만 해도 청년가게란 이름으로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은 사업들이 시도되어 시장이 다시 젊게 살아나는가 했지만 지금은 그 가게들이 문을 닫고 그 흔적만 그대로 남아 있어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시장 주도로에서 고개만 돌려도 골목골목이 전부 인쇄와 관련된 작은 공장,

가게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시장골목으로 들어서는 순간 어둡고 한산하지만 

그래도 아직 시장 주변은 인쇄와 관련한 사람들로 분주하다. 

그 분주함이 시장으로까지 이어지면 좋겠지만 시장 안 식당만 저녁이 되면 분주해진다.)



(좁은 시장통이지만 인쇄골목답게 인쇄물을 나르는 오토바이를 개조한 짐차들이 분주히 지나다닌다.

장을 보러 온 사람, 식당들, 짐차등이 어우러진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주고객들이 인근 음식점들이라 앞치마를 두르고 물건을 사러오는 사람들이 많다.)



(생선가게와 쌀집. 좁은 골목에 서로 맞닿은 지붕이나 차양 때문에 어두워서 

대낮에도 불을 켜두는 곳이 많다.)



(도심에서 카페가 아닌 다방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여긴 여전히 다방이 존재하고 심심찮게 배달을 나가는 다방 종업원도 길거리에서 마주치게 된다. 인건비가 저렴하던 시절에 형성된 가게보다 배달 커피값이 더 싸다는 전통이 아직도 유효한 것이 신기한 다방문화. 

그리고 시장길을 바쁘게 지나 다니는 주변 인쇄업체와 관련있어 보이는 행인들…)



(판매할 물건들이 정리되지 않고 어지럽게 쌓여있다. 그리고 그 곁을 무심하게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현재 이 시장의 상황을 대변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깐 촬영하는 사이에도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들은 있더라는 긍정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세 놎읍니다… ” 맞지 않는 맞춤법이 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구시대의 퇴장을 상징하는 것 같아 가슴이 짠~함도 이 시장에서 느낄 수 있다. 

떠나간 청년가게의 모습도 주인 없이 덩그러니 남아있고 원래 시장 주인들도 이렇게 떠나가고… )


그래도 너무 동떨어진 분위기의 새 모습보다는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개선해 나가면 오히려 더 차별화에 따른 활력이 생기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 걷기 싫어하는 도시인들에게는 이 곳이 교통은 다소 불편할 수 있으나 서울 시내 같은 중심에서 한 두 블럭 정도의 거리라면 거리나 교통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고 더구나 주변에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신기한 공구나 옛스런 전자제품을 파는 가게들이 많아서 60~70년대 골목 풍경을 느껴볼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지만 주변을 살리는 개발이 좀 아쉬운 곳이다.



(명보극장이 있는 길에서 오장동 방향으로 곧장 100m쯤 걸어오면 시장의 또다른 입구가 보인다.

시장을 지나 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냉면집으로 유명한 오장동이 나온다.)


활력 있는 시장의 모습이 아니라서 다소 당혹스러웠을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진짜 장을 보기 위한 목적으로서의 기능은 거의 상실해 보이지만 주변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오래된 환경과 새로 단장한 세운상가, 시장내 즐비한 옛스런 식당의 정취를 맛 보기 위함이라면 기꺼이 찾아 나설 가치가 있다.



[위치] 서울특별시 중구 인현동2가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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