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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정신우 셰프의 식생활의 발견 - 시리얼

정신우 셰프의

식생활의 발견, '시리얼'




아 유 시리얼(cereal)?


"Are you cereal? (진짜로?) 정말 시리얼 카페(cereal cafe)가 생겼다고?" 

아이돌 가수 조권이 [미드나잇 인 서울] 시리얼 카페 본점의 사장이란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일종의 굳즈(goods)처럼 팬들을 위한 서비스 개념의 푸드 팩토리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이후 연남동의 [왓츠 유어 시리얼 넘버(what's your cereal number?)]나 [미드나잇 인 서울(Midnight in Seoul)] 등 시리얼 카페들이 속속 생겨 났을 때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각종 SNS 상에선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팩키지로 꾸며진 시리얼을 배경으로 올려지는 셀피 사진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실 한때의 유행이라고 생각했으나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 2011] 에서와 같이 시리얼 카페는 점점 소비자에게 낭만과 환상을 제공하는 공간이 되었다.




<시리얼 카페 [미드나잇 인 서울]의 전경과 매장 내부(상하)>


시리얼은 행복을 준다. 시리얼은 자기 만족적 성향이 있어 직접 선택하고 맛을 디자인하는 디렉팅이 가능한 식품이다. 자신이 원하는 색상, 원하는 맛, 원하는 재료, 원하는 배합을 구성하여 자신만의 메뉴를 만든다. 또한 시리얼은 전 세계 다이어터(dieter)들의 성물(聖物)과도 같은 음식이자 동시에 미래지향적인 완성형의 음식이기도 하다. 보다 간편한 식사와 균형 잡힌 영양의 섭취, 그리고 맛있는 오감의 만족감은 꾸준히 시리얼이 지향하고 있는 목표이다. 




<연남동 시리얼 카페 [what's your cereal number?]의 매장 내부와 주방(상하)>


곡물이 지닌 가능성에서 시작된 시리얼은 영양의 발견이라는 시점에서 시작된 음식이다. 

실제로 시리얼의 시작은 환자식으로 시작해서 군용식으로 발전하고 우주식으로 보급되었다가 오늘날은 간편한 브렉퍼스트(breakfast)의 대용식 또는 다이어트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물론 2014년 D 식품회사의 대장균 시리얼 파동으로 국내 시리얼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2017년 국내 시리얼 시장은 급진적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그것은 맛 깡패로 불리는 시리얼이 더욱 더 안전한 진화를 거듭해 온 결과이다. 

나는 소비자에게 묻는다.

"시리얼! 어디까지 먹어봤나요?" 




<직접 선택하여 맛을 디자인할 수 있는 시리얼 메뉴>



다이어터(dieter)의 일상식(日常食) 시리얼


"아무리 찾아도 없는데요?"

시리얼을 사오라고 보낸 여직원이 마트 한복판에서 전화를 걸어왔다. "지금 어느 코너에 있는데?" 라고 물어보니 과자 코너에 있다는 것이다. 시리얼이 과자인가? 아닌가?


시리얼, 과자인 듯 과자(菓子) 아닌 너! 엄격히 말하면 맞고도 틀리다. 형태는 과자 같지만 곡류를 기본으로 말린 과일과 아마란스, 아마씨드, 귀리 등등 다양한 슈퍼 곡물을 조합하고 우유까지 곁들여 먹는 시리얼은 마치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한끼의 음식과 같다. 문제는 시리얼의 종류가 너무나 많고, 지나치게 영양과 맛을 강조한 나머지 초콜릿과 꿀 등 당분이 필요 이상 추가된 몇몇 제품들로 고 열량 식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켈로그의 영양성분을 살펴 보면 이와 같은 오해는 단번에 해결된다. 


농심 켈로그 시리얼 “스페셜 K”의 경우 1회 제공량이 우유 1컵(200ml) 기준에 시리얼 40g이다. 언뜻 적은 양 같지만 시리얼 무게로 보자면 1과 1/3컵의 분량이기 때문에 적은 양은 아니다. 시리얼은 섭취 중량에 비해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인데 그 외에도 혼합 제제로 분말 비타민과 d-토코페롤(혼합형 대두) 등 9가지 비타민과 3가지 미네랄이 함유되어 영양적인 측면을 강화했다. 지방 함량이 0.2g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체중 조절용 조제식품’으로 분류된다. 개인적으로 즐겨먹는 “스페샬 K 레드베리”의 경우 오곡을 구워 만든 바삭한 프레이크에 딸기 칩이 함유된 제품으로 일반 시리얼에 비해 1일 섭취 단백질 함량의 22% 정도를 충족할 수 있다. 


사실 하루에 일반 성인에게 필요한 열량이 2000~2500kal라는 점을 볼 때 저지방 우유 1컵에 시리얼(30g) 한 컵 분량을 섭취 시 한끼에 250kal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밥 한 공기가 평균 300kal, 1일 1식의 칼로리가 700kal가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시리얼은 1일(日)1식(食), 보통 아침식사로 이용된다. 간편하고 적은 양으로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터의 일상식으로 자리한 스페셜 K 시리얼 제품>


현대인의 질병이 대부분 고도 비만 또는 과 체중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볼 때 소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다이어터의 방법이고 시리얼은 그 시작에 있다. 극단적인 원푸드 다이어트나 지나친 약물 다이어트는 건강을 손상 시킨다. 시리얼은 식습관을 조절하고 유지하는 좋은 방법으로 추천할 만한 식품이다.



시리얼의 역사와 오늘


아이러니 하게도 시리얼은 제 7일 안식일 재림교회 신도들과 채식주의자들의 요구에 의해 개발된 식품이다. 당시 미국 사회는 과도한 육류 섭취가 사회적인 문제였다. 초창기 아메리칸 브렉 퍼스트(American breakfast)는 지나치게 해비(heavy)했다. 잉글랜드 브렉퍼스트의 유형을 본 딴 귀족식 아침 식사는 미국식 소시지, 베이컨, 계란, 토스트와 버터 곁들인 팬 케이크, 통 감자 구이가 일상이었고, 귀리 죽과 마른 빵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해야 했던 서민들에 비해 많은 부르조아 계층에서 발병한 성인병 환자들이 병원을 찾게 되면서 고도 비만 환자들을 위한 치료식이 필요했다. 


시리얼의 원형을 만든 사람은 제임스 케일럽 잭슨(James caleb jackson)이다. 채식운동가이자 발명가였던 그는 물과 채식이 강력한 치유 효과가 있다고 믿었고 이를 근거로 1863년 뉴욕에 요양원을 설립하고 환자식을 연구하여 통 밀가루를 반죽해서 작게 소분하여 구운 것을 먹어 보았는데 너무 딱딱하여 밤새 물에 담구어 두어야 했다. 이렇게 만든 최초의 시리얼이 "그래뉼라(Granula)" 다. 


시리얼의 발전은 제 7일 안식일 재림교회 신도였던 엘렌 화이트(Ellen White)가 요양원을 열고 그 책임자로 존 하비 켈로그 박사를 영입하면서부터이다. 그는 연구실에서 채식주의 신념을 지키는 일환으로 다양한 곡물 테스트를 통해 기존의 딱딱해서 불려 먹는 시리얼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형태의 시리얼을 개발했다. 법적으로 기존의 "그래뉼라(Granula)"와 동일한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켈로그 박사는 "그래놀라(Granola)" 라는 이름으로 상품을 출시했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정작 켈로그 브랜드가 만들어지게 된 배후는 개발자인 형이 아닌 그의 동생 윌 키스 켈로그(Will Keith Kellogg)의 사업수완 덕분이었다. 형인 존 하비 켈로그 박사는 공익적인 면을 추구하여 그의 환자였던 찰스 윌리엄 포스트(Charles William Post)에게 비법을 알려주었고, 그는 시리얼에 포도당을 첨가한 “그레이프 너츠”를 출시했다. 


이를 계기로 시리얼이 돈이 되는 사업이라고 알려지자 기술을 공유한 시리얼 회사들이 100여개나 생겨 났는데 이에 질세라 1898년 켈로그 박사는 동생과 옥수수를 압착해서 말린 "콘 플레이크"를 만들었다. 문제는 동생이 여기에 설탕을 첨가하면서부터이다. 건강식을 추구하던 형의 기호와 다른 시각을 지닌 동생은 결국 별도로 자회사를 창립하게 되고 1922년 켈로그 컴퍼니(Kellogg Company)로 이름을 바꿨다. 설탕 논쟁에 맞서 켈로그는 혁신적인 마케팅을 펼쳤는데 그것이 바로 영양성분을 포장지에 표기하는 것이었다. 


이에 반해 유럽시장은 스위스의 영양학자 막시밀리언 오스카 비르허베너(Maximilion Oskar Birche- Benner)가 1900년에 발표한 “뮤즐리(Muesli)”의 인기가 높았다. 알프스 지역민의 향토음식에서 시작되어 개량한 형태의 식품으로, 자연건조로 말린 귀리 곡물이 뮤즐리의 원형으로 알려져 있는데 저칼로리 음식으로 각광 받으며 여러 잡곡과 말린 과일이 첨가된 제품으로 발전하였다. 


사실 곡물을 물에 불려 이용한 대표적인 음식은 오트밀을 주재료로 한 “포리지(Porridge)”이다. 우리의 곡물 죽과 비슷한 형태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덴마크 등 유럽 전 지역에 아침 식사용 곡물 죽이 존재했다. 결국 곡물 죽의 어제가 오늘의 식품으로 진화 한 것이 바로 시리얼이다. 




<시리얼의 역사와 함께 진화하고 있는 시리얼 제품>



시리얼 에피소드 


전 세계의 시리얼 매니아들이 모이는 성지(城地)가 있다. 바로 영국의 [시리얼 킬러 카페 (Cereal Killer Cafe)]이다. 영국 잉글랜드의 Greater London, Tower Hamlets의 화이트 채플에 있는 작은 시리얼 가게는 연쇄 살인마 잭 더 리퍼(Jack the Ripper)를 떠 올리게 한다. 그 이유는 연쇄 살인마를 일컫는 말이 시리얼(cereal)과 같은 발음인 시리얼 킬러(serial killer)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곳은 시리얼 순교자의 성지처럼 불리는 곳이 되었다. 특히 이 곳은 유년의 추억을 흠뻑 만끽 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풀 사이즈(unregretfully) 쉐이크와 곡물 시리얼을 주문하고 소파에 기대어 맘껏 먹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영국의 [시리얼 킬러 카페(Cereal Killer Cafe)]>


또 한 곳은 포르투갈 리스본의 [팝 시리얼 카페(Pop Cereal Café)]이다. 곡물 전문 커피 전문점으로 유명한 이곳은 스스로 시리얼 광신도라고 부른다. 이곳은 토핑의 창의적인 조합으로 유명하다. 시리얼은 우유에만 타서 먹는다는 뻔한 공식을 전면 부정한다. 이곳에서 제안하는 조합은 거의 1,000가지에 달한다. 단순한 아침식사나 스낵이 아닌 시리얼이 독립적인 메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실험실 같은 카페이다. 팝 아트의 미술적인 요소를 매장에 배치하여 현대적인 감각을 제공한다. 특히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은 시리얼의 배합이 2017년 소비자들의 다양한 Needs를 만족 시킨다는 점이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팝 시리얼 카페(Pop Cereal Café)]>


크래커와 사탕, 우유와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혼합, 커피와 탄산수와 물, 소다를 베이스로 사용하고 탈지분유와 유당이 듬뿍 들어간 크레이지 밀크와 말린 과일, 모듬 견과, 누가틴(Nougatine) 카카오매스와 밀기울, 계피 등등 “시리얼 제품”이야 말로 현존하는 가공식품의 자연식품 경연장이라 할만 하다. 




<창의적인 토핑으로 유명한 [팝 시리얼 카페(Pop Cereal Café)]의 시리얼>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시리얼이 생산된 것은 1980년 농심이 미국 켈로그와 기술제휴로 1981년 3월 18일에 농심 켈로그를 설립하면서이다. 농심 켈로그의 등장으로 영양설계라는 말이 보편화 되었을 정도로 “콘 푸레이크”와 “스페샬 K”는 시그니처 제품으로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제품이다. 최근 1인 가족인 포미(FOR ME)족의 급성장으로 새롭게 부각된 것이 휘게 라이프(Hygge Life) 이다. 시리얼 역시 한 단계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 음식이 전해주는 편안함과 안락함, 간편하지만 따듯한 감성까지 담아내는 시리얼의 진화, 나는 그것을 고대한다.




<딸기 칩이 들어 있는 시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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