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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dle talk

[푸드칼럼] 젊은 상인, 그리고 온 세대 고객의 남성사계시장

젊은 상인, 그리고 온 세대 고객의 '남성사계시장'




재작년에 친구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되어 좋아하게 된 시장이 이 <남성시장>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 시장 안에 있는 칼국수가게 때문에 알게 된 시장이긴 했지만, 처음 방문했을 때는 이런 곳에 이런 시장이 있을 줄은 짐작도 못 했다. (칼국수를 주제로 다룰 때 실제 이 시장 내 칼국수 집을 다루려고도 했었다) 전철역(이수역 14번 출구)입구를 나서자 마자 시장 골목이 시작되는데 실제 시장 골목을 끝까지 걸어보면 바로 아파트 등 주택가와 연결이 되는 가장 이상적인 재래시장의 형태를 띄고 있음을 알게 된다. 즉 일부러 애써 장을 보러 나갈 필요도 없이 그냥 집을 향하는 골목길이 전부 시장인 것이다. 



<4호선 총신대입구, 이수역 14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시장 입구가 나온다>



<시장 끝 주택가 쪽에서 바라본 시장>


그래서 그런지 여느 시장과 달리 부모와 같이 혹은 엄마의 손을 잡고 나온 어린 아이들이 많다. 이 시장이 그 아이들에게 세월이 흘러 어떤 추억으로 기억될 지는 수 십년 전 어머니 손잡고 시장을 따라 다니던 내 경험으로 충분히 짐작이 간다. 근처에 사는 이 아이들은 어쩌면 지금은 못 느끼겠지만 세월이 흘러 그것이 큰 복이었다라고 회상하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고 생각한다. 가게들 또한 여느 재래시장에 비해 젊은 고객이 많고 심지어 생선가게나 과일가게, 고기가게, 반찬가게도 젊은 주인들이 많은 것이 아주 독특하다. 



<가족단위의 고객이 많은 것이 이 시장의 큰 특징 중 하나다.>


처음 나에게 이 시장을 소개했던 글 쓰는 친구는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많고 먹거리가 많은 이런 시장 근처에 살아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나이가 들어 은퇴해서 고달픈 도시생활로부터 탈출해서 편안한 전원생활을 꿈꾸는 대부분의 일반인들과 확실히 차이가 있다. 심심하고 고독하고 힘들게 밭농사 하면서 먹거리 걱정하는 것 보다는 훨씬 현실적이고 실리적이라고 말하는 친구의 지론은 꽤 설득력이 있다. 다른 모임 자리에 가서 종종 친구의 말을 인용해 보면 동의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신기하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많고 먹거리가 많은 시장 근처에 사는 것을 추천한다.>


남성시장은 과거 사당동이 남성동(사당동의 과거명칭)이었을 당시 남성동에 있는 시장이라는 의미로 지어졌다. 남성동이라는 동명은 방배동 남쪽 경계지역에 성터가 있으므로 성 남쪽에 있던 마을이라는 의미다. 1965년 이전 원주민들만 살았던 남성동은 1966년 청계천 철거민이 대거 이주하면서 마을이 커지게 되었고 이에 시장도 생기게 되었다. 1980년대 후반 재개발로 인해 시장이 철거되었고, 옛 시장 밑 골목으로 상인들이 이동함에 따라 지금의 남성시장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니 50년 조금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주택가로 향하는 통로라 그런 지 매우 정리 정돈, 청결에 신경을 쓰는 듯한 인상이다>


대한민국 재래시장이 다루는 물건들이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대동소이 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시장의 주변 환경이나 시장의 형태 등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데 이 시장은 철저한 상품 정렬과 청결함 그리고 젊은 가게주인들과 가족단위 고객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게 다 이 시장의 입지 조건 때문으로 시장이 사람들이 사는 주택가를 향하는 통로에 형성이 되어있어서 정렬과 깔끔함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고 사는 집들이 가까우니 가족단위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저번에 소개했던 서대문 영천시장은 큰 찻길을 건너야 했던 것에 비해 훨씬 더 접근성이 좋고 지역 주민과의 친밀성이 극대화된 케이스라는 점에서 정말 시장과 고객이 서로 윈윈하는 이상적인 관계라 할 수 있다. 



<청결한 건물에 위치한 깔끔한 어묵집>



<시장 큰 골목을 벗어나 작은 골목으로 50미터쯤 가면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게들이 나온다.

번화가로 이어지는 골목에 꽤 이름난 일본 선술집이나 국수집도 있다>



<첫 시장 방문 때에 제일 처음으로 갔던 음식점. 알고 봤더니 이 시장의 명물 칼국수집이었다>



<멸치육수 칼국수, 양념장이 필요없을 정도로 국물이 간간하다>



<친절하고 무척 일들을 잘 하시는 할머니 종업원들>



<주문 받으면 바로 바로 칼질해서 국수를 삶아낸다>


늘 차를 몰고 먼 대형 마트에 가서 백화점식 장을 보고 횡한 주차장을 빠져 나오는 생활에서 잠시 벗어난 이런 장보기를 뒤늦게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다면, 꼭 어릴 적 경험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모두에게 종종 필요하다는 것을 금새 느낄 것이다. 더구나 어린 자녀가 있다면 게다가 전국 어디에나 똑같이 있는 지붕 덮은 시장이 아닌 곳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남성사계시장>


※ 위치: 서울 동작구 동작대로29길 47 

    (지하철 4호선 이수역(총신대역) 14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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