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칼럼] [한영신 교수의 ‘식품과 알레르기’ ] 호두, 슈퍼푸드 vs 알레르기
한영신 교수의 '식품과 알레르기' 시리즈
호두, 슈퍼푸드 vs 알레르기
<호두 등 견과류>
요즘 건강식품으로 견과류에 대한 인기가 대단하다. 이는 견과류가 건강에 미치는 다양한 연구들이 발표되면서 건강에 좋은 세계 10대 ‘슈퍼푸드’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견과류 중에 머리에 떠오르는 식품이 호두이다. 나에게 호두는 까기 힘들고 특유의 떫은 맛 때문에 정월 대보름에나 맛을 보는 식품으로 생각해왔었다. 큰 아이를 임신하고 있을 때 친한 친구가 임신 중에 호두를 많이 먹으면 아이의 머리가 좋아진다고 많이 먹어야 한다고 하며 호두를 선물해 주었다. 호두가 머리를 좋게 하는 이유가 사람의 뇌와 비슷하기 때문이라면서...
어린 시절 근거 없는 민간요법을 좋아하지 않던터라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호두도 열심히 먹지 않았지만 왠지 호두만 보면 그 때 받았던 호두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나이가 들면서 조상들의 지혜로움에 놀라게 되는데 그 중에 하나가 호두이다.
호두에는 단백질, 필수지방산, 무기질, 비타민 등 흔히 말하는 몸에 좋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다. 호두에는 리놀레산, 리놀렌산 등의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심혈관건강에 좋고, 항산화제 역할을 하는 구리와 망간이 풍부해 노화예방에 좋고, 칼슘, 비타민 B1, B2, 비타민A 등 다양한 무기질, 비타민이 풍부하다. 호두는 다른 견과류보다 불포화지방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방산의 70% 이상으로 견과류 중에 최고라 할 수 있다.
호두에 많은 오메가-3 지방산은 실로 하는 일이 많기도 한데 중요한 기능 중에 하나가 뇌신경 세포를 구성하는 것이다. 견과류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이 뇌신경세포의 형성과 발달에 도움을 주고, 인지기능 저하를 방지한다는 많은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특히 아기들은 태아기 때 뇌세포수가 결정되고 생후 24개월까지 뇌발달이 급격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시기에 필수지방산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은 너무 중요하다. 우리 조상은 필수지방산이나 오메가-3라는 것을 알 리가 없었을 터인데 오랜 경험으로 호두의 어떤 성분이 아이의 뇌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어르신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이유이다.
최근 들어 견과류를 쉽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이 많아지고, 전문가들도 다양한 방법의 견과류 섭취를 권하고 이다. 간식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도 많아졌고, 샐러드, 멸치볶음 등의 식사에도 견과류는 빠지지 않고 있으며, 국물의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해 견과류를 갈아 넣기도 한다. 영양학, 농업기술, 운송수단의 발달로 어떤 식품이 좋은지 알게 되었고, 좋은 식품을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어 영양학을 전공한 한 사람으로 좋은 세상을 보게 된 것 같다.
<주요 식품 알레르기>
그러나 영양학과 함께 알레르기를 전공한 전문가로서 걱정되는 현상을 소개해야 할 것 같다. 1998년 나를 지도해주신 소아과 교수님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삼성서울병원 식품알레르기클리닉을 오픈하셨다. 식품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의 식품관리는 필수사항이기 때문에 영양학을 전공한 나는 운 좋게 오픈 멤버로 아이들의 영양과 식품 관리 및 연구를 담당하게 되었다.
식품알레르기를 하면서 미국에서는 땅콩이나 견과류가 심각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품이고, 견과류 알레르기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견과류 알레르기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고, 특히 한국 사람들이 많이 먹는 호두나 잣에 대한 알레르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알레르기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견과류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 식품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알레르기 클리닉을 운영한지 10년 정도가 지난 2010쯤 인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였다. 호두나 잣에 알레르기를 보이는 아이들이 점점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식품알레르기 클리닉에 오는 식품알레르기 아이 뿐 아니라 교육청과 함께한 식품알레르기 캠프에서도 호두 알레르기 어린이가 주를 이루었고, 대부분의 호두알레르기 아이들의 증세가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을 정도로 심각한 것이었다. ‘우연한 현상인가?’ 아니면 ‘우리나라 전체에서 발생되는 현상인가?’를 의심하고 있던 중 2016년 전국규모의 식품알레르기 조사가 실시되었다.
전국 병원을 대상으로 식품알레르기 원인식품을 조사한 결과 호두가 우유, 계란, 밀 다음으로 4번째 중요한 알레르기 원인식품으로 나타났다. 특히 2-12세 연령에서는 호두가 첫 번째 원인식품으로 조사되었다. 10-20년 전을 생각하면 상상하기 힘든 결과였고, 식품알레르기 전문가들도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는 설마 했던 결과이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호두는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식품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짧은 시간에 식품알레르기로 관심을 못 받던 식품이 중요한 알레르기 식품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짧은 시간에 왜 갑자기 호두 알레르기가 급격히 증가 하였을까? 최근 급격히 증가한 견과류 섭취의 증가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다. 식품알레르기는 전세계적으로 주요 알레르기 식품이 비슷하지만 나라마다 특징적인 식품이 있다. 미국의 경우 땅콩알레르기 유병률이 다른 나라보다 높고 땅콩으로 인한 사망률 또한 가장 높다. 땅콩을 볶으면 알레르기 반응성이 높아지는데, 미국이 볶아서 으깬 피넛버터를 많이 먹는 나라이고 이러한 식습관이 미국의 높은 땅콩알레르기 유병률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밀베게를 사용하고 메밀국수를 많이 먹는 일본과 우리나라는 메밀 알레르기가 문제가 된다. 이스라엘은 깨 알레르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
호두를 정월대보름에나 먹던 시대에는 호두 알레르기를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견과류를 많이 먹고 가공식품에 견과류를 많이 넣는 시대에서는 몸에 좋은 호두를 권장하는 것과 함께 호두에 대한 알레르기의 위험성도 같이 고려해야할 것 같다.
호두 알레르기로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호두를 즐겨 먹을 때 같이 먹고 싶어 하는 마음을 진정시켜야하고 혹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까 두려워할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식품알레르기를 관리하면서 식품알레르기로 인해 위축된 많은 어린이와 불안해하는 부모를 만나 본 한 사람으로 바람이 있다면 호두알레르기를 포함하여 식품 알레르기로 위험한 반응이 있는 사람들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사회 안전시스템이 구축되면 좋겠다. 그리고 국가에서는 우리나라에 호두 알레르기가 왜 급격히 증가하였는지,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는지를 밝혀낼 수 있는 연구에 지원 해주었으면 좋겠다. 안전이 중요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식품알레르기는 예방이 가능한 안전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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