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수 교수의 '맛의 비밀' 시리즈 #14
피비린내 나는 피의 맛
<복어 회>
일본 동경의 어느 횟집을 가면 그 집에서는 단골손님에게만 주는 특별한 요리가 있다. 그것은 복어 회다. 복어는 무서운 독성을 가지고 있는 생선으로 우리나라에서 이를 다루는 요리사는 특별한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복어가 새끼(알)를 가졌을 때 내놓는 독소는 무시무시할 정도의 맹독성이기 때문이다. 복어는 독을 만들어 내기 위해 특정한 해초를 먹고 알을 날 때가 되면 그 독성이 많이 만들어 지도록 한 다음, 복어 알을 먹으려는 다른 생선들이나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종족번식을 보호 받기 위한 방편으로 복어 독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 독은 사람이 합성하여 만들어 낸 가장 무서운 독성분 중에 하나인 다이옥신의 독성과 비슷할 정도의 맹독성 독성분이다. 따라서 복어 회를 뜰 때는 사용한 도마나 칼을 깨끗한 행주에 수없이 닦아 내면서 피 한 방울이라도 묻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그 횟집에서는 단골손님이 찾아오면 복어 회를 드시는 분들에게 아주 매우 적은 양의 복어피를 살짝 묻히는 둥 마는 둥 하여 제공을 한다.
왜 복어피를 묻혀서 줄까?
복어 피가 살짝 묻어 있는 회를 하나 먹고 나면 이내 입 주변부터 시작하여 얼굴부위에 마비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입 주변이 얼얼해 지면서 마비가 되어 소위 말하는 ‘죽음’의 경계 시점을 왔다 갔다 하게 만드는데 놀라운 것은 그 경계점에 서 있는 것이 얼마나 황홀한지 모른 다는 것이다. 복어 피의 맛을 감당할 수 있는 단골은 그 황홀감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단골로 찾아온다고 한다.
한 마디로 피의 맛을 즐긴다는 것이다.
믿을 수 있는 단골손님에게만 특별히 제공되는 혜택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황홀하다고 해도 죽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이런 요리는 아무에게나 맛볼 수 있게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다. 20~30년 단골로 오신 분들에게만 베풀어 주는 혜택이며 이런 요리를 먹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서 매우 적은 양에서부터 시작하여 조금씩 복어 독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작업이 또한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처음 온 손님에게는 아무리 많은 돈을 지불하여도 제공되지 않는다. 죽음을 담보로 한 거래이다 보니 고객과 요리사간의 믿음이 형성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육류를 기피하는 사람들도 콩으로 만든 식물성 콩고기나 쌀 단백질로 만들어진 탕수육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조직감은 좀 떨어지지만 그런대로 고기를 씹어 먹는 즐거움을 느낄 수가 있다. 지난 해 미국에서 vege burger 라는 새로운 신제품이 소개된 적이 있다. 햄버거 속에 들어가는 패티(patty)의 고기를 식물성 재료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과거 콩고기를 만들었을 때 육류의 근육조직처럼 콩단백질을 섬유로 만든 다음 이를 마치 옷감의 섬유처럼 여러 겹으로 짜서 여러 개를 다시 겹쳐 일반고기와 함께 섞어서 만들어 소개된 적이 있다. 당시에는 20~30%의 콩단백질이 함유되어도 쉽게 파악할 수가 있었으나 지금은 식품기술이 매우 발달하여 고기를 씹을 때 입안에서 느끼는 조직감에 버금가는 특성을 충분히 표현할 수가 있는 시점에 도달하였다.
<햄버거 패티를 육류 대신 식물성 재료로 만든 Vege Burger>
눈을 감고 코를 막고 씹어 먹으면 이것이 식물성고기인지 아니면 동물성고기인지를 모를 정도까지 기술력이 도달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고기 특유의 맛, 소위 피냄새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스테이크 고기를 레어(rare)상태로 조리할 때 피가 흐르면서 느낄 수 있는 피의 맛이 부족하여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피의 맛이 느껴지지 않아서 식물성 고기의 버거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이제는 피의 맛까지도 가미된 햄버거 패티가 사용되어 일반 소비자들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vege burger가 소개되었고 현재 LA에서 팔리고 있는 이 버거는 일본 동경을 거쳐 곧 한국에도 소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동물성 고기의 맛과 조직감을 부여하는 식품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겪은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냄새이기도 한 피의 맛이 식품의 한 구성성분으로 다가온다는 말이다. 이처럼 식품의 소재는 그 양이 아주 많을 때는 역겹거나 불쾌할 수도 있지만 아주 적은 양이 첨가되면 우리가 즐기는 맛의 한 성분으로 소개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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