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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 어디를 가야 좋은지 알려달라고 물어오면 망설이게 된다. 드넓은 중국 땅 어디라도 인상에 남지 않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구이저우(贵州)를 꼭 가보라고 추천한다. 온화한 자연풍광도 좋지만 색다른 민족 문화가 특히 소박해서다. 다른 곳에 비해 손때가 아직 덜 묻은 이유도 있다. 소수민족으로 모여 사는 촌락 속으로 들어가면 난생 처음 보는 옷 색깔부터 전율이 솟고 익숙하지 않은 선율도 흐르고 입맛에도 어울리는 먹거리들과 만나게 된다. 많은 민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지만 무엇보다 묘족 마을, 강추! 여행 맛으로는 으뜸이다.

구이양(贵阳)에서 동쪽 2시간 거리의 카이리(凯里) 시내를 지나 다시 동남쪽으로 1시간 가량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가면 시장(西江) 진에 도착한다. 산 모퉁이를 돌아서면 천 가구나 모여 사는 마을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집들이 산 하나를 통째로 뒤덮은 요새다. 중국 최대의 묘족 산채, 천호묘채(千户苗寨)다.

 

 

 

묘족은 닭과 친숙하고 투계(斗鸡)로 유명하다. 마을로 들어서면 시장 거리에 목덜미가 피 빛으로 물든 싸움닭들이 활보하고 있다.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고 공격적이지 않아도 선뜻 다가가기 쉽지 않다. 시장에는 강아지를 봉지에 넣고 가기도 하고 돼지를 몰고 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산 야채나 벌꿀도 있고 과일도 많다. 흔히 보기 힘든 산 도토리도 판다. 시장이 반찬이라든지 시야에 보이는 먹거리마다 냄새가 풍긴다. 도착한 시간이 점심 때라 가볍게 면을 찾았다.

주 농산물이 쌀과 찹쌀이다. 넓은 면발에 향긋한 소스로 비빈 미피(米皮)가 보인다. 쌀로 빚어 만든 비빔 면은 중국 어디나 있지만 묘족 미피는 훨씬 고소한 맛이다. 후루룩 입 속으로 넣으니 대성공이다. 적당히 달고 상큼한 때깔 때문에 자꾸 입가에 맛이 남는다. 은장식 달린 묘족 모자 쓴 꼬마 녀석도 열심히 손으로 집어먹고 있다.

 

 

 

우리네 시골에서 본 좁고 깊은 절구와 달리 넓고 평평한 떡판이 호객한다. 찹쌀을 떡메로 쳐서 만든 츠바(糍粑)다. 두 글자 다 떡이라는 뜻인데 찹쌀로 만든 떡을 말할 때 쓰는 말이다. 아주머니는 밤새 미리 만들어 온 후 손님을 끌기 위해 떡메를 계속 치고 있다며 웃는다. 관광객들에게 흥겨운 놀이를 제공하는 먹거리다. 중국어로 '츠바(吃吧)'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일상어로 '먹어봐' 또는 '드세요'라는 뜻이다. 입에 착착 감기듯 정겹다. 떡메질의 의성어도 왠지 비슷해 보인다.  

 

 

 

천호묘채(千戶苗寨)에는 묘족 만의 아름다운 공연이 있다. 아이들 복장과 남장, 여장이 다르고 여장도 일상 생활할 때 입는 옷과 정장이 다르다. 공연하는 아가씨들은 거의 정장에 가깝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민족의상이라 칭찬 받는 은 장신구(銀飾)를 머리와 목에 둘렀다. 자수 문양이 박음질된 파랑 윗옷과 빨강 치마 입은 아가씨들이 알록달록 허리를 흔들며 오고 가는 모습에 시선을 뗄 수 없다.


깊은 산골에서 살아오면서 수많은 나뭇잎들이 온통 다 악기이자 리듬이다. '나뭇잎피리(树叶吹笛)'는 십 리 밖까지 들릴만한 고음으로 단아한 새소리 같다. 입도 잎도 모두 하나면 충분히 사람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 노래 잘 하고 춤 잘 추는 민족답다. 화려한 옷으로 살랑거리며 추는 춤은 노랫가락 반주조차 잊게 한다. 대표적 민속악기인 루셩(芦笙) 소리는 귀를 쫑긋해야 들릴 저음이다. 대나무 구멍 6개의 황관(簧管)악기로 생황과 비슷하지만 공예품으로도 팔리는 묘족의 상징이기도 하다. 나무 결을 따라서 흘러나오는 청아한 소리가 단조 같은 울림이 있다.


아가씨들이 모두 나와 춤 추면서 노래 부른다. 묘족의 노래를 비가(飞歌)라고 한다. 산과 산, 산 위와 아래로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기 위해 노래를 사용한 것이다. 소리만 냅다 질러서야 힘만 들고 많은 내용을 전달하기 어렵다. 단조로운 곡조에 가사를 담은 것. ‘아빠 산에서 내려와 밥 먹자’거나 '아이가 갑자기 아프다', '낯선 사람들이 나타났다'고 했던 것이다. 아주 깨끗하면서도 고음이며 멀~리 날아가는 소리, 노래다.

 

 

 

신명 울리는 공연을 보고 마을 뒷산으로 오른다. 배가 고픈 시간이라 2층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할머니에게 말을 건다. 집에서 먹는 반찬과 밥이면 좋으니 좀 줄 수 있는지, 돈은 주겠다고 간청해 본다. 먹거리가 마땅하지 않고 손자 손녀를 돌보는 중이라 난처하다고 한다.

 

2층 베란다는 '미인이 기대 선 곳'이라는 뜻으로 메이런카오(美人靠)라 부른다. 주로 아가씨들이 생활하며 얼굴도 다듬으며 직조도 하고 총각과도 눈을 마주친다고 붙은 이름이다. 식당과 숙식을 겸한 농가 2층으로 올라간다. 강에서 직접 잡은 물고기와 산나물 요리와 밥을 주문한다. 밥은 나무 통에 담아 나오는데 알아서 먹을 만큼 덜어 먹으면 된다. 찹쌀로 빚은 술 눠미주(糯米酒)는 특별한 밀주다. 달다고 많이 마실 일이 아니다. 거의 30도가 넘을 정도로 알코올 도수가 높다. 1근 500ml에 보통 2~30위안(약5천원)이다.

 

저녁이 되면 묘족 마을 집집마다 등을 켠다. 천호묘채를 유명하게 만든 광경이 연출된다. 산 하나가 거대한 야경으로 반짝거린다. 산과 산 사이에는 강이 흐른다. 강에서 잡은 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인다. 쏸탕위(酸汤鱼)는 구이저우 묘족 마을의 특별 요리다. 시큼한 초를 듬뿍 넣고 죽간, 콩나물, 발효된 배추와 마늘 등을 삶은 국물에 메기 한 마리를 통으로 넣는다. 적당하게 익으면 먼저 메기를 먹고 국물에는 야채와 버섯을 듬뿍 넣고 샤브샤브처럼 먹는다. 담백하고 새콤한 국물을 후루룩 마셔도 좋다.

 

 

 

면발이 넓은 콴펀(宽粉)이나 가느다란 펀쓰(粉丝)을 입맛대로 넣어 먹어도 좋다. 묘족 매운탕의 맛을 잊지 못해 베이징에 가면 자주 쏸탕위를 먹는다. 먼 구이저우까지 가지 못하는 친구들을 데리고 광주리라는 뜻의 뤄뤄(箩箩) 간판의 전문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안내한다. 여행의 참 맛을 느껴야 한다고 놀리기도 한다. 

산 능선 객잔 어디에 잠을 청하더라도 밤새 야경을 눈요기 할 수 있다. 어디선가 뿜어대는 대나무 악기 루셩의 길고도 처량한 소리만이 여행자의 마음을 달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