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전심 n Talk


드디어 마음氏의 아내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막을 내렸습니다. 17, 18회가 김주원과 길라임 두 주인공의 사랑이 절정에 달하는 클라이막스였다면 바로 어제 마지막 회는 조금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았나 싶어요. 암튼 두 주인공 못지 않은 조연 캐릭터들의 연기도 드라마의 재미를 더해주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오스카의 윤슬에 대한 프로포즈는 너무 늦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

어쨌든 모든 팬들의 소망대로 드라마는 '해피 엔딩'으로 끝났는데요. 드라마를 돌아보며 칼럼니스트인 장근영(심리학 박사) 님의 농심 사보에 기고하신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종영 이전 쓰신 글임을 고려해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 '그 사랑이 진지하고 최선을 다한 것일수록 고통도 크겠지만 성장의 폭도 넓기 마련이다.'라는 글이 제 마음에 쏘옥~ 들어오는데요.

<시크릿 가든>에서 배우는 '사랑의 원리'

최근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 장안의 화제다. 사실 이 드라마도 따지고 보면 여전히 순정만화 고전인 <캔디>의 기본구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재벌 남자와 가난한 또순이 여자의 로맨스라는 점도 그렇고, 거기에 어떻게 된 이유인지는 몰라도 이 동네 모든 괜찮은 남자들은 죄다 그녀 주변을 맴돈다는 자기중심적 설정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뭔가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오랜만에 연기다운 연기를 하는 젊은 주연배우들이 출연한 것도 이유겠지만, 서로의 몸이 뒤바뀐다는 설정을 특이한 방식으로 이용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몸 바뀌는 설정을 사용한 이야기는 꽤나 많다. 비록 현실적으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설정이 흥미로운 건 이렇게 함으로써 여러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이 바뀌며 달라지는 것들
우선 서로 갈등을 일으키던 상대와 몸이 바뀜으로써 말 그대로 서로의 입장이 되어보고, 그 결과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과정을 그릴 수 있다. 헐리웃 영화 <프리키 프라이데이>(2003)에서는 맨날 싸우던 엄마(제이미 리 커티스)와 딸(린지 로한)의 몸이 뒤바뀐다. 그 결과 엄마는 딸의 학교생활을 겪어봄으로써 딸이 왜 맨날 그렇게 치장하고 밤늦게 돌아다니는지 이해하게 되고 딸은 엄마가 겪는 고충들을 이해하게 된다. 당연히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이런 설정을 통해 금지된 욕망을 추구할 수도 있다. 일본영화 <비밀> (1999)에서는 아내의 영혼이 딸(히로스에 료코)의 몸에 들어간다. 그 결과, 아내는 딸의 몸으로 아버지와 금지된 로맨스를 펼치게 된다. 우리나라 영화 <꼬리치는 남자>(1997)에서는 맹인 바람둥이 주인공(박중훈)의 영혼이 개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낯선 여성(김지호)에게 사람에겐 허용되지 않지만 개라면 허용될 수 있는 온갖 행동을 하는 것이 재미의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몸이 뒤바뀌는 것을 인생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의 기회로 사용하기도 한다. 영화 <스위치>(1991)에서는 성격 나쁜 바람둥이 남자가 죽은 후 여자(엘렌 버킨)의 몸으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사는 과정을 보여준다. <패밀리맨>(2000)에서는 주인공(니콜라스 케이지)이 평행우주 속의 다른 인생을 사는 자신이 되어 화려하지만 고독한 솔로의 삶과 수수하고 따듯한 가족과 함께하는 삶의 가치를 비교하게 된다.


사랑은 마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들은 모두 사랑과 깊은 관계가 있다.
첫째,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함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지 않던가.

둘째, 원래 로맨스는 어느 정도 사회적 금기를 깨는 일이라서 커플들 사이엔 언제나 평소의 자신과는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용기를 내지 않고서는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들이 놓이기 마련이다. 그것이 금지된 사내연애이든, 부모가 반대하는 사랑이든, 혹은 친구의 친구를 사랑하는 것이든 말이다.

셋째, 사랑에 빠지면 평소와는 다른 언행을 보이기 때문에 주변사람들이 놀라고 당황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사랑은 마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거다.

마지막으로 그 결말이 어떻든지 간에, 우리는 사랑을 함으로써 자신과 타인에 대해 조금 더 깊은 깨달음을 얻고 성장하기 마련이다. 그 사랑이 진지하고 최선을 다한 것일수록 고통도 크겠지만 성장의 폭도 넓기 마련이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도 이것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조금씩 다 드러나고 있음은 시청자들도 잘 아시리라.


네 머리도 내머리, 니 머리도 내 머리야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이 영혼/몸의 뒤바뀜 설정을 가지고 조금 낯선 이야기를 하나 덧붙인다. 그것은 지금까지 사랑을 연구한 심리학자들이 늘 지적해왔던, 그러나 특별히 새롭게 부각시키지 못했던 사랑의 핵심요소인데, 바로 상대방에 대한 강렬하고 배타적이지만 최대한의 배려를 포함한 소유욕이다. 길라임(하지원)의 몸에 들어간 주원(현빈)은 자신의 몸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평소처럼 감독 앞에서 굽신거리던 길라임에게 이렇게 말한다.

“감히 내 머리를 어디다가 숙여? 내 영혼이 담겨있는 동안은 네 머리도 내머리, 니 머리도 내 머리야!”

상대의 몸을 내 것처럼 간주하려는 것, 그것은 사랑이 가진 가장 원초적인 특징이지만 동시에 가장 로맨틱한 욕구이다. 이것은 단순한 소유욕이 아니다. 나 자신을 아끼는 만큼 상대를 똑같이 혹은 그보다 더 소중하게 아끼고 보호하려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 이후 이 둘은 서로에게 벌어지는 일을 마치 자신에게 벌어지는 것처럼 노심초사하며 지켜보고 개입하려든다. 게다가 서로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술들을 가르쳐준다는 이유로 온갖 스킨십을 펼친다. 이런 모습은 겉보기엔 모든 불타는 연인들의 행태와 다름없다. 문제는 아직 둘은 서로 상대방에 대한 감정을 명확히 인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 결국 몸이 바뀌었다는 알리바이를 이용해서 드라마는 이 둘에게 연인들끼리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행동을 하게 만들었고, 이를 통해 정작 둘은 인정하지 못하는 마음을 독특한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참신한 이야기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