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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운쎈, 태국 여성들의 다이어트 영양식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름답고자 하는 여성들의 열망은 실로 다양하게 표출되어왔다. 유행에 따른 화장법이나 의류, 갖가지 장신구들은 여자놀이의 핵심이자 그녀들의 날개였다. 그런데 소위 웰빙시대가 도래하면서부터일까. 사람들은 자신을 꾸미는 아이템보다는 자신의 몸 자체에 집중한다. 다시 말해,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요, 몸매’라는 것이다. 이런 흐름속에 외모가 곧 경쟁력인 우리사회에서 다이어트는 건강을 위한 노력이자, 패션 완성을 위한 조건이 되어버렸다.

 

 

<얌운쎈>

 


태국사회에서도 다이어트는 여성들의 단골 화두이다. 특히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위해서 병행해야 할 방법으로 식이요법이 강조되는데, 이럴 때 늘 이름을 올리는 요리가 ‘얌운쎈’이다. 얌운쎈이라는 이름을 살펴보면, ‘얌’은 무침을 의미하고, ‘운쎈’은 당면을 일컫는다. 면요리를 좋아하는 태국사람들은 주식인 밥대신 쌀국수를 즐겨 먹곤 한다. 얌운쎈에 쓰이는 면은 녹두로 만든 당면인데, 단백질 함량이 낮아 신장병 환자들의 식이 요법으로 널리 쓰이며, 다이어트를 위한 음식이라고 알려져 왔다. 이런 이유로 얌운쎈은 태국여성들이 즐겨 찾는 건강한 면이자 잇푸드로 인식되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운쎈을 살펴보면 90%이상의 녹두녹말과 소량의 감자녹말을 배합해 만드는 경우도 있고, 100% 녹두녹말로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얌’의 유래는 라마2세(재위 1809년-1824년)의 ‘로얄 바지 시가(Royal Barge Songs)’에서 찾아볼 수 있다. 로얄 바지 시가(詩歌)는 태국 왕실의 대표행사인 로얄 바지 행렬(The Royal Barge Procession)때 사용되는 운문으로, 현재 왕족의 창작물은 6편이 남아있다. 그 중 라마2세가 창작한 ‘깝헤르아 촘크르앙카우완’은 각종 요리와 후식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얌야이’를 설명한 부분에서  당면이 얌야이 재료로 언급되고 있다. 태국에서 녹두의 첫 재배기록이 1937년에 나타나고, 품질좋은 상업성 당면을 생산하기 시작한 때가 1977년인 것을 감안한다면, 19세기 초의 당면은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통해서만 조달되는 식자재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를 사용한 얌야이는 왕족과 귀족들만이 맛 볼 수 있는 고급 음식이었음을 짐작케하는 동시에 현재 태국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얌운쎈은 얌야이의 변형된 형태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얌운쎈의 유래를 알 수 있다.

 

 

<밥 반찬으로 먹는 얌운쎈, 가리비 구이와 볶음밥>

 


‘얌’은 밥이 주식인 태국에서 대표적인 반찬류이다. 태국의 무침 요리인 얌은 매콤 달콤 새콤 짭짤한 맛이 한데 어울어져 감칠맛이 난다. 더운 날씨에 다소 자극적인 얌의 맛은 한여름의 비빔냉면처럼 입맛을 확 돋궈준다. 얌은 외국인들에게 샐러드로 불리우지만 사실 서양식 샐러드와는 거리가 멀고, 한식의 무침류와 비교가 가능하다. 특히 초무침이라기 보단 겉절이에 더 가까운 맛인데, 이는 액젓이나 어간장을 넣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태국의 몇몇 얌에는 코코넛 밀크나 타마린드 페이스트(tamarind paste) 등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재료를 넣기도 하는데, 이런 얌의 경우는 한식의 무침과는 차이가 난다.

 

 

<흰목이버섯 무침 ‘얌헷후누카우’(좌), 코코넛밀크 넣은 날개콩(winged bean) 무침 ‘얌투아푸’(우)>

 


‘얌운쎈’은 앞서 여성들의 다이어트 식단이라고 언급했지만 사실 태국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먹는 메뉴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반 태국음식점에 얌운쎈이 없는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얌’은 전국적으로 즐겨먹는 음식인데, 흥미로운 점은 원래 태국 동북부지역(이싼)에는 얌 종류가 없는 대신 ‘땀’이라는 무침류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람에게도 잘 알려진 그린 파파야로 만드는 ‘쏨땀’이 이에 속한다. 다시 말해 태국의 중부를 비롯한 북부와 남부에는 ‘얌’이, 동북부에는 ‘땀’이라는 무침 요리가 있는 것이다.

 

<태국의 무침요리인 얌운쎈의 ‘얌’(좌)과 쏨땀의 ‘땀’(우)>

 


태국 전역에서 사랑 받는 ‘얌운쎈’은 사용할 수 있는 식재료의 폭이 다양하고, 무침장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리사의 손맛이 진짜 요구되는 음식인 것 같다. 평범한 재료들을 잘 버무려 감칠맛을 살려준다면 그게 바로 별미이다. 보통 음식점에는 일반 얌운쎈과 해물 얌운쎈의 두 종류가 있다.

 

<해산물 넣은 ‘얌운쎈탈레’(좌)와 일반 ‘얌운쎈’(우)>

 


대체로 일반 얌운쎈은 데친 새우와 다진 돼지고기, 소시지나 게맛살 등을 각종 채소 - 샐러리, 양파, 쪽파, 목이버섯, 토마토, 고추 - 와 함께 버무려 만든다. 무침장은 어간장과 라임즙, 설탕으로 만드는데, 우리가 식초를 쓰는 것과 달리 태국의 무침요리는 라임즙으로 신맛을 낸다. 해물 얌운쎈인 ‘얌운쎈 탈레’의 경우에는 각종 해산물 - 홍합, 오징어, 생선살, 새우 - 을 데쳐서 쓴다. 다이어트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겐 운쎈 대신 라면을 넣은 무침면도 인기가 좋다. 태국의 라면 브랜드 중 유명한 라면의 이름을 따서 ‘얌마마’라고 부른다. 얌마마를 만들 때 보통 라면 스프를 첨가하기 때문에 얌운쎈보다 맛이 좀 더 강하다.

 

<당면으로 무친 ‘얌운쎈’(좌)와 라면으로 무친 ‘얌마마’(우)>

 

 

얌운쎈은 한국사람에게도 인기있는 태국음식이다. 특히 여성들이 좋아하는데,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한국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인터넷에서 한국사람이 작성한 얌운쎈 레시피도 금방 찾을 수 있다. 재밌는 것은 한국인에게 비빔면이나 무침면은 “차게 먹는 음식”으로 연관지어진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태국에는 냉면(冷麵)이 없다. 더운 날씨에 차가운 면을 먹으면 쉽게 탈이 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얌운쎈을 만들 때는 당면을 데친 후 면을 찬물로 헹구지 않고, 물기만 제거한 후 바로 준비해 놓은 장과 각종 재료를 모두 넣고 무치는 것이 정석이다. 이렇게 해야 면발에 간이 더 잘 베어서 감칠맛나는 얌운쎈을 먹을 수 있다.

 

 

<한국 내 한 태국 음식점의 얌운쎈>

 


불과 50년 전만해도 태국에서 일부 사람들의 호사로운 특권이었던 ‘얌운쎈’은 이제 단돈 100바트(약 3천원)면 전국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서민적이고 일상적인 음식이 되었다. 얇은 운쎈의 부드러운 맛과 데친 해산물의 고소한 맛, 새콤달콤 무쳐진 생채의 아삭한 맛이 간단한 한 끼 영양을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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