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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시리즈 ⑬ 삭힌 홍어의 암모니아 냄새

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시리즈 ⑬

삭힌 홍어의 암모니아 냄새




전 세계의 모든 발효식품 중에서 알코올 발효를 제외하고, 대부분 젖산 발효를 비롯한 유기산 발효 제품을 식품으로 만들어 먹고 있다. 이 발효 과정에서 산성 조건이 만들어지므로 젖산발효 균 이외의 다른 미생물은 자라지 못하게 되며 동시에 독특한 향과 유용한 물질을 생산한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의 삭힌 홍어만큼은 알칼리성 발효를 하는 특징이 있다. 홍어를 삭히는 과정에서 미생물 균이 관여하지 않고 내부에 존재하는 자체 효소에 의해서 일어나는 변화이기 때문에 '숙성'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눈물이 핑 돌고 코가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을 만들어 주는 홍어의 강한 암모니아 냄새가 바로 이 알칼리성 발효의 주인공이다. 




<생물 홍어와 건조 홍어>




암모니아 가스는 아주 적은 농도로는 향수에 활용되기도 하지만 재래식 화장실에서 역겹게 나는 냄새 중 하나로, 오랜 시간 화장실에 머무르지 못하게 만드는 냄새 성분이기도 하다. 커피를 만드는 공정 중 냉동건조 과정에서 액체 암모니아를 사용하는데 사고로 이 액을 뒤집어쓰게 되면 죽음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익의 '성호사설'에서도 '홍어 꼬리를 나무에 꽂아두면 독성 때문에 그 나무가 죽는다.'고 했다. 이처럼 위험한 물질이기도 한 것이 바로 암모니아이다. 


어떻게 이런 암모니아 가스가 홍어에서 생성이 되는 것인가? 보통 육류고기나 생선의 경우 이들 체내에 남아있던 ATP가 계속 분해되면서 맛난 맛을 가져오는 하이포산틴이나 잔틴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요산과 암모니아로 분해되는데 이 과정을 ‘썩는다’고 말한다. 이와 달리 홍어와 상어류는 물 속에서 잡혀 육지 환경으로 나오게 되면 이들 피 속에 존재하는 요소성분을 자체 내 효소가 분해하면서 암모니아 냄새를 풍기게 된다. 따라서 신속하게 피를 뽑아 버리는 처리를 하기도 하지만 피 말고 피부를 통해서도 요소가 배출된다는 사실이다. 


육상의 척추동물은 소변으로 요소를 배출하는 반면 홍어, 가오리, 상어와 같이 심해에 사는 연골 어류는 체내 삼투압 유지를 위해 배설물인 요소를 근육 중에 축적하고 있다가 피부를 통해 조금씩 배출한다. 홍어를 삭힐 때 피부로 빠져 나오지 못하고 남아있던 요소가 효소에 의해 분해되면서 독특한 암모니아 냄새를 풍기게 되는데 이 과정을 숙성 혹은 발효라고 한다. 




<홍어 삼합 상차림 - 삭힌 홍어, 돼지고기편육, 묵은지>




예전부터 전라도 지역에서 "홍어가 없으면 잔치를 못한다."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던 홍어는 전통적으로 수정하여 산란하는 시기가 11월말부터 이듬해 3~4월경인데 이 때가 영양분이 풍부하고 육질이 가장 좋은 때이다. 아울러 홍어는 겨울철 낮은 온도에서 10~15일쯤 숙성시킬 때 맛이 가장 좋다. 겨울이 제철인 과메기와 더불어 홍어도 소금에 염장(鹽藏)하지 않고 발효 또는 숙성시켜 먹게 된다. 


김치의 발효 과정을 보아도 여름철에 익혀 먹을 수 있지만 겨울 김장 김치가 유독 맛이 더 좋다. 낮은 온도 조건에서 자라는 미생물의 활동이 맛이 좋은 물질들을 많이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높은 온도에서 발효를 시키면 바람직하지 못한 잡균들에 의해 안 좋은 맛 성분을 만들어 낸다. 그런 이유로 김치 냉장고도 좋은 균들만이 작용할 수 있도록 영하 2도에서 영상 3도 내외를 유지하도록 만든 것이다. 홍어도 마찬가지로 낮은 온도에서 자체 효소에 의한 분해과정을 거쳐 암모니아가 발생하는데, 이 때 만들어지는 암모니아는 강한 알칼리성을 띠므로 다른 부패 세균이 증식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썩지도 않는다. 


외국인들이 처음 홍어를 대할 때 나는 암모니아의 독특한 냄새 때문에 '부패한 음식'으로 잘못 인식할 수 있는데, 이는 알칼리성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삭힌 음식이며 위산을 중화시키거나 장내 나쁜 세균의 번식을 억제하는 기능도 있는 안전한 식품이기도 하다. 




<삭힌 홍어와 홍어전(왼쪽 위, 아래), 홍어애와 애탕(오른쪽 위, 아래)>




홍어가 숙성되는 과정에서 소화 흡수가 잘 되는 펩티드 물질이 생성되고, 비만과 주름 예방 등의 효과가 있다는 콜라겐 성분이 소화, 흡수가 잘 되는 젤라틴으로 바뀐다. 또 홍어에 함유된 단백질의 일종인 콘드로이친 황산은 혈관 확장 보조제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번 겨울에는 홍어의 비밀을 알았으니 홍어 맛을 제대로 느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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