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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로 올라온 '제주 고기국수?'




처음에 제목을 "3대째 국수집, 그러나 따로"로 정했다가 제목을 변경했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종로할머니손칼국수’의 아드님이 독립해서 운영하는 국수집으로 ‘종로제면소’이다. 과거 단성사 극장이 있던 길로 쭈욱 올라가다 보면 근처에서 가장 세련되어 보이는 작은 건물이다. ‘종로할머니손칼국수’에서 불과 50m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미 오래 전부터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방문을 염두에 두었던 집이었다. 물론 그 때는 두 집의 관계를 몰랐고, 최근 ‘종로할머니손칼국수’를 방문하면서 모자 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종로제면소 전경>




이 식당을 방문하기 전에 2가지가 무척 궁금했다. ‘과연 어떤 국수로 메뉴가 짜여져 있을까?’ 그리고 ‘왜 독립을 했을까가?’였다. ‘종로할머니손칼국수’와 일부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 그 집과는 별개의 메뉴로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고기국수’가 눈길을 끌었다. 그 중에서도 ‘제주 고기국수’에 주목을 했다. 2년전 제주도에서 고기국수로 유명하다는 곳에서 이 국수를 먹고 탈이 나서 굉장히 고생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기 때문이었다. 느끼한 돼지국물은 어지간한 고기의 내공자가 아니면 쉽게 소화하기 힘든 맛이었는데 가뜩이나 채소 예찬론자인 내가 도전했으니 오죽했으랴… 


<종로제면소의 메뉴판>




그럼에도 다시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이집 ‘제주 고기국수’는 돼지고기 육수 베이스가 아니라 쇠고기 사골육수가 베이스라는 설명 때문이었다. 고기를 선호하지 않는 식성이 고기국수의 맛을 감히 논할 수 있을까 만은 제주도 고기국수를 육지, 그것도 서울 종로 한 가운데서 다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이곳 메뉴판에 2종류의 고기국수가 있다. 두 메뉴는 단지 면의 굵기 차이만 있을 뿐이다. ‘제주 고기국수’에는 기계로 가늘게 뽑은 면을 사용하는 반면 ‘고기칼국수’에는 칼로 직접 썰은 칼국수 면을 사용한다. 


<'제주 고기국수'에 사용하는 기계로 뽑은 가는 면발>




보통 몇 대째 이어지는 집이라고 하면 고스란히 그 집을 물려 받아 운영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지만 이 곳은 독립 해서 운영하는 것이 무척 특이했다. 왜 같은 업종을 하면서 업장을 따로 운영하는 것일까? 무슨 숨은 사연이 있을까… 사연은 대략 이렇다.  ‘종로할머니손칼국수’가 전문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 운영 규정에 따라 창업주 신분에서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부분이 생겼고 새로운 메뉴개발에도 제한이 있기 때문에 젊은 아들로서는 갑갑할 수 밖에 없었던 점이 독립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외부인이 모르는 아픔과 고통이 숨이 었었다. 어느 정도 독립채산제로 운영이 되지만 계절에 따라 손님이 들쑥날쑥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재료의 수급을 조절하는 어려운 문제는 아직까지 오랜 노하우가 있는 본가의 도움을 받고 있단다.


<쇠고기 사골 육수통과 멸치 육수통>




주방에는 항상 쇠고기 사골 육수와 멸치 육수가 같이 끓고 있다. 두 육수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 쓰는 것이 이 집 육수의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제주고기국수는 가늘게 뽑은 면을 멸치육수에 삶아 건져내서 호박, 숙주나물과 돼지고기 고명을 올린 후 쇠고기 사골국물을 붓는다. 마지막으로 김 가루를 얹어 완성한다. 다른 국수들에 비해 가는 면을 사용하지만 쉽게 불거나 퍼지지는 않는다.


<종로제면소의 '제주고기국수' 조리과정>




<마지막에 김 가루를 얹어 서빙된 '제주고기국수'>




<'제주고기국수'의 가는 면발>


식당을 처음 운영할 때는 돼지 육수로 시작했는데, 극명한 호불호 특성 때문에 쇠고기 육수로 방향전환을 하였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배와 사과를 이용해 돼지고기의 잡내를 제거하면서부터는 안정적인 맛을 낼 수 있게 되었단다. 그래서 육수는 쇠고기 사골로, 고명으로는 잡냄새를 깨끗이 잡아 보쌈으로 사용하는 고소한 돼지고기를 사용한다. 고기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내가 먹기에도 아주 편한 맛이었다. 소고기 사골로 만든 이 집의 고기국수가 돼지육수로 만드는 오리지널 ‘제주 고기국수’의 특유한 맛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인정될 수 있는 맛일지 궁금해졌다. 제주도에 있던 고기국수가 섬에서 육지로 올라오면서 만인을 위한 육지 스타일의 제주 고기국수로 변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마음 편하게 인정할 수 있는 맛이 아닐까? 




<'종로제면소'의 내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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