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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라오스의 칼국수로 자리매김한 베트남 이주민의 전래 국수, 카우삐약쎈

라오스의 칼국수로 자리매김한

베트남 이주민의 전래 국수, 카우삐약쎈

 

 

 

최근 라오스가 새로운 여행지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동남아 쌀국수도 베트남 쌀국수, 태국 쌀국수에 이어 라오스 쌀국수에 대해 회자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주로 “카오삐약”으로 검색되고 루앙프라방, 라오스 칼국수 등의 수식어와 함께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쌀국수라는 평을 받는 카우삐약쎈. 라오스 여행에서 맛볼 수 있는 이 국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오후 거리풍경>

 


태국사람들은 라오스를 ‘형제 나라’라고 말한다. 우선 언어가 태국 표준어와는 70% 이상 비슷하고, 태국 동북부 지역인 이산 방언과는 거의 똑같다. 지리적으로도 이산 지역과 접하고 있어 ‘국가’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부터 태국 동북부와는 같은 문화권이였다. 비록 라오스가 프랑스의 식민지가 된 이후부터는 서로 다르게 발전했다 하더라고, 기본적으로 같은 말을 사용하고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최근 한 TV프로그램에서 라오스가 방영된 이후 한국 여행객들이 라오스를 많이 찾기 시작하면서 여행정보가 쏟아져 나왔는데, 라오스에 가면 꼭 먹어보아야 할 음식 중 하나로 “카우삐약쎈”을 꼽는다. 라오스의 여러 도시들 중에서도 루앙프라방에는 한국인들에게 소문난 카우삐약쎈 가게가 있다고 해서 루앙프라방에 가보기로 했다.

 

 


<루앙프라방의 쌀국수, 카우삐약쎈>

 


태국 방콕에서 비행기로 약 한 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루앙프라방은 태국의 북부 지방도시와 느낌이 매우 흡사했다. 게다가 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보니 태국에 있는건지 라오스에 있는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라오스 음식점에서도 태국음식과 다르지 않은 익숙한 메뉴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국수집은 태국과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태국은 국수집을 “란꾸아이띠야우”로 명명하는데, 루앙프라방에서는 “란퍼”로 표시를 하는 것이었다. 다시말해 “란”은 “가게”라는 의미의 동일한 단어를 사용하는데 반해, 국수를 일컫는 말로는 태국에선 “꾸아이띠야우”로, 루앙프라방에서는 베트남 쌀국수로도 잘 알려진 “퍼(pho)”로 표시를 한 것이다. 이것이 흥미로운 이유는 라오스의 쌀국수가 베트남 쌀국수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루앙프라방의 국수집 간판에는 “란카이퍼”라고 쓰여있고 이는 “퍼를 파는 가게”라는 뜻이다.

 

 


<루앙프라방의 국수집 간판, 란카이퍼>

 


한국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국수집은 “란카우삐약쎈 씨앙텅” (Xieng Thong Noodle Soup)이라는 곳인데, 여기서는 또 “란퍼”가 아니고 “란카우삐약쎈”으로 써있다. 이 국수집 이름의 “씨앙텅”은 씨앙텅 사원 앞에 위치한 것을 나타낸다. “카우삐약쎈”은 태국 동북부에서도 즐겨먹는 국수로, 베트남 이주민들에 의해 전해진 면요리이다. 그래서 베트남을 의미하는 “유안”이라는 말을 넣어  “꾸아이짭유안” 이라고도 부른다. 이처럼 ‘카우삐약쎈’과 ‘퍼’는 모두 베트남식 쌀국수와 관련이 깊은 명칭이다. 라오스와 베트남이 프랑스의 식민지가 된 이후 베트남인 관료나 상인이 라오스로 왕래하고 거주하는 수가 늘어나면서 베트남 쌀국수가 라오스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좌측 상하) 퍼, (우측 상하) 카우삐약쎈>

 


퍼와 카우삐약쎈, 두 면 요리는 맛과 형태가 눈에 띄게 다르다. ‘퍼’는 국물이 맑고 면이 태국의 쎈렉 크기 정도로 얇은 반면 ‘카우삐약쎈’은 탁하고 걸쭉한 국물에 면은 비교적 두껍고 통통하다. 식감에서도 차이가 있다. 퍼는 순수 쌀면이기 때문에 찰지지 않다. 반면 카우삐약쎈은 쫄깃쫄깃하다. 쌀가루와 타피오카 전분을 1:1 비율로 혼합해 반죽을 만들기 때문이다. 반죽이 다 만들어지면 밀대로 얇게 밀어 우리의 칼국수처럼 칼로 자르거나 기계로 절단하는데, 이때 생면이 엉거붙지 않도록 타피오카 전분으로 덧가루를 쓰기 때문에 카우삐약쎈을 삶고 난 국물은 탁하고 걸죽하게 된다.

 


카우삐약쎈에 넣는 계란도 특색이 있다. 특별히 완숙으로 주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상 반숙을 넣어준다. 계란흰자 주머니를 살짝 터뜨리면 흘러나오는 노른자가 짭짤한 국물과 섞이면서 맛이 부드럽고 담백하다. 이 가게는 돼지선지를 넣고 육수를 끓인다. 하지만 특별한 향이나 맛이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므로 선지를 못 먹는 사람도 걱정없이 먹을 수 있다.

 

 


<(좌측) 덧가루 처리한 카우삐약쎈 생면, (우측) 카우삐약쎈의 계란 반숙>

 


“카우삐약쎈 씨앙텅”은 관광객에게 유명한 맛집답게 영어는 물론이고,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태국어로도 메뉴를 적어 놓았다. 영어로는 ‘누들 수프’로 쓰여있다. 한국어로는 ‘씨엥텅 카오삐약’ 이라고 적혀 있는데, 면을 의미하는 “쎈”까지 써서 “카우삐약쎈”으로 표기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좌측 상하) 란카우삐약쎈 씨앙텅의 점포전경, (우측 상하) 카우꼽과 카우꼽 넣은 카우삐약쎈>

 


12시가 다 되어 갔더니 모든 테이블이 꽉차서 잠시 기다린 후에 앉을 수 있었다. 테이블에는 식초, 남쁠라(액젓), 간장, 설탕, 볶은 고추가루 등 양념장이 있어 기호에 맞게 간을 조절할 수 있다. 라오스 사람들도 매운 맛을 좋아하는지 하나같이 볶은 고추가루를 넣어 국물이 뻘겋다. 가게 입구에 “카우꼽”이라 불리는 쌀과자가 비치되어 있는데, 면을 다 먹고 국물에 넣어 먹으면 별미이다.

 


한국사람들에게 라오스가 갑자기 인기 여행지가 되면서 ‘카우삐약쎈’이 라오스 칼국수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 국수는 베트남 사람들이 이주하면서 함께 전래된 국수라는 점을 알고 먹는다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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