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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도 교수의 ‘식품의 오해’ 시리즈

③ 밀가루와 글루텐

 

 

 

<밀>

 

 

많은 사람들은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은 생각지 않고, 그 원인을 죄다 음식에 돌리고 화풀이한다. 그러나 약은 수면제를 과량 복용하고 자살한 사람의 책임을 수면제에다 돌려 제약회사에 책임을 물리지는 않는다. 유독 식품에만 그렇게 화풀이 한다. 패스트푸드, 밀가루, 유기농, 계란, 우유, 첨가물 등등 누가 일부러 먹인 게 아니라 자신이 선택해서 구매, 섭취한 결과인데도 말이다.

 


특히, 밀가루는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찬밥 신세로 먹어서는 안 될 나쁜 독(毒)처럼 오해 받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왜곡된 신토불이 사상과 전통에 대한 집착, 우리 농업보호정책 등이 그 원인이라 생각된다. 정부와 생산자들이 나서서 다른 나라에서 온 것은 모두 악(惡)으로 몰아붙여 누명을 씌우고 혼쭐을 내야만 속이 후련한 한풀이가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건강 관련 뜨거운 화두 중 하나가 “밀가루 끊기, 글루텐 프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밀가루는 6.25 한국전쟁 후 쌀과 식량이 부족한 시기에 우리의 목숨을 구하려 수입된 제2의 식량이다. 그 때는 국민들에게 밀의 좋은 면을 부각시키며 분식을 장려했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보다 더 많을 정도로 밀은 역사적으로 품질과 안전성이 입증된 곡식이다.

 


밀가루는 쌀과 달리 쫄깃한 식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글루텐”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글루텐은 밀가루에 들어 있는 단백질로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 결합해 만들어지는데, 탄성이 좋은 글루테닌과 점착성이 강한 글리아딘은 물과 섞이면 쫄깃한 식감이 탄생한다. 이처럼 밀가루 음식을 만드는데 감초와 같은 역할을 하는 글루텐이 최근 장내 염증을 일으키고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 밀가루의 글루텐이 일부 특이 체질 사람에게 설사, 영양장애, 장 염증 등의 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를 ‘셀리악병’이라고 한다. 그러나 셀리악병은 밀을 주식으로 하는 미국에서도 발병률 1% 미만인 희귀질환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에는 셀리악병 환자가 거의 없는데도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마치 모든 사람에게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처럼 잘못 알려져 있다.

 


이러한 오해는 밀가루나 수입된 식품을 소비자들이 많이 먹으면 손해 보는 사람들과 방송의 쇼닥터, 연예인, 자칭 식품전문가들이 합세해 근거 없는 정보로 누명을 씌우고 있다. 나쁘게 이야기해야 시청자들이 흥분하고 시청률이 높아져 이런 나쁜 면의 내용만 모으고 퍼뜨리는 기자와 방송인도 한 몫 했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밀가루를 끊어라”고 주장하는 한 쇼닥터가 방송에서 글루텐의 위험성을 말하고, 밀가루로 인한 체내 독성물질을 자신이 만든 해독주스로 없앤다는 상업적 광고를 한 일이 있었다. 어느 개그우먼은 일주일 동안 밀가루를 끊고 날씬해 졌다고 “밀가루 끊기 다이어트열풍”을 일으켰으며, 자사의 쌀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밀가루와 글루텐 끊기 광고”를 확산시킨 어떤 대기업이 공개되는 등 거짓이 난무하고 있다.

 


또한, 서양 일부 나라에서는 밀이 알레르기를 유발한다고 해서 글루텐이 제거된 “글루텐 프리” 제품이 주목 받고 있으나, 아직 검증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글루텐 프리” 제품도 글루텐 함량을 낮췄을 뿐 옥수수전분으로 글루텐을 대체해 결국 밀가루와 비교해 건강에 미치는 차이가 없다고 한다. 또한, 글루텐을 제거하거나 함량을 낮추면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지고 탄수화물과 나트륨의 양만 높아져 영양불균형을 초래해 오히려 질병 유발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한다.

 

 


<밀가루>

 


밀가루가 “비만”을 유발한다는 주장 또한 지나친 억측이다. 미국의 “Grain Chain”에 따르면 피자와 파스타로 유명한 이탈리아는 밀가루 소비량이 미국보다 2배 많지만, 비만율은 미국의 4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미국의 대표적 음식인 기름에 튀긴 감자튀김, 햄버거패티와 이탈리아의 화로구이 피자를 비교해 보면 비만의 원인이 식품 자체 보다는 섭취량, 조리법 등 식습관과 운동량 등 생활습관과 연관성이 크다.

 


또한 “밀가루의 글루텐이 ‘칸디다’라는 곰팡이와 유사하게 생겨 독을 낸다”는 괴담이 있는데, 사실상 곰팡이와 글루텐은 전혀 다른 물질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곰팡이는 하등균류며, 몸은 균사(菌絲)로 돼 있고, 분열에 의한 포자로 번식한다”고 정의돼 있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의 몸이 단백질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곰팡이와 글루텐을 비슷한 것으로 착각한 것으로 생각된다. 곰팡이는 속과 종에 따라 모양이 다양하고, 글루텐과 같은 단백질 또한 여러 단백질이 혼합된 고분자물질이라 특별한 모양을 갖고 있지 않아 곰팡이와 글루텐의 모양이 비슷하다는 것은 근거가 없다.

 


우리가 먹는 밀가루에는 표백제가 들어가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 하면 표백제도 돈인데, 넣을 필요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밀가루 표백제로 과산화벤조일(희석)이라는 첨가물을 사용하는 것은 합법이나 1992년 국내 제분업계 스스로 표백제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의한 후 표백제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통 밀가루가 아닌 일반 밀가루는 밀의 껍질과 배아를 제외하고 하얀색의 배유 부분만 제분하기 때문에 당연히 하얀색을 띄게 된다. 또 예전보다 제분기술이 발달해 입자가 훨씬 고와져 빛의 반사율이 높아 더욱 하얗게 보이는 것이다.

 


비단 밀가루에 대한 이러한 소비자들의 오해뿐 아니라 식품안전성에 관한 우리의 태도를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과학적이고 정확한 근거 없이 불안감을 부추기는 안티 정보가 공공연히 퍼져 식품 섭취에 대한 건전한 소비자의 구매에 대한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식품은 식품산업과 소비자의 선택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 식량 안보에 직결되는 범국가적 문제이므로 과학에 근거한 신중한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이 먹는 모든 음식은 “영양, 기능 등 좋은 면”과 “독성이라는 나쁜 약점”을 갖고 있다. 어느 음식도 예외가 없다. 약점을 후벼 파 누명을 씌우려 한다면 모든 음식을 다 악으로, 독으로 만들 수가 있다. 그래서 새로운 식품이 개발되거나 외국서 수입되면 경쟁업체 또는 이해관계가 걸린 국내 생산자, 정부와 언론이 나서 나쁜 면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노이즈 마케팅을 벌여 소비자들을 착각하게 만든다. 한번 사람의 뇌에 각인된 오해는 쉽게 고쳐지지 않는 특성이 있어 그 피해는 일파만파가 되고 오해를 푸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밀가루에 의한 비만과 성인병이 걱정이라면 글루텐 문제보다는 밀가루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 크게는 전체적인 식품의 섭취량을 줄여 칼로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음식이 원인이 돼 건강을 해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비만이나 건강을 잃은 원인을 식품 자체에만 돌리지 말고 편식, 과식, 폭식, 야식, 운동부족 등 나쁜 습관에 있는 게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균형되고 절제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지키도록 노력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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