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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잔치국수의 원형이 모여있는 낙원시장

잔치국수의 원형이 모여있는 낙원시장

 

 

 

이번에는 이전과는 다른 좀 색다른 형식으로 개인적으로도 늘 궁금해 오던 내용을 다루어 보기로 했다. 궁금증이란 다름 아닌 종로 낙원상가 지하시장 내의 잔치국수 6집 중 어느 집이 어떤지, 낙원동에 가면 어느 집을 가야 하는지 등… 그 궁금증을 한꺼번에 해결하자는 것이다. 간혹 단골집이 없거나 미리 갈 집을 정하지 않고 재래시장에 갔을 때 국수 집이 한꺼번에 몰려있는 그곳에서 어느 집을 선택해야 할 지, 그들의 호객 소리에 어리둥절했던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낙원상가 전경(왼쪽), 지하시장 내 음식점(오른쪽)>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조금은 덜 알려진 재래시장으로, 1969년에 세워진 낙원상가 지하시장 내에는 국수 집이 몰려 있다. 다른 여느 시장들처럼 손님을 서로 자기 가게로 끌어 들이기 위한 전투적인 눈빛의 호객행위가 없어서 자신이 편안하게 가게를 선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퉁명스럽다거나 불친절한 일은 결코 없다. 나이든 어르신들을 단골로 오랜 기간 장사 해 온 시장 성격상 불친절은 곧 장사를 접는 일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단지 자기 가게로 와 줬으면 하는 수줍은 눈빛만 있는 국수가게가 여기 모여있다.

 


그래도 어느 집이 자신에게 잘 맛는 집인 지는 직접 경험하고 외워두고있지 않으면 가게 선택은 무척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 곤혹스러움을 내가 오롯이 감당해서 답을 얻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사람에게도 초상권이 있어서 보호해야하듯 가게에도 매출에 영향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는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맛을 얘기하고자 한다. 결코 순위를 정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형식은 사전 방문에 대한 양해도, 인터뷰도 없이 그냥 가서 맛 보고 객관적으로 적고자 노력했다. 국수뿐 아니라 가게 분위기, 모든 집에 공통으로 나오는 반찬인 김치 맛도 더불어 고려했다.

 

 

 

맛나김밥

맛나김밥은 지하로 들어가는 여러 입구 중 인사동 쪽에서 기타 수리점 근처로 진입 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가게. 6개의 잔치국수 가게 중 유일하게 500원이 더 비싼 2,500원짜리 국수를 파는 무척 선해 보이는 아주머니가 주인인 집이다. 낙원시장에서 가장 먼저 맛을 본 집인데 다른 가게에 비해 가장 넓고 깨끗하여 재래시장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맞을 것 같다. 500원은 분위기 값 일까? 깔끔하며 멸치국물에 잡내도 없는 국수 맛은 저렴한 시장 국수의 놀라운 맛을 보여준다.

 


첫날은 부추가 듬뿍 올려져 나오더니 다음 날에는 시금치가 올려져 나오는데 이 또한 다른 집과의 차별점이다. 잡내 없는 깔끔한 국수 맛은 음식에 대한 신뢰를 준다. 다른 집에 비해 고명으로 얹는 김 가루가 적어 비린내가 없어 좋다. 초등학교 때에 시장 가시는 어머니를 따라 나와서 얻어 먹던 기억 속의 국수 맛의 완전 재현이 아닐까 하는 맛이다. 국수 맛에 비해 김치 맛은 좀 아쉬움이 있다. 양념이 적어 살짝 싱거운 맛에 조금 덜 익은 상태였다. 익은 정도는 때에 따라 달라 지리라 짐작한다. 자리에 앉으면 테이블에 물병과 김치를 미리 가져다 놓는 것도 다른 집에는 없는 서비스다.

 

 

<맛나김밥의 잔치국수와 김치>

 

 

 

선희네

선희네는 국수집이기는 하지만 6가게 중 유일하게 김치 전문점을 겸하고 있는 집이다. 처음 국수가 나왔을 때에는 약간 당혹스러울 정도로 국물 색이 짙은 편이다. 온전히 멸치 만으로는 짙은 맛을 내기는 어렵기 때문에 간장류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간이 진하고 색이 짙어도 맛은 깔끔하다. 김치전문점을 겸하다 보니 테이블이 적어 좁아서 약간 불편하고 어수선한 편이다. 김치 전문점답게 김치의 비쥬얼은 가장 훌륭하였지만 익지 않은 김치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덜 익은 김치는 칼국수, 잔치국수에는 익은 김치는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선희네의 잔치국수와 김치>

 

 


87호집

제일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있는 씩씩한 비교적 젊은 주인의 87호집. 이 시장 내에 3집이 잔치국수라는 메뉴는 주종목이지만 나머지 3집은 돼지머리, 수육 같은 고기류를 곁들여 팔고 있어 다소 구색맞추기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저녁시간 외에는 손님 대부분은 잔치국수를 주문한다. 이 집도 분식이 메인인 3번째 집이다.

 


그러나 국물이 좀 탁하고 국물에서 다소 비린내가 느껴졌는데 그건 아마 국수에 사용하는 멸치의 탓이라기 보다는 고명으로 김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6집 중 3집이 이런 유사한 비린내가 난다. 그러나 그 비린내는 양념장을 넣으면 대부분 잠재울 수 있다. 비린내에 너무 예민한 내 탓도 있으려니 생각하면 다른 사람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국수의 국물이 탁한 것은 토렴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잔치국수에 토렴은 그다지 불필요한 과정일 수도 있는데… 김치 맛은 별 개성 없이 무난한 집이다.

 

 

<87호집의 잔치국수와 김치>

 

 


대일순대

90호 대일순대. 이 집은 순대, 돼지머리고기 등 고기메뉴가 많은 집이다. 대략 5시 정도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막걸리를 주로 먹는 분위기로 변해서 중간에 불쑥 잔치국수를 시키기에는 미안한 감도 있지만 절대 눈총 주는 일이 없으니 안심하고 당당하게 시켜도 된다. 역시 김이 주는 비린내가 있어서 첫 젓가락에서는 약간 주저하게 된다. 그러나 다른 집도 마찬가지지만 양념장을 약간 넣으면 어느 정도 비린내는 사라진다. 고명은 유부, 김, 약간의 파 정도다. 역시 김치 맛은 다른 집과 대동소이하게 무난한 맛이다.

 

 

<대일순대의 잔치국수와 김치>

 

 

 

엄마김밥

이 시장에서는 ‘맛나김밥’ 집과 함께 단 두 집만이 김밥을 함께 팔고 있다. 엄마김밥은 그 중의 한 집이며 6 집 중 두 번째로 큰 가게다. 미리 양을 많이 줄까 적게 줄까를 물어 볼 정도의 훈훈한 인심이 살아있는 곳. 물론 다른 집도 특별히 곱배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미리 ‘양 많게’를 주문하면 다 들어주는 가게들이 모인 곳이 이 낙원시장이다. 역시 지나친 김가루가 주는 비릿한 맛은 좀 있으나 양념장을 첨가한다면 이내 비린내에 대해서는 잊고 그릇을 다 비울 수 있다. 김치는 깔끔하고 무난한 맛.

 

 

<엄마김밥의 잔치국수와 김치>

 

 

 

낙원순대

다른 가게도 다 마찬가지지만 활기찬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88호 낙원순대는 옆집 90호 대일순대와 거의 경계가 없을 정도로 붙어 있어서 전날 다녀온 나를 기억하는 할머니께는 좀 미안함이 있지만 다른 목적이 있었음을 이해해 주시기를. 가장 차별화되는 비쥬얼을 가진 잔치국수. 다른 집에서는 없는 호박, 당근 고명까지 들어가 있다. 

 


따라서 국물이 다소 탁하고 다른 가게에 비해 깔끔한 맛에서는 좀 떨어지긴 하지만 비린내가 적은 편이라 6집 중 좋아하는 3집 중 하나로 꼽을 만 하다. 김치전문점을 겸하고 있는 국수집도 있었지만 내 입맛에는 이집 김치가 가장 맛있었다. 잔치국수에는 너무 갓 담근 듯한 겉절이 맛의 김치보다는 이집처럼 살짝 신 맛이 나는 김치가 더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항상 신맛의 정도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 다른 날에 와도 이 신맛을 유지할 지는 확인하지 못 했다.

 

 

<88호 낙원순대의 잔치국수와 김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김치는 6집이 같이 모여 공동으로 담그면 더 간편하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가게 별로 크게 개성 있는 김치를 담그지 않을 바에…

 


낙원시장 여섯 국수집을 끝내며, 여섯 집 중 어느 집이 가장 좋다라고 꼭집어 언급을 할 수 없으나 대체로 깔끔한 맛과 깨끗한 곳은 ‘맛나김밥’, 맛있는 김치에 잡내없는 국물의 88호 ‘낙원순대’, 진하고 깔끔한 국물의 ‘순희네’를 추천하고 싶다.

 


그러나 재래시장 음식점의 특징인 표준화되지 않은 맛 때문에 그날 그날 변수가 있음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서울 중심가에 먹거리로 많이 알려진 ‘광장시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주 다니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재래시장 낙원시장, 그리고 거기에 모여있는 여섯 국수가게는 지나다니다가 출출할 때에 저렴한 가격으로 잔치국수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다소 깔끔하지 못 하고 협소한 면도 없진 않으나 주인의 훈훈한 인심도 느끼며 오랜 만에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곳이다.

 

 

 

<낙원 지하상가의 6대 국수집 전경(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 맛나김밥, 선희네, 87호집, 낙원순대, 엄마김밥, 대일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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