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전심 n Talk

재래시장의 국수 탐방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정수, 얼큰 해물칼국수

 

 

 

여름의 대표적 면류는 당연 콩국수, 메밀국수가 꼽히겠지만 그렇다고 흔하고 당연한 계절 면류를 다룬다는 것은 뭔가 좀 뻔해 보이기도 하여 이번에는 외국인들은 이해 못 하는 그런 메뉴를 선택했다. 무더운 여름에 땀을 뻘뻘 흘려가며 더운 음식을 먹는 우리에게 좋은 핑계 거리를 제공하는 ‘이열치열’이라는 단어의 비호(?)하에 그 동안의 칼국수의 틀을 깨고 ‘해물 칼국수’ 그것도 ‘얼큰 해물칼국수’를 다루기로 결정했다.


이열치열이란 말은 실제 한의학에서 여름에는 외부온도가 높은 만큼 몸이 그 온도를 낮추기 위해 내부(내장)의 온도가 피부로 이동하게 되고 따라서 내장의 온도가 내려가면서 체온의 균형이 무너져 병이 난다고 설명한다. 여름에 찬 음식을 먹고 배탈이 잘 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광고 촬영 혹은 여행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 다니며 다양한 음식을 접해 봤지만 대한민국의 음식처럼 기름기 쏙 빠진 담백한 음식이 많은 나라는 정말 드물다고 확신한다. 기름기 전혀 없이 재료의 본래 맛을 속속들이 우려내서 만드는 칼국수 같은 음식도 간단해 보이지만 다른 나라에는 흔하지 않은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 해물이 들어가는 음식이 흔해서 우리가 의식을 하지 못 해 그렇지 따져보면 ‘해물칼국수’는 한국에서도 그리 흔한 음식은 아니다. 칼국수의 미덕은 싸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지만 해물칼국수는 가격을 낮추는 것에 한계가 있어서 음식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메뉴가 분명하다. 그래서 해물 칼국수1인분을 주문 받지 않는 곳이 허다하고, 처음부터 해물칼국수란 메뉴로 나서기 보다는 ‘해물 샤브샤브’ 혹은 ‘해물탕’의 마지막에 면을 넣어 해물칼국수로 만들어 먹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점에서 목동 남부시장의 태웅칼국수에서는 1인분의 단독(?) 해물칼국수란 점에서 주목할 만한 하다.

 

 

 

<목동 사거리 남부시장 내 깊숙히 위치한 태웅 칼국수집과 메뉴차림표>

 

솔직히 말하면, 태웅칼국수집에 대한 글을 쓰느냐 마느냐에 대해 많은 갈등을 했다. 맛을 담보할 수 있는 원래 잘 알던 칼국수집 이었으면 고민할 것도 없었겠지만 생전 처음 방문해서 한번 맛을 보았기 때문에 스스로 정한 원칙에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집은 처음에 확 끌리는 맛이 없는 집이다. 그러나 재래시장에서 얼큰 ‘해물칼국수’란 보기 드문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 점을 잘 살리고 싶은 욕심이 커서 그냥 묻어 둘 수가 없었다.


일단 칼칼한 매운 맛은 잘 살아 있지만 깊은 매운 맛은 아니고, 사장님 입맛에는 적당하다고 했지만 내 입맛에는 매우 싱거운 맛이었다. 매운 맛만 있고 짠 맛은 없어서 양념이 따로 있는지 찾아 보았지만 테이블에는 아무 것도 없이 깨끗하고 단지 입구 옆에 고춧가루 매운 양념장 통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식당 입구에 비치된 다진 양념통과 먹음직스러운 김치만두, 고기만두>

 

나중에 전화로 짠 맛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눴다. 최소한 소금 정도는 비치했으면 좋지 않겠냐며. 지금 후회 되는 점은 맛을 볼 때 짠 맛을 첨가해서 먹었더라면 맛이 완전히 달라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간혹 ‘싱겁다’라고 얘기하는 손님도 있지만 대부분 그냥 먹고 나간다고 하니 주인도 한번 듣고 지나친 듯 한데 고객의 작은 목소리라도 잘 듣고 기억해서 꼭 반영해 주시면 좋겠다.


사실 이 집을 포기하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좋은 재료사용과 주인의 겸손 때문이다. 밀가루에서부터 홍합, 바지락, 새우 등 나름 최선의 재료를 사용하며 조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음식이 싱거운 이유도 일부러 간을 하지 않고 조개가 가지고 있는 염분을 그대로 밑간으로 이용한다고 하니 고집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순진해 보이기도 하다. 메뉴가 ‘해물’ 칼국수이니 만큼 낙지, 미더덕 같은 해물 추가에 대해 잠시 여쭤 봤지만 주인의 취향인지 냄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반응이 시큰둥했다. 조미료는 배척 대상은 아니다. 다만 남용하는 버릇 만이 배척의 대상이다. 따라서 조미료 사용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자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적당량의 조미료가 화룡점정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어찌 사용을 마다하리요. 주인이 간을 조절하기 위해 다른 특별한 조리를 하지 않는다면, 각 테이블에 손님이 마지막 맛을 완성시킬 수 있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툭툭 끊기는 면발의 칼국수>

 

이 집의 면은 현재 운영하는 젊은 가게 주인의 아버님이 직접 반죽을 하신다. 그 어떤 첨가 없이 질 좋은 순수한 밀가루만 사용한다고 하지만 한국인이 좋아하는 쫄깃한 맛과는 좀 거리가 있다. 특히 해물 칼국수이기 때문에 조개 껍질을 골라내다 보면 국수가 불기 마련이다. 따라서 손님께 일일이 ‘면이 빨리 분다’라고 알려 준다. 이런 수고를 할 바엔 반죽을 열심히 더 치대어 쫄깃하고 불지 않는 면을 만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너무 지나치게 이 집의 부족한 점 만을 강조한 것 같은데, 맛에만 집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하긴 했지만 그래도 항상 맛이 우선인 것은 어쩔 수 없다라는 점에서 개선이 좀 필요할 뿐이다.

 

 

 

<주문 받은 후 기본 육수에 해물, 면, 호박을 넣고 끓이기>

 

이 집은 좋은 재료와 친절함 그리고 원칙에 충실한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육수는 단순히 멸치와 다시마 만으로 우려내고, 주문을 받은 후 육수가 끓으면 면과 해물(홍합, 바지락, 새우) 그리고 호박 등을 함께 넣고 끓인다. 이때 홍합과 바지락을 넣고 끓이는 시간이 별로 길지 않아 그 향을 우려내는 시간이 좀 부족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기본 육수에 재료를 넣고 잠깐 끓여 완성하는 얼큰해물칼국수>

 

기본 육수에 재료를 넣고 좀 끓이는 동안 면이 육수에 잠기지 않아, 왜 면을 뒤집지 않느냐고 했더니 미리 뒤집으면 면이 끊어 진다고 한다. 그 만큼 면 반죽이 부드러운 편이다.

 

 

 

<툭툭 끊어지는 면발의 얼큰해물칼국수>

 

처음으로 완성체 맛이 아니라 진행형 맛을 소개한 기분이다. 좋은 재료에 좋은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가게가 독특한 메뉴를 발전시켜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가게 이름에 사람 이름이 분명한 ‘태웅’을 사용한 이유를 질문 했더니, 지금 주인 아들의 이름이 ‘태웅’으로 아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지어 놓은 이름이라고 한다. 아들의 이름을 걸고 하는 음식 장사이니만큼 그 명예를 걸고 음식도 만들고 또 발전 하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