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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태국 치앙마이 란나 왕국과 북부 대표 국수 '카우써이'

태국 치앙마이

란나 왕국과 북부 대표 국수 '카우써이'




태국 제2의 도시로 알려진 치앙마이는 태국 북부의 중심지이다. 산을 보기 힘든 중부지방에 사는 수도권 사람들에게 치앙마이는 높은 산악지대와 추운 날씨를 체험하게 해 주는 겨울 국내여행지로 단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다. 13세기 말 부터 란나왕국의 수도였던 치앙마이에는 700년이 넘는 시간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동시에 모던하고 스타일리쉬한 공간을 채우는 현대인의 삶이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치앙마이 여행자의 눈에는 사원과 성벽에서 또는 카페와 상점에서, 같은 공간 다른 모습으로 생명력을 이어가는 란나인과 태국인의 삶이 오버랩된다. 


<치앙마이의 왓치앙만 사원>


타와라와디시대(6-13세기)에 인도로부터 불교가 전래된 이후 타이 왕조들은 불교를 통치이념으로 받들고 불교는 이러한 왕실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왕실과 불교는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했다. 이는 타이 왕조들이 도읍을 정한 후 제일 먼저 사원을 짓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란나왕국의 망라이왕(王) 또한 1296년 치앙마이로 천도한 다음 란나의 첫 사원인 “왓치앙만”을 건립하여 이듬해에 완성했다.


치앙마이 여행의 첫 행선지로 왓치앙만을 선택한 것은 이런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어떤 도시에서든 가장 오래된 것과 마주하는 느낌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721년 전 어떤 이의 손길이 닿은 그곳에 지금 내 손길이 닿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단절됐던 누군가의 과거는 이 건축물을 통해 현재의 나와 연결된다.




<(위) 왓치앙만 사원의 주법당과 란나 스타일 벽화. (아래) 찌뚜묵 법당과 쩨디창럼 불탑>


왓치앙만 사원에는 란나 예술이 잘 드러난다. 주법당에 들어가면 붉은색 벽화가 눈에 들어오는데, 이는 란나식(式) 황금패턴 벽화(Lanna golden pattern mural painting)로 붉은색 배경에 금색 페인팅을 하는 특징이 있다. 본당 벽화의 주요 내용은 란나왕국 초기에 망라이 왕이 도시와 사원을 건설하는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구체적인 그림과 함께 란나 문자인 “캄므앙”으로도 설명이 씌여있다. 


이 사원의 대표적인 유물은 크리스탈 불상(프라깨우카우)으로, 짜뚜묵 법당에 안치되어 있다. 3개의 크리스탈 불상은 폭이 4인치, 높이가 6인치로 대략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의 작은 불상인데, 이름과 달리 슬쩍봐도 크리스탈은 아닌 것 같다. 이 상서로운 불상은 가운데 불상 뒤에 있는 황금 철창안에 보존되어 있다. 또 다른 볼거리로는 쩨디창럼이 있다. 이름 그대로 코끼리가 네 면을 둘러싼 형태의 이 불탑은 치앙마이 성곽 내부에 지어진 불탑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이번 여행의 첫 행선지로 가장 오래된 절을 둘러보았다면, 첫 식사로는 북부의 대표 면요리를 맛 보고 싶었다. 태국 북부에서 유명한 면 요리는 “카우써이”와 “카놈찐남응이야우”가 있다. 




<태국 북부 대표 면요리, 카우써이>


현재 치앙마이의 대표적인 국수인 “카우써이”는 원래는 이주한 중국 무슬림들의 음식인 “꾸아이띠야우허”에서 유래한 것이다. 19세기 중국 남부에서 이슬람교도 박해가 극에 달하자 많은 이슬람 교도가 버마를 거쳐 태국 북부로 망명해 왔다. 이후 1949년 중국혁명 때 중국 운남성에서 허족(Chin Haw/Ho)이 또 다시 치앙마이로 대거 이주했다. 초기에 이들 이주민들은 “카우써이 남싸이” 국물에 소고기나 닭고기를 넣어 만든 국수를 만들었고, 이들 이주민 음식을 허족의 국수라는 의미로 “꾸아이띠야우허”라고 불렀다. 코코넛 밀크를 넣지 않은 오리지널 방식이었다. 그러나 초기의 “꾸아이띠야우허”는 점차 타이 스타일과 만나 현재의 “카우써이”로 변화하였다. 코코넛 밀크와 커리가루, 강황가루 등을 넣어 달콤하고 부드러워진 수프로 변한 현재의 “카우써이”가 대중적으로 선호되는 치앙마이의 대표 국수가 되었다. 




<(위) 서빙된 카우써이와 카이써이의 면발, (아래) 곁들임 야채와 볶은 고추가루>


“카우써이”는 밀가루와 계란, 물로 반죽하여 만든 국수로 옅은 노란색을 띈다. 밀대로 얇게 편 반죽을 칼로 썰어 면을 완성하는데, 이로 인해 “카우(곡물) 써이(얇게 썰다)”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다. 카우써이는 곁들임 야채와 함께 서빙된다. 곁들임 야채는 보통 배추 절임, 샬롯(적양파), 라임, 튀긴 쥐똥고추로 구성된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태국사람들은 볶은 고추가루를 넣어 자극적인 맛을 즐긴다. 소량만 넣어도 맵기 때문에 조금씩 넣어보는 것이 좋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무리하고 다시 사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두번째로 방문한 사원은 “왓프라씽”이다. 스리랑카 불교예술의 영향을 받은 영험한 불상인 “프라풋타씨힝”을 모신 사원으로, “프라씽”이라는 사원이름은 이 불상의 줄임말이다. 1345년 설립된 이곳은 1940년 라마8세에 의해 일등(一等) 왕립사원으로 등록되었다. 치앙마이에 일등 왕립사원이 이곳과 왓씨쑤판 사원, 두군데 뿐인 것은 왓프라씽이 치앙마이에서 얼마나 중요한 절인지 짐작케 한다. 참고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방콕에 있는 왓프라깨우 사원은 특등(特等) 왕립사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치앙마이의 일등(一等) 왕립사원, 왓프라씽 사원>


사원 입구에 들어서면 태국 북부에서 존경받는 실천가였던 크루바 씨위차이 스님의 동상이 주법당 앞에 마련되어 있다. 주법당 뒤편으로는 화려한 황금불탑과 그 둘레를 돌면서 기도하는 신도의 모습이 보인다. 불탑 옆에는 신도들의 소원을 담은 작은 종들이 걸려있다. 소원을 담아 기도한 후 종을 울린다. 바람이 불면 걸려있는 작은 종들이 움직이며 앙증맞고 예쁜 종소리가 잔잔히 퍼져나간다.




<(위) 왓프라씽 사원의 황금불탑과 기도하는 모습, (아래)소원을 담은 종과 기도 후 종을 울리는 모습>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 새 저녁시간이다. 저녁 식사는 치앙마이에서 꼭 한번 체험해 볼만한 북부식 상차림인 “칸똑” 디너쇼로 예약해 두었다. 치앙마이에는 칸똑과 함께 전통춤 공연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은데 그 중에서 올드 치앙마이 문화센터(Old Chiangmai Cultural Center)와 쿰칸똑(Khum Khantoke)이 가장 크고 유명하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올드 치앙마이 문화센터로, 치앙마이에서 가장 먼저 칸똑 디너쇼를 오픈한 곳이다.


칸똑의 상차림은 깽항레(돼지고기 스튜), 남프릭엉(토마토와 다진 돼지고기를 넣어 만든 칠리소스)과 캡무(돼지 껍데기 튀김) 등과 같은 북부 전통음식으로 차려진다. 타로튀김과 미끄럽(얇은 쌀면을 튀겨 만든 과자)은 한국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입맛에는 잘 맞는 음식이다. 




<북부식 상차림, “칸똑”>


위 사진의 칸똑 상차림을 살펴보면, 정 중앙에 각종 채소가 있고, 그 바로 아래 부분에 돼지고기 스튜인 ‘깽항레’가 있다. 깽항레를 기준으로 시계방향으로 양배추볶음, 남프릭엉, 캡무, 닭튀김, 미끄럽, 타로튀김으로 구성되어 있다.


올드 치앙마이 문화센터는 오후 7시부터 입장이 가능하고, 식사를 하다 보면 8시에 공연이 시작된다. 북부의 전통춤인 “훤렙”은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여덟 손가락에 끼워진 황동으로 만든 길쭉한 손톱을 통해 더욱 섬세한 손동작을 표현한다.




<북부 전통춤 “훤렙”>

 

무대가 중앙에 있어 식사를 하면서 사방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무대 앞쪽에 위치한 국악연주단의 연주와 노래는 전통춤 공연과 한데 어우러진다. 공연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관객들을 참여시켜 다함께 춤을 추며 공연이 마무리된다. 하루종일 알차게 보고 느낀 란나왕국으로의 여행 첫째날도 이렇게 저물었다.




<올드 치앙마이 문화센터의 전통춤, “훤렙” 공연>


우리 나라 역사에서 남북국 시대로 일컬어지는 통일신라와 발해가 있었다면, 14세기부터 18세기의 태국 역사에는 아유타야와 란나가 있었다. 중부 이남지방을 통일한 무역강국 아유타야와는 다른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계승해 온 북부의 란나왕국은 여전히 지방색이 강하게 남아있다. 한 편의 글로 담아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란나왕국의 자취이지만, 그들의 자연과 문화를 다음에 소개하기로 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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