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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마감 스트레스를 날려 주는 나만의 ‘소울 푸드’- 두부두루치기와 국수

마감 스트레스를 날려 주는

나만의 ‘소울 푸드’- 두부두루치기와 국수

 

 


매월 치르는 마감이지만 인쇄를 넘기는 시간이 다가오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인쇄 스케줄에 용지 발주, PDF 최종 교정 등 실질적으로 마감이 끝났어도 해야 할 일이 끝이 없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된다. 매운 떡볶이, 불닭, 매콤한 찜, 낙지볶음 등 수없이 다양한 음식들을 섭렵하는 와중에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대전 사람들의 소울 푸드 ‘두부 두루치기’다.

 

 

 

오래된 맛집, 전통 시장 유명 먹거리 수두룩한 대전

대전은 우리나라 어느 곳을 가더라도 중간에 한번쯤은 거쳐 가는 대한민국의 중심지다. 정부부처가 세종특별자치시로 옮겨 간 뒤 업무상 더러 방문하곤 하는데, 전국적으로 유명한 60년 전통의 성심당을 비롯해 100여 년 전통의 대전 중앙시장 등 볼거리, 먹거리도 많아 당일치기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대전 중앙시장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대전역 근처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1953년경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대전의 대표 전통시장이다.

 


특히 1980년대까지 충청, 영·호남 등 삼남의 중심상권을 이루며 대전 지역민들의 애환이 어린 삶의 터전이다 보니 먹자골목에는 호떡, 어묵, 도넛, 튀김, 빈대떡, 순대 등을 파는 곳부터 70년이 훌쩍 넘는 전통 맛 집도 수두룩하다.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대전 중앙시장. 서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관광객들의 맛집 탐방 코스이기도 하다

 

 

<중앙시장 먹자골목(왼쪽), 각종 튀김(가운데), 대형 빈대떡(오른쪽)>

 


시장 여기저기 구경하며 다니다 보면 어디선가 고소한 튀김 냄새가 유혹 하는데 그 냄새를 따라가다 보면 고추전, 깻잎전, 생선전 등 다양한 종류의 전과 김말이, 새우튀김, 고추튀김, 오징어튀김과 빈대떡을 파는 곳을 만나게 된다. 중앙시장의 유명 튀김집 ‘부광홍을래튀김’의 다양한 튀김들과 중앙시장 내 유일한 녹두빈대떡집 ‘비전’. 100% 녹두에 고사리, 양파, 고기를 넣어 지진 전통 녹두빈대떡은 지름이 족히 25cm나 된다. 커다란 빈대떡은 먹기 편하도록 피자처럼 8조각으로 잘라서 내준다.

 

 

 

<‘개천식당’의 이북식 손만둣국>

 


또 70여 년 전통의 이북식 손만둣국집 ‘개천식당’, 50여년 전통의 ‘백천순대’ 등 오래된 맛집들이 수두룩하다. 이북식 손만둣국집 개천식당의 떡만둣국에 당면을 넣은 것도 특이하다. 대전 대흥동에 위치한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소나무집’도 중독성 있는 매콤한 맛 오징어 칼국수로 대전 시민들의 마음을 달래준다.

 

 

<다양한 칼국수용 면 판매(왼쪽), ‘소나무집’의 오징어 칼국수(오른쪽)>

 

 

 

대전 시민들이 즐겨 찾는 음식 ‘두부두루치기’와 ‘칼국수’

대전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전의 대표음식은 바로 ‘두부두루치기’이다. 대전을 기반으로 한 맛집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대전 시민들을 대상으로 ‘당신은 대전을 대표하는 음식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대전의 6味는 구즉도토리묵, 대청민물매운탕, 돌솥밥, 삼계탕, 설렁탕, 숯골냉면을 꼽는데 조사결과와는 달리 실제 시민들이 즐겨 찾는 음식은 두부두루치기와 칼국수였다. 두부 두루치기는 대전의 6味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만큼 대전 사람들의 애환과 정서가 듬뿍 담겨있는 ‘소울 푸드’라고 할 수 있다. 두부 두루치기와 오징어 두루치기는 1970~80년대 주머니 가벼운 수많은 대학생·직장인들의 안주거리였다.

 


두부 두루치기의 원조집으로 대전 사람들은 ‘진로집’을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진로집은 1969년 신신장 여관 자리에 문을 열었지만 이 건물이 헐리면서 인근 골목 가정집을 개조해 식당으로 쓰고 있다. 1대 임금님 씨가 돌아가시며 딸인 남임순 씨가 진로집을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남 씨의 아들이 3대를 잇고 있다. 진로집이라는 상호는 창업주인 임 씨가 식당 이름도 정하지 않은 채 간판업자를 불러 놓고 상호를 고민하던 중 마침 옆에 있던 빨간 진로 소주병을 보고 ‘진로집’이라고 정했다고 한다. 두부 두루치기의 유래도 재미있다. 처음에는 국수를 팔았는데 손님들이 술안주로 두부요리를 주문하면서 ‘두부를 맛있게 매쳐라, 때려라, 매 때려라, 두루쳐 내 와봐라’라고 주문하다가 ‘두부 두루치기’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단다.

 

<두부 두루치기의 원조로 알려진 ‘진로집’ 실내>


이후 방문하는 고객마다 서로 자기가 두부 두루치기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해 두부 두루치기는 대전 시민들이 만들어 낸 음식이라고 말한다. 진로집의 주요 메뉴는 단연 화끈하면서도 얼큰해서 ‘맛있게 매운 맛’으로 어필하는 두부 두루치기이다. 두부는 멸치국물에 담가놓았다가 건져내 참기름과 파·고춧가루·마늘 등 갖은 양념을 넣어 양재기에 살짝 볶은 뒤 손님상에 올린다. 부드러운 두부는 볶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뭉그러지는데 이것이 바로 진로집의 두부 두루치기 필살기다.

 


머릿속에서부터 땀이 쫙 솟아날 만큼 화끈하게 매운 두루치기에 곁들이는 반찬은 동치미와 파를 띄운 멸치국물이 필수다. 두부 두루치기, 오징어 두루치기와 면 세트는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이다. 부드럽고 담백하면서 매콤한 두부두루치기는 술안주로도 손색이 없지만 국수사리를 추가해 넣고 비벼 먹으면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최근에는 두부 두루치기와 오징어 두루치기를 한데 섞어 두 가지 메뉴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두부오징어 두루치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두부오징어 두루치기는 먼저 오징어와 두부를 건져 먹다가 양념에 우동처럼 두툼한 면발의 국수를 넣어 비벼 먹으면 별미다.

 

 

<두부구이와 두부두루치기(왼쪽), 두부/오징어두루치기와 면세트(가운데), 두루치기 국수(오른쪽)>

 


대전의 두부 두루치기는 진로집에서 시작해 광천식당, 청양식당으로 퍼져 나가면서 주머니가 가벼워도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고 세상의 시름을 달래주고 있다. 또 중장년층에게는 젊은 시절 가슴 벅찬 열정과 낭만을 토해내던 곳이자 추억과 함께 켜켜이 쌓인 먼지 같은 세월이 함께 하고 있다.

 


찬 바람에 몸도 춥고, 어지러운 세상에 마음도 추운 요즈음, 화끈하고 맛있게 매운 두부두루치기에 소주 한 잔 곁들이고 남은 양념에는 뜨끈한 국수를 비벼 호로록 넘기면 안팎으로 쌓인 스트레스가 저절로 날아갈 듯해 이 밤 문득 더욱 생각나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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