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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칼럼] 장판식 교수의 '식품바로알기'③ '미생물'과 '효소', 그리고 '발효'

농심기업블로그 2015. 8. 12. 13:59

장판식 교수의 '식품바로알기'③

'미생물'과 '효소', 그리고 '발효'

 

 

 

<미생물과 효소>

 

약 1개월 전 효소에 대한 주제로 식품관련회사 CEO과정 특강을 하던 중 한 수강생으로부터 질문이 있었다.

“교수님! ‘효소(enzyme)’도 생명체인가요? ‘미생물(microorganism)’과 어떻게 다른가요?”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미생물에 의해서 일어나는 각종 생명활동인 여러 가지 반응들과 효소에 의해서 일어나는 각종 반응들이 유사한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혼동하여 질문을 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 질문에 대한 설명을 통해 ‘미생물’, ‘효소’, ‘발효’ 등의 차이점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먼저, ‘미생물’의 정의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세균, 진균(효모, 곰팡이 따위), 조류, 바이러스, 원생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서, 대부분의 미생물은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작은 생물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즉, 맨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현미경으로는 볼 수 있는 매우 작은 단위의 생명체로서 생명현상을 독립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소단위를 일컫는다.


반면, ‘효소’란, 생물체의 세포 안에서 합성되어 생체 속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화학반응의 촉매 구실을 하는 고분자화합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서, 화학적으로는 단순 단백질 또는 복합 단백질에 속하며 특정한 물질의 화학반응에만 참여하는 특이성(specificity)을 갖는 것으로 정의되어 있다. 예를 들면 탄수화물 분해 효소는 탄수화물 외에 다른 성분을 분해할 수 없다. 또한 어떤 반응의 활성화 에너지를 줄여 반응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으며, 촉매로 작용하는 반응 형식에 따라 크게 산화 환원 효소(oxidoreductase), 전달 효소(transferase), 가수분해 효소(hydrolase), 분해 효소(lyase), 이성질화 효소(isomerase) 및 합성 효소(ligase) 등의 여섯 그룹으로 나눈다.


쉽게 요약하여 말하자면, 효소는 둥근 구 모양의 단백질(globular protein)로서 생명력은 없으며, 직경이 수 나노미터(nm) 정도되는 유기 촉매 물질로서 미생물에 비해서는 너무 작아 단순한 현미경으로는 관찰이 어렵다.

 

 

 

<현미경 관찰 및 발효 연구(출처: 농심 홈페이지)>

 

여기서,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김치 발효과정을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여러분께서 이미 잘 아시다시피, 김치란 채소를 소금에 절여 씻고 여기에 고춧가루, 마늘, 젓갈 따위를 버무려 발효 및 숙성한 젖산 발효 음식으로서 우리나라 고유의 대표적인 채소 발효 음식이다. 재료와 양념에 따라 배추김치, 깍두기, 오이김치, 총각김치, 파김치, 물김치 따위의 여러 종류의 김치가 있는데, 기본 원료는 배추, 양념 혼합물과 소금이며 그 밖에 과일류, 견과류, 젓갈류, 참깨, 당류, 다른 채소, 풀(밀가루 풀 또는 찹쌀 풀) 따위를 쓰기도 한다.


이러한 김치가 만들어 지는 과정 중에는 여러 종류의 발효미생물이 관여하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젖산발효를 유도하는 전형적인 균은 Lactobacillus plantarum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김치의 주요 젖산균은 Lactobacillus plantarum이며 모양은 타원형에 가까운 간상(rod type), 크기는 0.5~1.0x3.0~8.0 μm, 단독 또는 연쇄상으로 존재한다. 또한 이 미생물은 포도당, 엿당, 덱스트린, 라피노스 등의 당 종류를 먹이로 잘 활용할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각종 당 종류를 분해할 수 있는 효소들을 잘 생산해낼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따라서, 젖산발효 결과 우리 몸에 유용한 유기산을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효소도 생산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김치에는 이외에도 단백질 분해하는 효소와 지방질을 분해하는 효소들도 발효과정 중에 만들어지거나 김치 원료로부터 유래할 수도 있음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상에서 거론한 김치 관련 효소들도 이 글의 맨 처음 설명한 ‘효소’와 마찬가지로 본체가 단백질이며 둥근 모양을 갖추고 있으며, 이러한 구형의 효소단백질 직경은 일반적으로 수 nm이고 대사작용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미생물과는 달리 생명현상을 영위하는 것은 아니다.


김치 발효과정에 관여하는 미생물 및 이로부터 유래하는 효소들에 대하여 앞서 설명하였는데, 이러한 내용은 일반적인 미생물과 효소에 대하여 확대, 적용할 수도 있다.


즉 통상적으로 말하는 미생물의 경우, 각종 대사(metabolism, 분해대사 및 합성대사)작용을 수행하는 생명현상이 있어서 자체적으로 살아 움직이지만 효소는 생명현상이 없는 단백질이다. 따라서, 효소의 경우에는 ‘살아 있다’라던지 ‘죽었다’라는 표현을 결코 쓸 수 없는 것이다. 크기에서도 미생물의 경우는 수 μm 이상의 크기를 갖는데 비해 효소는 이들보다 수천 배 이하로 작은 수 nm 수준으로 보통의 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충분히 파악했다면 여러분도 미생물과 효소를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오이소박이 물김치와 된장>

 

지금까지는 미생물과 효소에 대해 설명하였는데, 종종 ‘발효(fermentation)’라는 용어와 ‘효소’를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명확하게 구분해 보자.


‘발효’란 미생물이 유기화합물을 분해하거나 모양을 바꾸어 알코올류, 유기산류, 이산화탄소 따위를 생산하는 과정을 말하는데, 좁은 뜻으로는 산소가 없거나 아주 적은 상태에서 미생물이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외부 전자 수용체의 관여 없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을 이른다. 예를 들면 에탄올이나 젖산 발효에서 포도당 한 분자가 발효되면 ATP 에너지 물질이 두 분자 생성되는데, 술, 빵, 김치, 식초, 향 화합물, 된장, 간장, 치즈, 발효 음료 따위를 만드는 데에 이용한다. 즉, ‘발효’란 생명체나 단백질 등과 같은 어떤 물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미생물이나 효소와는 뚜렷이 구분되는 용어이다.


결론적으로 요약하여 『발효』, 『미생물』, 『효소』를 한 문장 내에서 표현하자면,

『발효(일련의 분해 혹은 변화과정 또는 현상)』는 『미생물(각종 대사작용의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미세한 생명체)』이 자라면서 만들어 내거나 또는 원료물질에 이미 들어있었던 『효소(발효과정 속도를 엄청! 높이는 촉매작용을 하는 고분자 단백질)』의 작용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

즉, ‘발효’는 일련의 변화 과정, ‘미생물’은 생명현상이 있는 아주 작은 생명체, ‘효소’는 생명체 속에 존재하는 촉매 단백질이라고 반드시 구별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