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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국수도 전략이다.

국수도 전략이다.

 

 

<옛날국수 맛집 전경>

 

 

이 곳은 대략 8, 9년쯤 되는 단골이다. 어린 두 남매의 손을 잡고 다니던 곳인데 그러던 큰 아이가 벌써 군인 아저씨가 되었다. 나의 단골집들이 다 그렇듯이 소문 듣고 찾아가서 단골된 집은 하나도 없다. 요즈음 세태로 봐서는 이미 소문나 있을 정도면 눈코 뜰새 없는 주인과 트고 지내기는 이미 글렀을 지도 모른다. 근래 주말이면 사람으로 넘쳐나는 통인동 몫 좋은 큰 길가에 있다. 가게 시작할 때엔 주변가게에서 국수 팔아 얼마나 살아 남을 지 내기를 하기도 했단다. 벌써 14년째다.


가족끼리 경복궁에 들렀다가 우연히 들어 갔다 단골이 된 집인데 처음이나 지금이나 가게의 공기감은 전혀 변한 게 없다. 좀 전통이 있답시고 시간이 지날수록 지저분하게 쌓여지는 비품도 잘 보이지 않고 세월이 흘렀다고 때가 묻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가게 주인의 성품을 짐작하게 하는 집이다.

 

 

<차림표>

 

 

국수도 전략이다?

원래 밥 종류는 없었지만 최근에 이 집에 밥 종류 메뉴가 추가된 것이다. 근처 직장인들의 원성(?) 때문이라고 하지만 내겐 살짝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국수를 파는 가게치고 재래시장 좌판이 아니고서 온전히 국수메뉴만 있는 집은 의외로 많지 않다.

 


하절기에 가장 인기 메뉴는 비빔국수다. 비빔국수에는 마늘, 물, 고춧가루, 고추장, 설탕, 콩나물, 양배추, 김치, 양배추, 식초, 파인애플즙이 들어가고 시원한 멸치육수가 곁들여져 나온다. 첫 입에 파인애플의 과일 향이 물씬 느낀다.


 

<서빙된 비빔국수>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메뉴는 멸치국물국수(잔치국수)이다. 여수산 멸치만 사용하여 시원한 육수를 낸다.

 

<멸치국물국수 만드는 과정과 완성된 멸치국물국수>

 

 

시중에 보기 힘든 서리태를 사용한 ‘콩국수’도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모든 재료들이 질 좋은 국산이라는 사실을 매우 강조하면서 직접 창고에서 서리태를 꺼내 보여 주신다.

 

 

<서리태 콩국수와 국산 서리태>

 

 

이 집의 메뉴를 운영하는 방식은 매우 현명하다. 그건 손님의 의중을 잘 파악하면서도 본인들은 덜 피곤한 메뉴들, 이를테면 대부분 반죽이 필요 없는 기성 소면을 사용하는 국수만 한다던가 하는… 그러나 이건 손님이 뭘 원하는지 잘 파악하고 가게는 덜 피곤한 방법을 선택한 절묘한 운영, 국수메뉴를 전략적으로 잘 정한 사실에 관한 얘기다. 결코 손님을 상대로 음식으로 장난치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가벼운 분식집 같은 분위기지만 사용하는 재료와 주인의 음식에 대한 성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얼마나 국수집을 전략적으로 잘 운영하는지 보여주는 그릇들. 식당에서 흔히들 사용하는 플라스틱 그릇은 이 집에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옹기로 만든 그릇들을 사용하며 손님들은 국수 한 그릇 먹으면서 대접 받는 느낌도 얻어간다.

 

 

<음식을 담아내는 옹기 그릇류>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호방한 주인의 응대에 좀 당혹스러울 수도 있을 것 이다. 그러나 부드럽지는 않지만 다 손님 좋으라고 하는 친절을 근거로 하는 목소리라는 것은 금방 알게 된다. 남녀 음식 양이 다르게 나오는 것만 봐도 얼마나 일에 집중하는 지 알 수 있다.

이 국수집은 “내 집 문턱을 넘어 오는 사람은 그냥 돌려 보내지 않는다.” 라거나 어릴 때에 몸이 아프면 변변한 약 대신 삶아 주시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하니 가게가 허투르게 운영이 된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지… 

 


<옛날국수 맛집 내부>

 

 

 

 

※ 본 블로그에 게시한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농심의 입장, 전략 또는 의견을 나타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