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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한영신 교수의 ‘식품과 알레르기’] 아토피피부염과 식품알레르기

한영신 교수의 '식품과 알레르기' 시리즈

아토피피부염과 식품알레르기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니 가슴이 답답해 온다. 전문가들의 치료 방법이 달라 혼란스럽고, 치료가 오래 걸리다보니 수많은 민간요법이 시도되고 있다. 아토피피부염은 심한 가려움 때문에 어른조차 견디기 힘든 질환인데 아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보니 고통을 받는 아이들을 보며 안타깝고 슬펐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래서 아토피피부염을 치료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하여 삼성서울병원에서 20년간 식품알레르기 관리와 연구를 하며 경험했던 이야기와 정보를 조금 나누고자 한다. 




<아토피가 발생한 아이>


1998년 9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식품알레르기 크리닉을 시작한 곳이 삼성서울병원이다. 나의 스승님이신 소아청소년과 이상일 교수님은 소아알레르기 전문가이시고, 미국에서 식품알레르기 연구를 하시며 식품알레르기의 심각성을 일찍이 알고 계셨다. 우리나라에서 알레르기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조차 식품알레르기에 대한 인식을 못하던 그 때 식품알레르기를 전문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식품알레르기클리닉을 여셨으니 나의 스승님은 참 대단한 분이시다. 나는 아이의 영양관리와 제한 식품 관리를 위해 진료팀에 합류하여, 관리와 연구를 하게 되었다. 전문가가 팀이 되어 관리하는 시스템 덕분에 다양한 연구결과와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어 현재에도 국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처음 식품알레르기클리닉을 열었을 때 놀랍고 당황스러웠던 것은 환아의 80-90%가 아토피피부염이었다는 것이다. ‘식품알레르기가 있는 아이의 대체식품 등의 정보제공을 하고 영양적으로 먹는 방법을 설명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한 나로서는 아토피피부염은 생각하지 못한 변수였다. 어떤 아이는 3도 화상처럼 피부가 벗겨져 진물이 나고 계속 가려워해서 얼굴조차 마주보지 못했던 상황이 아직까지 선명하다. 아토피피부염은 정말이지 바쁜 질환이다. 아이들에게 주로 나타나고, 언제 나을지도 알 수 없고, 겉으로 나타나 외모를 추하게 만들고, 가장 나쁜 것은 너무 가려워 정상적인 생활을 불가능하게 한다. 너무 괴로워하는 아이를 보살피는 엄마가 힘들고, 엄마가 힘들다 보니 가정이 다 힘들어진다. 


아토피피부염은 가족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많은 연구 보고가 나왔고, 과거에는 아이의 아토피피부염으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아이와 동반 자살하는 사고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엄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되고, 아토피피부염에 좋다는 것은 다 시도해보게 된다. 삼성서울병원 식품알레르기크리닉에 있으면서 검증되지 않은 요법을 시도하고 심해져 온 아이들을 너무나도 많이 봤다. 




<알레르기 유발하는 다양한 요인>


삼성서울병원이 3차 병원이다 보니 치료를 받다 안되면 결국 오게 되는 병원이라 치료 부작용으로 오는 아이들이 많았다. 갑자기 심한 영양실조를 동반한 아토피피부염아이들이 많아지면 어디선가 자연요법으로 아이를 식물성 식품, 오곡가루, 효소 등만 먹여 치료한다며 젖먹이 영양관리를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고, 갑자기 3도 화상처럼 심해진 아이가 많아지면 어디선가 사우나요법으로 아이를 치료한다고 하다 부작용이 심해진 결과이고, 꾸준히 발생되는 심한 증상의 아이들 중에는 한약치료 하면서 명현현상이라고 계속 끌고 가다 더 이상 안 되니까 다른 곳 가보라고 한 경우가 많다. 


그 외에 풍욕, 숯먹기, 반신욕 등 너무나도 많은 치료법이 시도되었다. 이런 요법들이 다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자연요법으로 식물성 식품만 먹이는 경우 실제 아이가 계란이나 우유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계란/우유 제한을 하게 되기 때문에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계란과 우유만 제한하면 되는데 제한할 필요 없는 동물성 식품을 모두 제한하다보니 영양적 문제와 아이의 식품선택을 제한하여 아이의 삶의 질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약의 경우 한약이 염증을 낮추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염증질환인 아토피피부염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한약을 먹고 매우 심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흔히 말하는 명현 현상과를 다른 것이다. 백과사전에서 명현이란 ‘한약 등을 복용한 환자가 치유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일시적인 증상 악화를 겪거나 다른 증세를 보인 뒤 나아지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이러한 현상이 부작용이나 과민반응일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즉 한약을 먹고 심해지는 것이 일시적으로 그러다 마는 경우와 부작용이나 과민반응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토피피부염 경험이 많지 않은 한방병원에서 한약을 먹고 심해지는 아이를 ‘명현현상’이라고 하여 계속 끌고 가는 경우가 있다. 아토피피부염은 한번 심하게 뒤집어지면 증상을 잡기 힘들고 성인형 아토피피부염으로 진행 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부작용으로 심해지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토피피부염이 어떤 질환인지 제대로 알고 원칙적인 치료를 먼저하고 보조적으로 다른 요법을 시도하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늘 하였다. 여기서 과학적으로 검증 된 의학적 정보 중 식품관리 부분을 말하고자 한다. 




<가려운 피부>


아토피피부염은 여러 가지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사람마다 작용하는 요인이 다르고 같은 요인이 작용했다 해도 나이가 들면서 요인이 변화한다. 그러니 치료나 관리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토피피부염은 알레르기질환 중 하나이고 피부장벽에 문제를 가지고 있는 피부질환이다. 즉 알레르기질환이라고 해도 맞고 피부질환이라고 해도 맞는다. 두 개의 요인이 결합된 형태이기 때문에 두 개의 관리법이 필요하다. 


알레르기 질환이라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물질을 차단시켜주어야 하고,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한 염증치료약을 써야 한다. 피부질환이라고 하면 피부장벽의 문제로 인해 오는 피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피부관리가 필요하다. 알레르기는 면역질환의 하나로 인체가 해롭지 않는 외부물질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아기들은 면역조절이 미숙하여 돌전에 알레르기반응이 나타나기 쉬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토피피부염이다. 예전에는 태열이라고도 하였는데 환경이 좋은 옛날에는 아기 때 태열이 있다가 없어졌는데 환경이 나빠지면서 아토피피부염이 지속되는 아기들이 많아졌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토피피부염은 나이가 들면서 대부분 좋아진다. 그러나 그냥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 보습을 잘 해주고 염증을 줄여주는 약과 가려움은 줄여주는 약을 같이 써 주면 두 돌전에 없어진다. 아토피피부염이 심한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 식품알레르기를 동반하는 특징을 가지며, 관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특이하게 한 가지 식품에만 알레르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식품에 알레르기가 있어 많은 식품을 제한해야 한다. 


문제는 증상이 심해있는 상태에서는 어떤 식품이 알레르기물질로 작용하는지 의사들조차 판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검사를 통해 알 수 있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피검사나 피부검사 모두 실제 문제가 없는 식품에도 양성이 나타나기 때문에 진짜 알레르기로 작용하는 식품을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아토피피부염이 심한 아이들은 반드시 식품알레르기를 같이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 




<다양한 식품군>


다행히도 아토피피부염 때 동반되는 식품알레르기는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1년에 한번은 식품알레르기가 없어졌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아토피피부염 관리에 있어 식품알레르기가 동반 된 경우가 아니라면 식품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아토피피부염은 동물성 식품을 제한해야 한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아직도 많은 것 같다. 아토피피부염은 진물이 나서 단백질 손실이 심하고, 염증을 줄이기 위해 항산화 영양소도 필요하고, 피부 회복에 필요한 많은 영양소가 필요하다. 더욱이 아이에게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성장에 필요한 영양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데 동물성 식품을 제한하고는 아이의 성장과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 아토피피부염은 알레르기 물질로 작용하는 식품만 제한해야 하고, 나머지 식품은 일반아이와 똑같이 준다는 사실을 꼭 유념해야 한다. 


나의 작은 아이도 식품알레르기가 동반 된 아토피피부염이 있었다. 그래서 전문가이기 전에 한 부모로서 아토피피부염 자녀를 둔 부모의 안타까움을 안다. 작은 지면에 많은 정보를 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바른 관리를 찾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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