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칼럼] [한영신 교수의 ‘식품과 알레르기’] 갑자기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는 식품알레르기
한영신 교수의 '식품과 알레르기' 시리즈
갑자기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는 식품알레르기
식품알레르기 강의를 듣고 한 사람이 질문을 했다. ‘새우를 좋아해서 자주 먹었고 지금까지 먹고 아무 이상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먹고 나서 두드러기가 나고 목이 부어 숨쉬기 어려웠어요. 그 이후로 한 번 더 먹었는데 같은 반응이 나타났어요. 또 반응이 나타날까봐 두려워 먹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이 식품알레르기인가요? 새우를 좋아하는데 다시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질문에 대답부터 하자면 식품알레르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새우알레르기가 맞는다면 이전처럼 먹을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새우알레르기라는 답변에 의문이 생기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잘 먹었는데 갑자기 무슨 새우알레르기? 이해를 돕고자 알레르기를 좀 살펴보자.
알레르기는 면역 이상반응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면역은 우리 몸에서 균이나 기생충과 같은 외부의 적으로부터 신체방어를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면역체계가 외부의 적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번 싸운 적을 기억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바로 ‘항체’이다.
사망률이 높은 전염병에 대해서 예방접종을 맞는 것은 인체가 병균에 대한 항체를 만들도록 하여, 후에 그 병이 인체에 들어올 때 면역체계가 빨리 효율적으로 병균을 막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식품알레르기는 면역체계가 만들지 않아야 하는 항체를 특정 식품에 대해 만들어 특정 식품이 들어올 때 마다 면역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이다.
정리해보면 식품알레르기는 이전에 노출된 적이 있고, 이로 인해 항체가 만들어지고, 항체가 만들어진 이후에 식품이 들어왔을 때 나타나는 반응인 것이다. 그러니 난생 처음 먹어본 식품에는 식품알레르기가 나타날 수 없다.
<식품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다양한 식품>
그러면 먹었던 음식에 알레르기가 나타난 것은 이해가 가지만 지속적으로 잘 먹던 음식에 어느 날 갑자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왜일까? 왜 갑자기 면역체계가 판단을 바꾸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면역반응은 면역조절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발생된다. 아이가 태어나 면역이 미숙하여 조절이 안 될 때 식품알레르기 발생 가능성이 높고, 아프거나 많이 피곤한 상태가 되면 면역 조절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지 않던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아마도 새우를 먹었던 시점에 면역체계의 판단을 흔들어 놓은 어떤 상황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면역체계가 잘못 판단하였어도 다음번에는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한번 판단을 바꾼 후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음식을 먹고 가볍게 발진 정도로 지나가는 경우 다음에는 괜찮을 가능성이 높지만, 목이 붓고 숨쉬기 힘들 정도로 반응이 나왔다면 다음에 알레르기 반응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이 잘 먹던 식품에 갑자기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반대로 알레르기를 일으키던 식품이 어느 날 사라지기도 한다.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다 없어지는 대표적인 식품이 계란과 우유이다. 계란과 우유는 영양적 가치가 높아 권장되는 식품이기도 하지만 영유아기에 식품알레르기 유병률이 가장 높은 식품이어서, 이 두 가지 식품에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은 식품제한으로 많은 고통을 겪는다. 다행히 24개월 미만의 영유아기에 발생 된 계란, 우유 알레르기는 초등학교 전에 많이 없어진다.
아래 그림은 미국과 유럽에서 발표된 논문을 정리하여 발표한 자료이다. 계란과 우유 알레르기는 24개월 전에 주로 발생하고 계란의 경우 7세에, 우유의 경우 5세에 75%가 없어진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아토피피부염이나 계란 또는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24개월 미만의 아기들을 대상으로 추적 관찰한 결과에 의하면 계란의 경우 만 6세에 60%, 우유의 경우 만 6세에 43%가 없어졌다고 한다.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 아이들이 계란과 우유가 저절로 없어지는 비율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계란과 우유는 나이가 들면서 많이 없어지기 때문에 계란과 우유 알레르기를 가진 아이의 부모들은 알레르기 반응이 없어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전에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식품알레르기 조사 연구를 하였는데 계란알레르기라고 계란을 제한하고 있는 어린이의 상당수는 계란알레르기가 아니었다. 2세경에 계란알레르기라고 진단 받고 중간 확인 없이 계속 제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계란과 우유는 식품 자체의 영양적 가치 뿐 아니라 빵, 케이크, 과자, 치즈, 요구르트 등 다양한 가공식품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먹는 제한의 범위가 매우 넓어진다. 따라서 계란과 우유 알레르기로 진단되었어도 1년에 한번 씩 반응이 없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식품에 따른 알레르기가 주로 시작되는 시기와 자연히 사라지는 시기>
(출처: Gioden Lack NEJM 2008(359) : 1252-1260 논문 자료 수정)
계란과 우유 알레르기가 나이가 들면서 대부분 없어지는 반면 땅콩이나 견과류는 영유아기에 알레르기가 시작되고 나면 잘 없어지지 않는 편이다. 계란과 우유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60-70%가 없어지는 반면 땅콩이나 견과류는 10-20% 정도 없어진다고 한다. 새우와 게는 대부분 성인기에 시작된다. 잘 먹던 새우와 게를 어느 날 먹고 나서 죽을 뻔 했다는 이야기를 쉽지 않게 들을 수 있고, 외국에서도 새우와 게는 성인이 되어서 어느 날 갑자기 알레르기가 나타나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새우와 게는 시간이 지난다고 알레르기가 없어지는 식품이 아니다. 새우는 우리나라 성인의 알레르기 원인식품 중 1등을 차지하는 식품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새우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대표적인 알레르기 식품이 발생되고 없어지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를 하고 있으나 왜 발생되고, 왜 없어지는지, 왜 어떤 식품은 잘 없어지는데 어떤 식품은 없어지지 않는지 등의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없어지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아직 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병원에서는 식품알레르기라고 진단해 주는 것 외에는 딱히 해주는 것이 없고, 그러다 보니 식품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가지 않는다. 오랫동안 식품알레르기를 가진 어린이를 관리하면서 부모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아이가 식품알레르기가 있다면 내 아이를 관리해 줄 수 있는 알레르기 전문 병원을 정기적으로 다니시길 부탁드린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아이 때 생긴 식품알레르기는 없어질 확률이 높다. 식품제한은 단지 식품만을 못 먹는 것이 아니라 생활 전반적인 제한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기적인 체크를 통해 식품알레르기가 없어졌는지 확인하여 식품제한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식품알레르기를 가진 아이들을 보면 식품알레르기 자체보다 식품제한으로 오는 사회적 적응과 부모와의 갈등이 더 큰 문제인 경우를 많이 보았다. 전문가와의 정기적인 진료와 상담을 통해 아이가 식품알레르기 이외에 무엇을 힘들어 하는지를 살펴보시길 바란다.
<정기적인 진료와 상담을 받는 아이>
※ 본 블로그에 게시한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농심의 입장, 전략 또는 의견을 나타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